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호

일본 원전사고 한국의 중국 의존도 높인다

  •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jplee@lgeri.com

    입력2011-08-19 09: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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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원전사고 한국의 중국 의존도 높인다
    3월11일 동일본대지진 이후 일본 산업 생산은 큰 폭으로 위축됐지만 이내 회복세에 들었고 3분기에는 지진 이전 수준을 회복할 전망이다. 하반기에는 일본 경제가 플러스 성장을 나타낼 가능성이 높다. 큰 타격을 받은 자동차 생산도 90% 이상 복구됐고 하반기에는 대지진 이전 수준의 생산량을 능가할 전망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이번 대지진으로 인한 생산 감소 충격은 리먼브러더스 파산 쇼크 당시보다는 크지 않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일본 산업이 지진의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나 강력한 회복세를 보이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원전 가동 중단에 따른 전력 수급 불안이 장기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한 원전 가동 중단 사태가 일본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6월 말 기준으로 54개의 일본 원자력발전소 중 37개가 가동을 중단했다. 후쿠시마 사태 이후 각 지방정부는 정기점검에 들어간 원전의 재가동을 허가하지 않았다.

    주무 부처인 경제산업성은 “일본 전 원자력발전소 긴급 안전화 대책을 6월17일 완료했다”고 발표했지만, 이는 비상시 전원 관련 대응에 관한 것이며, 근본적인 쓰나미 대책 등은 미진한 상황이다. 여전히 주민들은 불안을 느끼고 각 지방자치단체도 재가동을 허가하지 않는다. 경제산업성 장관 역시 7월6일 “다시 각 지방의 원전에 대해 안전성 검사(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해야 한다”고 말하는 등 일본 정부도 혼란스럽다. 일본 원전은 13개월마다 정기검사를 해야 하므로, 현재 가동 중단 사태가 계속될 경우 내년 5월에는 54개 원자력발전소가 모두 멈추게 될지도 모른다.

    전력 불안 장기화로 일본 제조업 구조조정

    일본 내 원자력발전은 전체 전력의 29%를 차지하고 있어, 원전 가동 중단 사태가 멈추지 않으면 일본 경제 및 산업에 큰 영향이 미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겪은 도쿄전력이 관할하는 도쿄(東京) 등 간토(關東) 지방에서는 여름의 전력 사용 확대기를 맞아 전력 부족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대형 사업소에 대해 15% 절전 규제 조치를 단행했고, 일본 내 기업도 전력 사용량이 적은 주말에 근무하고 주중에 휴무하는 등 대응책을 강구했다. 현재 도쿄에서는 사무실은 물론 백화점 등에서도 냉방이 부족해 고객 불평이 많다.



    전력 부족은 생산 활동을 저해하는 한편, 전력 가격의 상승으로 이어지고, 일본 산업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간토 지역의 전력 부족 문제는 원전 비중이 높은 간사이전력이나 규슈전력 등 산업 시설이 밀집된 지역까지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지방정부는 원자력발전으로 발생하는 각종 재정 수입을 포기하기 어렵다.

    산업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면 거의 모든 원자력발전소가 1~2년 이내에 전면 중단될 가능성은 낮다. 도쿄전력은 천연가스 등 원료를 구입하는 데 연간 7500억엔 수준의 부담이 더 생겼다. 일본 전국의 원자력발전이 중단될 경우 연간 3조엔(약 370억달러)의 경제적 부담이 가중될 것이다. 이는 수입 원자재를 추가로 구입하는 비용 및 원자력발전 중단으로 인한 무역수지 악화, 전력 요금 상승, 전력 불안에 따른 생산 및 생활상의 제약 등을 포함한 것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일본 국민의 80% 이상이 원자력에 반대하고 있음을 고려하면 현재 건설 중인 원전 3개와 건설 계획인 원전 12개를 동결하고, 도쿄전력이 현재 가동 중인 원전 4개의 가동을 중단하고, 기타 지역의 노후화된 원전을 순차적으로 중단하거나 및 폐기하는 조치가 충분히 예상된다. 미쓰이스미토모은행 다니 가즈노부(谷和信) 차장은 “현재 30% 수준인 원자력발전 비중이 20% 정도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특히 현재도 극심한 전력난에 고전하고 있는 도쿄전력이 나머지 원전까지 가동 중단하면 오사카, 기타큐슈 등 주요 공업지대에도 큰 영향을 미쳐 결국 위기는 일본 제조업 전체로 확산될 것이다.

