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두 사람은 남부럽지 않은 우승컵을 갖고 있다. 히메네즈는 1998년 첫 우승 이후 지금까지 총 16승을 거두었다. 우리나라 나이로 48세인 그는 지금도 유러피언투어에서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클라크의 경력은 더 화려하다. 1993년 처음 우승컵을 안은 후 지금까지 모두 22승을 기록했다. 특히 올해는 4대 메이저대회 중 하나인 디 오픈 챔피언십의 우승을 거머쥐며 명실상부한 월드스타로 올라섰다.
비결이 뭘까. 클라크는 여느 대회보다 압박감이 몇 배는 더 심한 디 오픈 챔피언십에서 한 번도 화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여유로운 플레이와 천진난만한 미소로 갤러리의 찬사를 이끌어냈다. 카리스마 넘치는 히메네즈는 결코 서두르는 법이 없다. 주특기는 카메라나 어린 팬들에게 윙크하기. 두 사람이 좋은 성적을 내는 데 가장 강력한 무기는 오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여유인 셈이다. 골프를 정복의 대상이 아닌 즐기는 스포츠로 여기는 것이다.
첫 단추를 잘 꿰어야 성공한다
아마추어 골퍼도 프로와 크게 다르지 않다. 라운딩을 즐기느냐, 즐기지 못하느냐의 차이는 엄청나다. 라운딩을 즐기는 골퍼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흥미로운 게임이 된다. 반면 스트레스만 받는 골퍼에게는 지옥이 따로 없다. 그 차이를 가늠하는 주요한 잣대는 욕심의 정도다. 적당한 욕심은 흥미를 배가하지만, 과욕은 스트레스를 동반하기 십상이다.
‘시작이 좋아야 끝도 좋다’는 말이 있다. 첫 홀 티샷은 프로 골퍼에게도 여간 긴장되는 게 아니다. 아마추어 골퍼가 첫 홀의 압박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평소 스윙의 70~80% 만 힘을 발휘하는 게 좋다. 골퍼들은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말처럼 조절하기가 쉽지 않다. 이럴 때는 스탠스를 조금 좁히고, 백스윙을 간결하게 하는 게 하나의 방법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마음이다. 무리하지 않고 볼을 페어웨이에만 안착시킨다고 생각하면 된다. 대부분의 골프장은 첫 홀을 쉽게 조성해놓는다. 굳이 드라이버를 잡지 않고 3번 우드나 하이브리드클럽으로 티샷을 해도 어렵지 않게 투온이 가능하다.
첫 홀의 스코어는 그날의 전체 스코어에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초심자일수록 더욱 그렇다. 초심자는 첫 홀에서 실수를 하면 이를 만회하기 위해 다음 홀부터 무리수를 둔다. 그러면 점점 수렁에 빠져 라운드를 망치게 된다. 마지막 홀 그린에서 “이제 몸이 풀리려고 하니까 끝나네!”라는 말을 하지 않으려면 첫 홀을 잘 보내야 한다. 첫 단추를 잘 꿰어야 성공하는 이치와 같다.
재미와 스코어란 두 마리 토끼
초심자의 꿈은 100돌이를 벗어나는 것이다. 그 다음 목표는 보기 플레이어다. 아마추어 골퍼가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려면 나름 전략이 필요하다. 홀마다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18홀 전체의 밑그림을 그리면 더욱 흥미롭다. 예를 들어 보기 플레이어가 되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매홀 1오버파를 쳐 90타를 기록하겠다는 전략을 짜면 된다. 경기도 분당의 스파벨리 골프연습장 레슨프로의 조언을 들어보자.
“아마추어 골퍼들은 한 홀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골프는 18홀을 마치고 장갑을 벗어야 끝나는 게임이다. 초심자는 샷 하나하나에 웃고 우는 데 비해 고수는 코스 전체를 보고 공략한다. 초심자는 홀컵을 향해 무작정 돌진한다. 반면 고수는 지켜야 할 홀과 공격적으로 공략해야 할 홀을 조절할 줄 안다. 고수와 같은 전략적인 공략법은 흥미를 유발할 뿐만 아니라 단기간에 실력을 향상시키는 데도 아주 좋은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