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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교 ‘왕자의 난’

“형은 창시자의 뜻 거스른 사탄이자 타락한 천사장” VS “아버지 맹목적으로 믿는다고 구원받는 것이 아니다”

  • 송홍근│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carrot@donga.com

통일교 ‘왕자의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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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구들이 알면 현진이 말 안 들어요”라는 대목은 3남 문현진 회장을 따르는 이가 적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선교본부를 인정을 안 하니까” “그런데 지금 현실이, 아이 휴, 참”이라는 대목은 7남 문형진 회장의 입지가 탄탄하지 않다는 것을 방증한다. 통일교 관계자는 “문국진·문형진 형제 뒤에는 한학자 여사가 있다”고 말했다.

후계구도에서 밀려난 3남

통일교는 종교이자 기업이다. 문국진 이사장이 통일교가 운영하는 기업을 맡고, 문형진 회장이 종교로서의 통일교를 책임지는 것으로 후계구도가 꾸려졌으나, 문국진-문형진 체제가 마뜩잖다고 여기는 그룹 또한 적지 않다.

공식 후계구도에서 밀려난 문현진 회장은 UCI의 자산을 바탕으로 GPF(Global Peace Festival)라는 NGO를 세워 독자 기반을 구축했다. “선교본부를 인정을 안 하니까”라는 한학자씨의 표현은 해외조직의 상당수가 7남이 아닌 3남을 따르는 것을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문국진 이사장이 이끄는 통일교 재단은 GPF 활동이 창시자의 뜻과 무관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문현진 회장은 한동안 후계구도에서 가장 앞섰다는 평가를 들었다. 통일교에서 그 입지가 약해진 때는 2009년 초다. “소신을 굽히지 않는 성격 탓에 탈락한 것으로 안다”고 통일교 간부는 전했다. 그럼에도 그는 후계자 수업을 받을 때 구축한 인맥, 역량을 바탕으로 통일교의 해외자산 및 조직의 상당 부분을 장악했다.



문국진 이사장과 문현진 회장은 하나같이 후계자 다툼이 벌어졌다는 외부의 시각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자산에 대한 소유권이 분명한 회사와 달리 종교와 같은 신앙의 세계에서 신도를 소유할 수 있다고 보나? 사람을 소유할 수 있다고 보나? 아니다. 물질적 자산을 소유하는 회사와는 다르다. 누가 후계자 이슈를 시작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이것이 중요한 사안이라고 보지 않는다.”(문현진 회장)

“후계 다툼이라는 말은 맞지 않다. 문선명 총재께서는 지난해 6월5일 통일교의 상속자, 대신자로 문형진 세계회장을 결정해주셨다. 전세계 통일교인은 이 결정과 관련해 문형진 세계회장을 환영하며, 존경하고 있다. 그 부분은 총재님 양위의 절대적 고유 권한으로 후계 문제는 종결됐다.” (문국진 이사장)

문현진 회장을 드러내놓고 지지하지는 않지만 문국진-문형진 체제를 비딱하게 바라보는 통일교 원로와 목회자도 적지 않다. 이들의 회의적 시선은 문국진 이사장이 밀어붙인 교회 구조조정과 기업식 교회 운영에 대한 반발에서 비롯된 측면도 없지 않다.

최근 문국진-문형진 체제에 이상 기류가 감지되기도 했다. 한 통일교 간부의 설명이다.

“돌아가는 사정을 뒤늦게 파악한 문선명 총재가 문국진 회장 측근 3명을 해고하라고 지시했다. 황선조 천주평화통일연합 한국회장을 중심에 세우고 문국진-문형진 형제는 그 밑에서 더 배우라는 게 요지로 알려졌다. 문선명 총재가 친정 체제 복귀를 선언한 것으로 해석됐다. 그러자 황선조 회장에 대한 공격이 시작됐다. 누군가가 황선조 회장의 비리 의혹을 퍼뜨렸다. 결국 문선명 총재가 해외 순회를 떠나는 것으로 사안이 정리됐다. 문국진-문형진 형제가 위기를 극복한 것이다.”



2·진실 혹은 거짓 | “아들이 어머니를 상대로 소송했다”

4월25일 문선명 총재가 유럽으로 떠나면서 문국진-문형진 체제가 이상 기류를 잠재운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통일교 원로그룹과 일부 지도자를 들끓게 하는 일이 다시금 발생했다. 문현진 회장이 한학자씨를 상대로 239억원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냈다고 신문, 방송이 보도하면서다. 중앙일보가 ‘문선명 3남, 어머니 상대 238억 소송’이라는 제목으로 1보를 썼다.(5월2일자 참조) 이튿날 조선일보는 1개 면을 통틀어 통일교 내분을 다뤘다.(5월3일자 참조) 가장 먼저 보도한 중앙일보 기사를 읽어보자.

“서울서부지법에 따르면 문선명 총재의 3남 현진(42)씨가 운영하는 그룹의 계열사인 워싱턴타임스항공(WTA)은 어머니 한학자(68)씨가 대표로 있는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선교회(통일교 선교회)를 상대로 부당이득금 238억7500만원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냈다. 한씨는 현진씨를 비롯해 문 총재의 4남 국진(41·통일그룹 회장), 7남 형진(32·통일교 세계회장)씨의 친어머니다.”

이 기사는 동생들과 헤게모니 다툼을 벌이고 있는 문현진 회장 처지에선 치명적 내용이다. 후계자 다툼에서 밀려난 아들이 어머니를 상대로 돈을 내놓으라고 소송을 낸 것으로 글이 읽힌다. 그런데 속사정을 아는 통일교 인사들은 화살을 문현진 회장이 아닌 통일교 재단에 돌린다.

문현진 회장과 통일교 재단은 한목소리로 ‘문선명 3남, 어머니 상대 238억 소송’이라는 기사는 오보(誤報)라고 주장했다. 문현진 회장은 “법인 간 회사자금 반환 소송일 뿐”이라면서 정정 보도를 요청했다. 통일교 재단도 “언론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 아랫사람들 사이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밝혔다. 양측의 의견을 종합하면 사건의 실체는 다음과 같다.

[통일교 선교회를 상대로 소송을 낸 WTA는 UCI의 자회사다. 238억7500만원은 WTA 대표이사였다가 해임된 J씨가 한학자씨가 대표로 있는 통일교 선교회에 2009년 11월9일 송금했다. 문현진 회장은 이날 J씨를 해임했다. J씨는 문국진 이사장의 측근이다. 해임 직후 돈을 불법으로 송금했다는 게 WTA의 주장이고, J씨는 해임된 사실을 모르는 상황에서 차용증을 받고 선교회에 돈을 빌려줬다고 주장한다. J씨는 통일교가 운영하는 워싱턴타임스 사장을 지냈으며 2005년 방북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난 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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