    일본 제조업체는 조명·냉방기기 사용을 줄이고 전력 사용량이 적은 주말에 조업을 하고 자가 발전기를 도입하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다. 아직까지는 전력 부족 문제가 대지진 이후의 생산 회복세를 제약하고 있는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추가적으로 원전 차질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 때문에, 신규투자로 생산 기반을 확충하는 것에는 부담을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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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원전사고 한국의 중국 의존도 높인다
    일본 제조업 해외 생산 확대

    전력 부족은 반도체 등의 전자부품이나 화학 및 금속 소재 등의 생산 공장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생산 과정에서 전력이 불안정해지면 그만큼 제품 불량이 발생하기 쉽고 조업을 단축할 때마다 비용이 가중된다.

    또한 동일본대지진 이후 해외 기업은 일본발(發) 제품의 공급이 불안해지는 것을 우려하며 부품 및 소재의 조달 선인 일본 기업에 일본뿐만 아니라 해외로 생산 기능을 분산하라고 요구한다. 일본 기업 중에도 부품 및 소재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해외 조달 부품 및 소재를 늘리겠다는 기업이 많다

    일본 내 생산을 고집해왔던 일본 기업들도 해외 생산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번 지진으로 공급에 차질이 생겨 세계 자동차 업계에도 큰 파장을 일으킨 시스템 반도체 업체 ‘르네서스’의 경우, 해외 분업 생산을 확대하고 특히 대만 기업을 통한 위탁 생산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히타치화성’은 후쿠시마에 있는 자동차용 브레이크 소재 공장의 생산 기능을 태국, 멕시코, 중국 등으로 분산하겠다고 결정했다. 스마트폰의 핵심 소재인 초경박형 동박(銅箔) 분야에서 세계 점유율 90% 이상인 대표적인 기업 ‘미쓰이금속’도 생산 기능을 말레이시아 등으로 분산할 예정이다. 일본 기업의 해외투자는 그동안 조립 가공 분야에 집중됐다.

    기술 유출 위험성

    단순 조립 분야뿐 아니라 핵심 제조 분야도 해외로 이전하면 독자적인 강점 기술이 유출될 위험에 처한다. 일본 기업은 그동안 수직통합적인 분업 구조 속에서 고객의 특수 주문에 철저히 응하는 등 독자적인 제조 노하우를 축적해왔다. 그 노하우가 해외거점을 통해 유출될 것을 우려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를 막기 위해 일본 기업은 새로운 분업 패턴을 만들 것이다. 예를 들면 핵심 소재의 양산 라인을 해외로 이전하면서 이러한 소재의 생산과정에 사용하는 특수 첨가제, 촉매 등은 일본 거점에서 공급하는 것이다. 에너지 소비량이 적고 첨단 기술이 활용된 소량의 특수 소재 및 부품 등은 일본 공장에서 생산하고, 기타 공정은 해외로 이전하는 분업 패턴이 일반화할 가능성이 높다.

    일본 핵심 제조업은 그동안 같은 지역 내에서 최종조립 및 부품, 소재 생산 등 모든 분야의 기술자가 현장에서 밀도 있는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각종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고 신제품이나 신기술을 개발하면서 기술력을 연마하는 ‘일본식 기술경영’에 주력해왔다. 핵심 제조 분야가 해외로 이전되면 이러한 현장기술 진화형 경영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일본 기업은 해외거점 이전과 함께 현장 기술의 개량 및 진화 능력 재구축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아시아 현지 공장의 기술개량 활동을 강화하고, 이러한 기술개량 효과를 본사의 제품 개발 및 연구 기능에 즉시 반영하는 시스템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기업이 해외이전을 확대하면 일본 제조업의 공동화(空洞化) 압력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일본 정부는 제조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 산업입지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차세대 신성장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일본 기업도 기존 사업을 해외로 이전하는 한편 본국에서 끊임없이 차세대 사업을 준비해 기업 내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를 재편해야 한다. 특히 일본 기업은 전력 불안에 대응하기 위해 태양광발전을 비롯한 그린 에너지 개발에 더욱 역량을 모으고 있다. 동일본대지진 이전에도 일본 기업은 그린 에너지 개발에 적극적이었으나 원전 위기가 겹치면서 개발 노력이 한층 강화된 것이다.

