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4월호

사랑의 마법 흐르는 한강

  • 글·김현욱 | 조경학박사, 육임조경(주) 실장 lakhw@hanmail.net 사진·장승윤 기자

    입력2011-03-23 15: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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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의 마법 흐르는 한강

    반짝이는 물길을 따라 걷는 연인들에게 억새밭이 밀어를 속삭인다.

    파리의 센강, 영국의 템스강, 독일의 라인강,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다뉴브강 등에 항상 붙는 수식어는 ‘낭만’이다. 그리고 강의 양쪽을 이어주는 다리는 수많은 문학 작품과 영화의 소재가 됐다.

    한강도 한국의 대표적 ‘낭만 공간’이다. 총 길이 약 514㎞, 평균 폭 1000m의 한강은 서울의 얼굴이다. 오랫동안 한강은 사랑을 고백하는 연인들에게 인기를 누렸던 장소다. 최근 종영한 드라마 ‘아이리스’에서도 한강변 키스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그렇다면 한강이 연인들을 위한 장소가 된 이유는 뭘까.

    첫째, 한강은 서울에서 가장 넓은 개방 공간(open space)이기 때문이다. 흘러가는 강물을 바라보노라면 가슴이 확 트이는 것을 느낀다. 흐르는 강물은 그리스 신화 속 망각의 강인 ‘레테’가 돼 지난날의 기억을 잊게 하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마법을 부린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강을 찾는 근본적인 이유이다. 한강변에서 연인들이 아무런 말없이 강을 바라보고 있는 장면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나는 그때가 바로 한강 물이 그들에게 마법을 걸어 행복감을 안겨주는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둘째, 한강에 비치는 노을과 야간조명이 낭만적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만해 한용운님의 ‘알 수 없어요’에 그려진 저녁노을,‘연꽃 같은 발꿈치로 가이 없는 바다를 밟고, 옥 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해를 곱게 단장하는 저녁놀은 누구의 시(詩)입니까?’의 운치를 만끽할 수 있는 곳이 바로 한강이다. 노을이 지면 도시의 야경이 한강에 투영되면서 시끄러웠던 대낮의 도시를 삼킨다.

    셋째, 연인의 마음을 이해해주는 공간이다. 한강은 데이트를 즐기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해주는 인간적 배려가 있는 곳이다. 환경심리행태에서는 이를 ‘개인적 공간’이라 말하며, 좀머(Sommer)는 “개인적 공간은 타인이 침범할 수 없는, 인체를 둘러싸고 있는 보이지 않는 경계를 가진 구역이다”라고 정의를 내렸다. 한강에서 데이트를 즐기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방해받지 않을 수 있는 일정한 공간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한강은 우리의 5000년 역사와 함께 했고 앞으로도 유유히 역사를 실어 나를 것이다. 강은 크고 아름다우나 부대시설은 아직 부족하다. 삭막한 콘크리트 구조물들을 친환경적, 예술적인 조형으로 바꿔 한강도 센강처럼 강변이 아름다운 공간이 되길 기대한다.

    사랑의 마법 흐르는 한강
    1 그 남자 그 여자를 낚았다. 여의도 지구.

    2 한강공원 여의도지구의 한 조각상.

    3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어도, 서로 마주 보고 있어도 즐겁기만 하다. 여의도지구.

    사랑의 마법 흐르는 한강
    4 동작대교 노을카페. 편안한 음악을 들으면서 한강의 노을을 감상할 수 있다.

    5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에게 인기가 높은 한남대교 레인보우 카페.

    6 오색의 물줄기를 뿜어내는 난지지구 거울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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