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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초적 욕망 꿈틀대는 악마 같은 뉴스로 인류 중독시키다

‘미디어 황제’ 루퍼드 머독 이야기

  • 김동률|서강대 MOT대학원 교수·매체경제학 yule21@empas.com

말초적 욕망 꿈틀대는 악마 같은 뉴스로 인류 중독시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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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초적 욕망 꿈틀대는 악마 같은 뉴스로 인류 중독시키다

2004년 11월 미국 대선 투표결과를 전하는 폭스뉴스TV의 대형스크린. 폭스뉴스는 ‘공화당보다 더 공화당답다’는 얘길 듣는다.

머독은 애들레이드에서 호주 최대도시 시드니로 진출했으며 이어 영국, 미국, 아시아로 나아갔다. 물론 시련도 있었지만 그는 승승장구의 길을 걸었다. 그는 1986년 호주에서 아버지가 잃은 신문을 다시 차지하면서 이런 말을 한다. “이것이야말로 승부를 내는 보람이다. 멋진 흥분을 맛보게 해준다. 감정적인 것이 없다고 한다면 아마 거짓말일 것이다.”

머독의 승부사 기질을 빼놓곤 그의 미디어 제국을 이해하기 어렵다. 그는 전화로 자신의 미디어 제국을 관리한다. ‘일에 열심이다’‘지저분한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자기의 제국에 관한 모든 일에 스스로 관여한다’‘때때로 염치없지만 정직하고 솔직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머독’의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확장하거나 아니면 죽거나”

“머독은 전형적인 ‘일중독증’에 빠져 있다. 설령 이 단어가 예전에는 없었다 하더라도 그를 위해 조어를 해도 좋으리라는 생각이 들 만큼 딱 들어맞는다. 그는 멈출 줄을 모른다. 그의 일상은 갖가지 회합 외에 편집자, 은행원, 중역, 부장, 변호사, 정치가, 기타 요인들과의 전화로 가득 메워져 있다. 빈 시간 따위는 1초도 없다. 그는 그 각각에 삶의 에너지를 쏟는다. 그 지적인 힘은 권력자와 비슷할 뿐만 아니라 권력과 불가분의 요소이기도 하다. 그의 수면 시간은 4시간이라고 하는데 정말로 잠잘 시간이 있는지 의아할 정도로 빈틈이 없는 스케줄이다. 그의 경영 모토는 ‘확장하거나 아니면 죽거나(Expand or die)’이다.”

그의 이 같은 성격에 딱 들어맞는 대표적인 예가 중국 진출이다. 승승장구하던 머독이 만난 가장 큰 난관은 중국이다. 중국 정부가 미디어 거물인 머독이 가까이 오지 못하도록 아예 빗장을 걸었기 때문이다. 소위 ‘문화 제국주의’의 침투에 대한 우려였다. 그러나 1993년 머독은 갖은 수단을 동원해 ‘스타TV’를 사들임으로써 빗장의 열쇠를 거머쥐었다. 이 과정에서 그는 38세 연하의 중국계 미국인인 웬디 덩과 결혼한다. 일각에서는 사업 확장을 위한 결혼이라는 추측도 있으나 확인할 길은 없다.



머독은 뉴스도 ‘쇼’로 본다. 그리고 대중을 ‘보스’로 떠받든다. 따라서 대중의 욕망은 아무리 천박하더라도 존중되어야 하고 충족되어야 하는 대상이다. 머독을 설명하는 데 빠지지 않는 말이 센세이셔널리즘이다. 비슷한 용어로 먹레이킹 저널리즘(muckraking journalism)이란 말이 있다. 거름더미(muck)를 갈고리로 파헤친다(raking)는 의미로, 황색저널리즘보다 한술 더 뜨는 무책임한 폭로 위주의 선정적 보도 행태를 뜻한다.

머독이 지휘하는 기자들은 시청자와 독자의 말초적 호기심을 충족해주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인다. 취재원의 인격 따위는 무시하는 게 당연지사다. 이 같은 취재보도 행태는 많은 비난에 직면하지만 머독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뉴스 오브 더 월드’ 도청사태는 사실 이러한 머독 제국의 사상적 기반 위에서 자행된 측면이 있다.

머독의 신문에 예외 없이 따라붙는 평판은 ‘극단적으로 선정적’이라는 것이다. 그의 신문은 일상의 삶에 바쁜 대중을 끔찍이(?) 배려해주기 때문에 ‘사진은 무조건 크게, 기사는 짧게’라는 원칙에 충실하다. 그는 1969년 영국의 그저 그런 신문이던 ‘선’을 인수한 뒤 대중의 관음증과 야합한다. 그래서 만든 게 ‘페이지 스리 걸(Page 3 girl)’이다. 즉, ‘선’은 첫 페이지 다음으로 주목도 높은 셋째 페이지에 매일 상의 가슴 단추를 풀어헤친 여자 모델 사진을 대문짝만하게 실은 것이다. 영국의 보수층은 도를 넘은 선정주의라며 난리를 쳤다. 의회에서는 ‘선’신문을 흔들며 “당장 처벌해야 한다”고 흥분했다.

뉴스도 ‘쇼’다

그러나 머독은 초지일관, 얼굴에 철판을 깐 사나이답게 끄떡도 하지 않았다. 1년 뒤엔 토플리스(topless·상의 없이 하의만 걸친 차림) 사진을 게재하기 시작했다. 쏟아지는 비난에도 그는 당당하게 대꾸했다. “껌을 팔든, TV를 팔든, 누구나 과장을 한다. 중요한 건 많이 파는 것”이라고 말이다. 부수는 폭발하듯 늘어 1년 만에 발행부수가 두 배로 증가했다. 한 해 500만달러 이상 적자를 보던 ‘선’은 흑자로 돌아섰다. 결국 영국의 신문들은 물론 전세계 신문들이 이 신문을 다투어 베꼈다. ‘황색저널리즘의 우등생’의 완벽한 승리였다.

머독은 가끔 센세이셔널리즘의 대명사인 미국의 신문왕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와 비교되곤 한다. 하지만 머독은 그런 비교를 좋아하지 않았다. “허스트는 소년 시절부터 응석받이였고 제멋대로였습니다. 그러나 나는 엄격한 장로회 교회에 속해 있으며 칼뱅주의자이지요.”

도청 취재한 사실이 드러나 창간 168년 만에 폐간된 ‘뉴스 오브 더 월드’만 하더라도 자매지인 ‘선’ 이상의 자극적인 기사로 주가를 올려왔다. 그 덕에 한때 900만부라는 세계 최대 발행부수를 자랑하기도 했다. 불법도청을 용납하지 않는 영국 사회의 분위기 탓이지만 순순히 폐간한 데에는 방송 사업을 염두에 둔 머독의 경영적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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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률|서강대 MOT대학원 교수·매체경제학 yule21@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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