    중장기적으로 지진 및 쓰나미 피해 가능성을 늘 안고 있는 일본으로서는 이번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탈(脫) 원전’을 지향하게 됐다. 그로 인해 그린 에너지 산업 확충이 제조업뿐만 아니라 광범한 산업에서 과제가 됐다.

    소프트뱅크(통신사), 리코(복사기 제조 업체), 모리세이키 제작소(공장기계 제조 업체), 코메리(지방 유통업체)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이 그린 에너지 사업 진출을 모색 중이다. 전통적으로 그린 에너지 사업을 추진해왔던 전자 기업뿐 아니라 서비스 업체도 새로운 성장 기회를 탐색하는 것.

    그린 에너지 개발

    일본 원전사고 한국의 중국 의존도 높인다

    3월13일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부근에서 한 직원이 어린이가 방사성 물질에 피폭됐는지 검사하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를 이용한 발전 및 전력 판매 사업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손정의 사장은 “동일본대지진 피해 지역에 신재생에너지 단지를 구축해나가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한편 일본 최대 통신사 NTT는 전기자동차의 법인용 도입 지원 사업에 나섰다. 전기자동차용 충전 설비의 운용 및 보수 관리, 휴대전화 회선 등과 연결된 정보통신 인프라를 패키지로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새로운 그린 제품 수요가 확대되면서 신사업이 활성화된다. 예를 들면, 차세대 조명 LED 전구는 대지진 이후 판매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전구는 일본 조명시장의 40% 정도를 차지하는데, GfK에 따르면 5월 넷째 주 전구시장에서 LED는 전년 동월비 2.9배나 판매가 늘어 전구시장 점유율 42.3%를 기록해 사상 처음으로 백열전구를 능가했다. LED 전구의 평균판매 가격은 2300엔으로 1년 전에 비해 20%나 하락했으며, 특히 양판점에서는 1000엔 미만 상품도 등장했다.

    절전 의식이 강화되면서 백열전구에 비해 전력소모량이 7분의 1에 불과한 LED의 수요가 확대됐다. 양산효과 덕에 가격이 하락되면서 수요가 더욱 확대되는 선순환이 발생했다. GfK에 따르면 여름에는 LED 비중이 50%를 넘어설 것이다. 가정용 축전지는 송전 정지 시에도 냉장고를 가동하는 비상용 전원으로 매출이 확대됐다. 기타 절전형 에어컨, 자가 발전기, 휴대용 선풍기, 특수 소재를 써서 냉각 효과를 내는 섬유 제품 등 그린 제품이 많이 팔린다.

