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장석주의 크로스(CROSS) 인문학 ④

이수현과 체 게바라를 추억하며 진정한 이타주의 세상을 기다린다

  • 장석주| 시인 kafkajs@hanmail.net

이수현과 체 게바라를 추억하며 진정한 이타주의 세상을 기다린다

2/3
도덕성의 실천자

생물학에서 사람은 지구 위의 많은 생물 중에서 하나의 종이다. 종이란 개념은 어떤 편의를 위해서 형태학적 차이에 따라 지정한 임의적인 범주, 즉 ‘연속적인 계통발생 계열을 임의적으로 절단시켜 놓은 단편’(로저 트리그, ‘인간 본성과 사회생물학’)에 지나지 않는다. 현대 생물학은 종을 ‘상호 교배가 가능한 자연 개체군 집단으로, 그와 유사한 다른 집단으로부터 번식적으로 격리된 집단’(로저 트리그, 앞의 책)이라고 설명한다. 인류는 동일한 생물학적 종이고, 그에 따라 ‘인간 형질의 원천으로서의 공통적인 유전자 풀’(로즈 트리그, 앞의 책)을 갖고 있다고 믿는다. 그렇다면 동일한 유전적 형질을 갖고 태어난 사람들이 시대와 환경에 따라 각각 다른 문화를 일구고 똑같은 상황에서 제각각 다른 행위를 하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누구는 자기 이익을 위해 살인을 하고, 누구는 자기 이익과 무관한 타자를 위해 생명을 희생한다. 이 행위의 차이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어떤 생물학자들은 고정된 인간 본성은 없다고 말한다. 철학자 오르테가 이 가세트도, 인류학자 애슐리 몬태규도, 진화생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도 불변하며 고정적인 인간 본성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었다. 다만 사람은 각기 다른 시공간적 연속성에 따라 나타난 역사상의 실재들이며, 개체에게 발현되는 인격은 환경과 같은 우연적 산물에 가깝다는 것이다. 사람은 자연의 존재이며 동시에 그것을 넘어선다.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인격들 하나하나는 단순한 유전자나 환경의 산물이 아니다. 사람은 동물보다 더 높은 도덕적 존재로 태어난다. 우리 안에 각인된 도덕 감각이 우리를 동물보다 더 많은 이타적 행위를 하도록 한다. 사람은 자연에 작용하는 생물학의 법칙을 넘어서서 도덕과 종교를 발명하고, 그에 따라 더 높은 도덕성과 진리를 추구하는 존재인 까닭이다. 사람은 유전자 이상이고, 사회적 환경을 넘어서서 제 고유한 인격을 발현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이수현과 같은 사람이 출현하는 것이다.

이수현과 더불어 우리는 이타성을 실현한 사람으로 체 게바라(1928~67)를 기억한다. 볼리비아 정부군에 생포된 체 게바라는 1967년 10월9일 볼리비아의 작은 마을에 있는 학교에서 서른아홉의 나이로 사살되었다. 올리브그린색 전투복과 별이 그려진 베레모 차림, 그리고 깡마른 체구와 어깨까지 닿는 장발과 턱을 뒤덮은 수염을 한 사나이. 제 자식들이 혁명가들로 자라기를 바라고, 그들에게 혁명이 왜 중요한지, 그리고 각자가 외따로 받아들이는 것은 아무런 가치가 없다고 가르친 아버지. 20세기가 낳은 혁명의 아이콘, 의사, 게릴라 대장, 대사, 토지개혁위원회 위원장, 쿠바 국립은행 총재, 재무장관, 외교관, 뛰어난 저술가. 그게 모두 한 사람이 20세기에 수행한 직책들이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다른 이들처럼 성공하고 싶었습니다. 유명한 발견자가 되는 꿈도 꾸었고, 인류에게 도움이 될 무언가를 위해 지치지 않고 일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나에게 그런 것은 개인적인 승리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나는 우리 모두들처럼 환경의 부산물이었던 것입니다.”(장 크로미에, ‘체 게바라 평전’)

그를 바꾼 것은 여행이다. 그는 의사자격시험에 합격한 뒤 라틴 아메리카 전역을 여행한다. 그 여행이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었고, 그의 꿈은 의사에서 혁명가로 바뀐다.



