
남양주시 수동농협에서 ‘이민자 사회통합프로그램’교육을 받고 있는 결혼이민 여성들.
지 팀장은 통합프로그램을 포함한 농협의 다문화가정 지원사업의 목적을 ‘이주여성들에게 뿌리를 만들어주는 일’이라고 정의했다. 한글을 가르치고 농업기술을 가르치는 것보다 한국 사람으로, 한 사람의 아내이자 엄마로 살아갈 수 있는 마음가짐을 만들어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돈을 벌기 위해 먼 이국땅에 온 이들을 한곳에 정착시키는 일은 그리 간단한 게 아니다. 그래서 지 팀장은 이주여성들과 일대일 대화를 자주 한다고 했다. 매일 아침 이주여성들과 대화를 나눔으로써 그들의 생각 속으로 들어간다는 것이다. 대화를 하다 보면 부부간 어떤 갈등이 있는지, 심지어 성생활은 어떤지 같은 아주 내밀한 속사정까지 알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같이 고민하고 해결해주다 보면 어느새 서로 간에 신뢰가 쌓이고 이 여성들이 뿌리를 내릴 수 있는 기반이 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머리로 배우는 교육이 아닌 가슴으로 배우는 교육이 이들에게는 더 절실하다는 것이다. 지 팀장은 이런 말도 했다.
“이주여성이 낳아서 기를 자녀들을 위해서도 이주여성에 대한 교육은 필요합니다. 그래서 이주여성을 며느리로 둔 시부모도 설득하죠. ‘손녀들을 제대로 가르치려면 며느리를 빨리 한국 사람으로 만들어야 한다. 안 그러면 당신 손자가 한국 사람으로 못 산다. 왕따를 당할 수도 있다. 그래도 좋으냐’고 말이죠. 작년에 처음 이 사업을 시작할 때는 정말 힘들었어요. 일일이 찾아가 설득해야 했으니까요. 일단 여성들을 집밖으로 끌어내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어요.”
수동농협에 따르면 이 지역의 한 유치원에 올해 입학한 어린이 8명 중 7명이 다문화가정의 자녀다. 이 지역만 특별한 것 아니냐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이게 우리 농촌의 현실이다. 전국적인 현황을 봐도 농촌에서 운영되는 유치원에 입학하는 어린이 4명 중 3명이 다문화가정 자녀라는 비공식 통계도 이미 나와 있다. 전국적으로 다문화가정 수는 이미 15만 가구를 넘어서고 있다. 이것은 이제 다문화가정이 우리나라 농촌의 가장 보편적인 가정형태 중 하나로 자리를 잡았음을 보여준다. 2011년 정부가 펴낸 초중등 도덕 교과서에서 ‘단일 민족국가’라는 표현 대신 ‘다민족, 다문화 사회’라는 말이 등장한 것도 의미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유치원생 8명 중 7명

방글라데시에서 온 포리(23·오른쪽)씨가 시어머니의 어깨를 주무르고 있다.
“최근 농촌에서는 열 쌍 중 네 쌍이 국제결혼을 합니다. 10년 후에는 농촌 청년의 절반이 다문화가정 자녀가 될 것입니다. 농업과 농촌의 미래가 이들에게 달려 있는 만큼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농협 측에 따르면 농협이 현재 추진 중인 다문화 여성대학, 결혼이민자 성·본(姓本) 창설 및 개명(改名)무료지원, 농업교육 등이 최 회장 취임 이후 시작된 대표적인 사업이다. 농협 주변에서는 농촌사회가 안정되는 데 농협의 사업이 큰 기여를 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최근 들어 최 회장은 농림수산식품부, 법무부, 여성가족부 등 정부부처와 함께하는 각종 협력사업에도 농협이 관심을 갖도록 직원들을 독려하고 있다. 농협중앙회에서 다문화가정 지원사업을 담당하는 양점남 농촌자원개발부 팀장은 “다문화가정이 한국 사회에서 빨리 뿌리내리기 위해선 우선 다문화가정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있어야 한다. 그들을 우리 농촌사회에 받아들이겠다는 생각이 필요하다. 최 회장이 취임 때부터 강조해온 게 바로 그런 것이다. 실제 농촌의 현실을 보면 농촌사회에서 꼭 요구되는 생산력을 이들 이주여성이 상당부분 채워주고 있다. 기왕에 받아들여야 하는 거라면 적극적으로, 또 즐겁게 받아들이자는 취지로 이해하고 있다. 농촌사회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농협이 다른 어떤 기관보다 좋은 성과를 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