    2015년 태양열 가격 전력 가격 따라잡는다

    일본 기업이 태양광발전에서 세계를 주도하다가 중국에 주도권을 빼앗긴 이유 중 하나는 그린 에너지에 대한 정책적인 지원이 2000년대 중반 이후 약해졌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일본 내부에서는 에너지 정책을 담당하는 경제산업성과 전력회사 관계가 지나치게 긴밀해, 전력 공급이 불안정하고 코스트가 높은 신재생 에너지 대신 원자력 에너지를 선호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력회사는 비싼 가격으로 신재생 에너지를 구입하고 불안정한 전력 흐름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스마트 그리드를 구축하는 일을 꺼렸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탈원전 흐름 속에서 그린 에너지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간 나오토 총리는 5월 말 G8 주요국 정상회의에서 “2030년까지 모든 신축 빌딩 및 주택의 옥상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현재 일본 정부는 기존의 원자력을 중심으로 한 에너지 기본계획을 수정해 그린 에너지 이노베이션을 위한 ‘선라이즈(Sunrise)’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원자력에서 그린 에너지로의 전환은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의 코스트가 높기 때문에 쉽지 않다. 다만 그린 에너지 코스트는 석유, 천연가스, 석탄 등 원자력을 보완하는 화석 에너지에 비해 코스트 하락세가 빨라지고 있다. 일본은 2015년 발전 코스트가 가정용 전력 요금 수준인 1kwh당 23엔으로 떨어지는 ‘그리드 패리티’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한다. 2020년이면 업무용 전력 요금인 1kwh당 14엔, 2030년이면 1kwh당 7엔 수준으로 가격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일본 정부는 그린 에너지 신기술 혁신을 지원한다. 경제산업성이 산업구조심의회를 통해 구체적인 지원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해상의 부유 구조물에서 풍력을 발전하는 기술, 박막 실리콘 및 유기화합물을 사용한 태양전지 개발, 고강도 경량 카본나노튜브 등 신소재 개발, 기술개발에 대한 세제 지원, 보조금 지급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전력 불안을 계기로 한 일본 제조업의 구조혁신은 아시아 및 한국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일본제 부품 및 소재에 의존해왔던 한국 제조업은 일본 공장이 해외로 확대됨에 따라 핵심 부품 및 소재를 중국이나 동남아에 의존하게 된다.

    실제로 향후의 투자 대상 지역으로 중국을 주목하는 일본 기업이 많다. 중국은 시장 성장이 기대되고 일본의 핵심 제조 공장이 첨단 부품 및 소재를 제조하는 데 필요한 희토류 등 희소금속의 매장량이 많다. 중국 정부의 규제로 희토류 가격은 매년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지만 일본 기업이 중국에 진출하면 낮은 가격으로 원료를 조달할 수 있기 때문에 중국 진출에 매력을 느끼는 일본 기업이 많다. 최근 한 일본 기업은 디스프로슘 등의 영구자석용 재료를 조달하기 어려워지자 영구자석 공장을 중국에 설립하고 이를 활용한 첨단 의료장비인 MRI의 제조거점까지 중국에 세웠다.

    일본의 첨단 부품 및 소재 산업이 중국으로 대거 이전하면 중국의 영향력이 더욱 강화된다. 중국은 부품 및 소재 생산 기지로서 위상이 강화되고, 상대적으로 첨단 및 군사 기술과 국제금융 측면에서 미일 연합 세력이 약화된다. 이 경우 한국 경제의 대중국 의존도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진출 희토류 확보에도 이익

    일본 원전사고 한국의 중국 의존도 높인다

    4월8일 일본 미야기현 오나가와 원자력발전소에서 유출된 기름이 오일펜스를 넘어 바다로 유출됐다.

    중국은 현재 태양전지나 풍력발전, LED 등의 차세대 산업에서도 두각을 나타낸다. 일본이 개척한 첨단 산업이 한국, 대만 등을 거쳐 중국, 아세안(ASEAN)으로 이전되어왔던 아시아 역내 분업 흐름은 이제 옛말이다. 이제 중국이 한국에 앞서 차세대 첨단 분야에서도 생산량을 확대한다.

    특히 LED 반도체 분야에서 중국의 설비투자 규모가 급속하게 확대됐다. 영국 IMS 리서치는 2012년 중국이 세계 최대의 생산기지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의 LED 반도체 제조장치 구입 대수 세계 점유율은 2010년 32%에서 2011년 60%로 상승했다. 반면 한국은 2010년 33%에서 2011년에 10%로 하락하며 세계 1위 자리를 내줬다.

    일본도 중국 산업 성장을 간과할 수 없으므로, 주도권을 잡기 어려운 중국보다 동남아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 일본 자동차 분야 기업의 공장이 밀집한 태국에 일본 자동차 부품 기업이 진출할 가능성이 크다.

    NOK사는 자동차 변속기 기름 유출을 막는 봉인재 생산을 중국과 함께 태국으로 분산할 계획이다. 일본 기업은 대체적으로 태국에 자동차 부품, 말레이시아에 첨단 전자부품 생산 시설을 이전할 것으로 예측된다.

