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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의 정암 조광조”… 이코노미스트 이계식의 삶과 글

  • 고승철│저널리스트·고려대 미디어학부 강사 koyou33@empas.com

“20세기의 정암 조광조”… 이코노미스트 이계식의 삶과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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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의 정암 조광조”… 이코노미스트 이계식의 삶과 글

정부개혁의 선구자 이계식<br>일주(一舟) 이계식 박사 추모집 편집위원회 지음, 청조사, 403쪽, 1만5000원

독서 선진국에서는 인물 평전(評傳), 자서전, 회고록, 전기 등이 널리 읽힌다. 서점에서도 이런 종류의 책들이 큼직한 서가를 차지한다. 한국에서는 인물 서적이 꾸준히 읽히긴 하지만 뚜렷한 장르로 자리 잡지는 못했다.

자화자찬 성공신화로 그득한 자서전이 범람해 독자는 이런 홍보성 책자에 진절머리가 났으리라. 특히 ‘정치의 계절’에는 활짝 웃는 얼굴사진이 실린 표지와 함께 낯 뜨거울 정도의 자랑이 담긴 정치인 자서전이 쏟아져 나오고 그 책을 알리느라 요란한 출판기념회가 열리지 않는가. 그런 자서전 대부분이 대필 작가가 한두 달 사이에 후닥닥 날림으로 쓴 책자임을 알 만한 사람은 안다. 명사의 회고록도 무용담 일색이어서 실책에 대한 반성을 통해 배울 게 보이지 않는다.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이 불멸의 고전 반열에 오른 것은 저자가 방탕한 청년시절의 행각을 낱낱이 밝히고 통렬히 뉘우쳤기 때문이리라. 아우구스티누스는 매음굴에 들락거렸던 사실을 털어놓았다.

언젠가 서점에서 ‘판사 한기택’이라는 책을 우연히 발견하고 얼른 사서 밤새 읽은 적이 있다. 일반인에겐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법조계에서는 ‘목숨 걸고 재판하는 판사’로 유명했던 한기택 법관에 관한 추모집이었다. 그가 작고한 지 1년이 지나자 지인들이 고인에 대한 회고 글과 고인의 일기 등을 묶어낸 것이었다. 법과 양심에 따라 공정한 판결을 내리려 치열한 삶을 살아간 고인의 고결한 인품이 책 곳곳에 배어 있었다. 현직 권력자가 아닌데다 이세상 사람이 아닌 인물에 대해 책을 낸다는 것 자체가 고인이 얼마나 존경받는지를 나타내지 않는가. 책 만들어 현실적으로 득(得) 볼 일도 없는데….

최근에 이와 비슷한 경험을 했다. 서점 서가에서 ‘정부개혁의 선구자 이계식’이란 책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 출판된 지 며칠 지나지 않은 책인데도 신간코너에 ‘눕혀져’ 전시되지 못하고 인물 코너 한구석에 ‘세워져’ 꽂혀 있었다. 일간지 서평 기사에서도 본 기억이 없다. ‘숨은 진주’ 같은 귀중한 책을 찾아 독자에게 소개하는 것은 서평자의 큰 보람 가운데 하나다. 이계식 박사는 2010년 2월 타계했고 그의 1주기를 맞아 이 책이 나왔다.

“그날은 오리라”… 정부개혁 이루는 날



이코노미스트 이계식(李啓植) 박사…. 일반인에게는 썩 익숙한 이름은 아니리라. 경제부처 장관을 지내지도 않았고 스타 학자로 언론에 자주 등장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계, 관계에서 그는 유능하면서도 기개 높은 의인으로 정평 난 인물이었다. 아호는 일주(一舟).

이 박사의 약력을 살펴보자. 1948년 목포 출생. 목포 유달초등학교-목포중-경기고-서울대 경제학과-미국 뉴욕주립대 경제학 박사 등 화려한 학력을 가졌다. 행정고시에 합격해 관세청 사무관으로 일하다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재정학을 전공하고 귀국 후에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연구위원으로 20년 가까이 활동했다. 그가 ‘정부개혁의 선구자’라는 별칭을 얻은 것은 1998년 3월부터 2000년 8월까지 2년 5개월간 정부개혁실 실장(1급)으로 활약했기 때문이다.

이 추모 책자는 지인들끼리 서로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추모집을 만들어야 할 것 아니냐”고 말하면서 준비됐다고 한다. 고인의 마지막 일터인 부산발전연구원에서 편집 실무를 맡았다. 편집위원회 대표(이종희, 좌승희)는 서문에서 고인에 대한 추모의 정을 다음과 같이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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