“처음에는 학생으로, 나중에는 의사로서 나는 빈곤과 기아, 질병을 목격했습니다. 속수무책으로 어린아이가 죽어가는 것을 내버려둘 수밖에 없는 일이 우리 아메리카의 기층 민중들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현실임을 바라봐야 했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나는 유명한 학자가 되거나 의학상의 중요한 기여를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무언가가 있으며 그것이야말로 민중을 직접 돕는 길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깨달았습니다.”(장 크로미에, 앞의 책)

그는 아르헨티나 출신이지만, 쿠바에서 혁명의 영웅이 되었고, 볼리비아 정부군에 의해 죽었다. 그에게 영달과 권세는 지겨운 것들이었다. 그는 항상 혁명의 적들에 둘러싸여 있었지만, 그런 현실에 불평하지 않았다. 오히려 “적이라는 존재로 하여 혁명가는 행복을 느낀다. 적은 근본적인 변혁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조건을 창출한다.”(장 크로미에, 앞의 책)라고 말한다. 누군가 불의와 불평등으로 인해 고통을 당할 때 그도 함께 아팠다. 그는 혁명가로 태어난 것이 아니라 불의한 세상이 그로 하여금 혁명가가 되도록 만든 것이다.

체 게바라의 혁명

체 게바라가 평화롭고 안정된 미래가 약속된 삶의 행로를 벗어나 거칠고 위험한 미래를 선택한 것은 라틴 아메리카 민중이 빈곤과 기아, 질병에 허덕이는 것을 목격한 뒤였다. 그가 그런 ‘인간’이 되도록 도운 것은 ‘책’이었다. 그는 무엇보다도 많은 책을 지치지 않고 읽는 독서가였다. 1961년 2월24일 체 게바라는 산업부 장관직에 임명되자 부르주아 거주지역에 집을 마련하고 모처럼 자신만의 서재를 꾸몄다. 그가 읽었던 책들, 그 서재를 채운 것은 어떤 책들일까?

“약 2000권의 장서들을 그는 벽을 따라 기다랗게 늘어선 5층짜리 선반에 꽂았다. 그곳에 그는 시몬 볼리바르의 흉상을 올려놓는 걸 잊지 않았다. 책꽂이 맨 위 칸에 그는 마르크스, 레닌, 스탈린의 저작을 비롯하여 쿠바 역사를 다룬 책들을 꽂았다. 그 아래로는 트로츠키와 가로디의 ‘자유론’과 마오쩌둥과 중국, 그리고 19세기 쿠바혁명에 관한 저서들이 차지했다. 그 아래 칸 역시 라틴 아메리카 정치 지도자들의 저서들과 더불어 문학작품들이 도열하였다. 맨 아래 칸에는 물리학과 수학 계통의 저서들이 로맹 롤랑과 막스 폴-푸셰의 ‘프랑스 시선’, 마젤란, 에라스무스, 루이 14세, 그리고 볼리바르의 전기들과 나란히 하고 있었다. 그 외에 그가 자신의 흰색 소파 곁에 두고 있던 책들은 르네 뒤몽의 ‘잘못 나누어진 검은 아프리카’, 쥘르 로이의 ‘디엔 비엔 푸의 투쟁’, 허버트 마르쿠제의 ‘소련의 노멘클라투라’ 등이었다. 한편 그는 집무실에 늘 놓여 있던 마테차 잔 곁에 그의 애독서인 에르난데스의 ‘마르틴 피에로’와 두툼한 네루다의 시선집이 놓여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이런 다양한 독서야말로 체라는 인간의 다양한 면모를 보여주는 것이었다.”(장 크로미에, 앞의 책)

2/3
장석주| 시인 kafkajs@hanmail.net
목록 닫기

이수현과 체 게바라를 추억하며 진정한 이타주의 세상을 기다린다

댓글 창 닫기

2022/12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