    대만 역시 일본 기업의 글로벌 생산 분산 전략 대상지다. 대만은 일본에 대한 현지 국민의 호감도가 높고 일본 기업과 오랫동안 조달 제휴 관계를 맺어왔다. 실제로 현재 도레이필름, 후루카와전공, 캐논 등이 대만 현지생산을 고려하고 있다. 대만 정부는 광학박막 재료, LCD 및 LED 재료, 차량용 리튬전지 재료, 바이오 및 의약 재료, 풍력발전 재료, 태양광 발전 재료 등을 일본 기업 유치 항목으로 지정하고 있다. 그리고 실제로 아날로그 IC, 소형 LCD, 휴대전화용 반도체, LED, 사파이어 기판, LCD용 투명 전극재 등의 분야에서 일본 기업의 대만 생산 이전이 추진되고 있다.

    일본 기업의 입장에서 한국은 중국과 함께 경계 대상인 동시에 시장 매력도가 중국보다 떨어진다. 또한 동남아나 대만 같이 일본 기업이 우호적으로 주도권을 쥐기도 어렵다. 일본의 핵심 부품 및 소재 기업이 생산지 분산 전략을 고려할 때 한국은 후순위다. 다만 한국의 전력상황이 매력적이다. 중국은 만성적으로 전력 공급이 불안하다. 한국의 전력 가격은 중국보다 저렴하며, 공급도 안정적이다. 물류 등 제조업 인프라 여건도 상대적으로 우수하다.

    한일 간의 지리적 인접성도 물류상의 이점이다. 한일 간 해상·육상·항공 수송을 일체적으로 연결하면 더욱 효과적이다. 한국은 상대적으로 지진 위험도도 낮아 일본이나 대만에 비해 정밀도가 요구되는 첨단제조 공장을 운영하는 데 유리하다. 유럽연합(EU), 미국 등 거대 경제권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잇따라 체결한 점도 일본 기업이 높이 평가하는 부분이다. 물론 한국의 임금이 상대적으로 높은 점은 일본 기업이 꺼리는 측면이다. 결과적으로 전력불안을 겪고 있는 일본 기업으로서는 동남아, 중국, 대만 등지로의 생산 분산을 우선적으로 추진하면서도 부분적으로는 한국에 대한 투자도 어느 정도는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구조혁신에 따른 위협과 기회

    일본의 전력불안 파장과 이에 대응하기 위한 일본 기업의 구조혁신, 동아시아 국가 간 분업체제의 변화는 우리 기업에도 복합적인 영향을 끼친다. 단기적 일본 기업이 전력 불안으로 고전하겠지만 구조혁신이 성과를 거둔 분야에서는 일본 기업의 글로벌화가 빨라지고 차세대 그린 산업에서 입지가 강화되며 신성장 분야에서 경쟁력을 회복하는 계기가 된다. 구조혁신 성과가 미진한 분야도 나올 것이며, 이러한 분야에서는 공동화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일본의 변화에 따라 우리나라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살펴보자. 먼저 에너지 다소비형 부품·소재 분야 등에서 일본 기업의 투자를 유치할 수 있다. 또한 한국의 대일 수출이나 대(對)세계 수출을 확대하는 기회도 있다. 그러나 일본 산업이 첨단화, 그린화되는 한편 핵심 부품 및 소재 분야에서 중국 등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한국의 차세대 산업 발전 속도가 떨어질 위험에도 대비해야 한다. 이미 태양광발전, LED 등의 차세대 성장 산업에 중국이 조기 진출하면서 혁신 단계에 있는 제품 분야에서도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우리 기업은 성장 초기에 일본으로부터 부품, 소재, 장비를 들여와 대규모 양산체제를 구축하고 원가를 낮춰 고수익을 확보한 후 막대한 투자 자금을 회수하는 패턴을 갖췄다.

    일본 산업의 구조혁신과 신성장 산업에서 중국의 위상 강화, 신흥국으로의 핵심 소재·부품의 생산거점 확산 등으로 이러한 차세대 산업의 성공 패턴을 이루기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차세대 신성장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차별적인 역량을 키워야 한다. 일본의 부품 및 소재 산업을 유치하면서 이들 기업과 협력해 신사업을 발굴하는 이노베이션 협력 체제를 강화할 필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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