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호

광고효과 높이고 학생 주머니는 가볍게

맞춤형 출력 광고 ‘애드 투 페이퍼’

  • 김유림 기자│rim@donga.com

    입력2011-11-22 09: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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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고효과 높이고 학생 주머니는 가볍게
    이제 대학교 앞에서도 ‘3000원짜리 밥집’을 찾기 어렵다. 등록금은 1년에 30만~40만원씩 잘도 오르지만 아르바이트 시급은 몇 년째 동결이다. 대기업 취업은 서류전형부터 어렵고 매달 토익시험을 봐도 점수는 제자리걸음이다. 대학만 오면 뭐든 될 것 같던 호기도 사라진 지 오래. 하루하루 쌓이는 건 스트레스, 그리고 학자금 대출 이자밖에 없다.

    요즘 20대들은 힘들다. 자신의 능력과 무관하게 양극화를 겪어야 한다는 점에서 자괴감이 더욱 심하다. 지독한 패배감에 빠져 무기력해지는 경우도 많다. 그런 학생들에게는 한 장에 50원씩 주고 수업 과제나 자료 출력하는 것도 부담이다.

    무료 출력 맞춤형 광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벤처 ‘애드 투 페이퍼(add2paper)’는 대학생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사업을 시작했다. 애드 투 페이퍼를 만든 고려대 조형학부 3학년인 전해나 대표 역시 학자금 대출 이자 걱정에 아르바이트를 쉬지 못하던 보통 대학생이었다.

    출력물 하단 광고 실으면 1주에 20장 출력 무료

    애드 투 페이퍼의 아이디어는 간단하다. 인쇄물 하단에 어차피 생기는 여백에 작은 기업 광고를 넣는 것. 기업은 대학생들에게 광고를 직접 보여주니 좋고, 대학생들은 기업 덕에 무료로 출력을 할 수 있으니 좋다.



    대학생 이용자가 애드 투 페이퍼 홈페이지(add2paper.com)에 회원 가입하면 1주일에 20장, 한 달에 80장을 무료로 출력할 수 있다. 한 학생이 1주에 많게는 4000원까지 출력비를 절약할 수 있는 것. 현재 서울대, 고려대, 이화여대 등 20개 학교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몇 학교의 경우 애드 투 페이퍼를 이용하려는 학생이 너무 많아 출력실 내 자리 쟁탈전이 벌어질 정도다.

    전해나 애드 투 페이퍼 대표는 대학 2학년이던 2009년, ‘캠퍼스 CEO’라는 교양수업을 통해 창업 아이템을 얻었다. ‘캠퍼스 CEO’란 고려대에서 학생 창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만든 체험형 교양수업으로, 2008년 가을부터 매 학기 운영되고 있다.

    “수업 시간에 창업 아이템을 찾다 알게 됐는데, 일본에서 이면지 광고가 이미 성공한 적 있대요. 복사지 뒷면에 광고를 넣으면 복사를 무료로 또는 저렴하게 해준 거죠. 그런데 광고를 뒷면이 아닌 앞면 하단에 넣으면 노출 빈도가 높아지니까 광고 효과가 좋아지잖아요. 또 요즘 대학생들은 복사보다 출력을 많이 한다는 점에 착안한 거죠. 이런 정보를 종합해 ‘출력 종이 앞면 하단에 광고를 넣자’는 아이디어가 탄생했어요.”

    전 대표는 친구들과 함께 이 아이디어로 ‘서울시 청년창업프로젝트 2030 1기’로 선정되면서 본격적으로 사업을 구상했지만, 의견 차이로 팀은 해체됐다. 이후 전 대표는 혼자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2009년 제2회 고려대 랩 벤처 창업경진대회 대상을 받았다. 이듬해 3월 중소기업청 주관 2010년 예비기술창업자 지원사업으로 선정되면서 애드 투 페이퍼는 ‘시드머니’ 3500만원을 받았다. 이 ‘시드머니’는 애드 투 페이퍼 서버 구축에 고스란히 들어갔다.

    “사업의 핵심은 ‘서버’입니다. 어떤 분들은 미리 종이에 광고를 복사해두고 그 위에 출력을 하면 되지 않느냐고 물으세요. 그렇게 되면 이 광고가 누구한테 도달하는지 파악할 수 없잖아요. 이미 광고가 복사된 종이를 일일이 배송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고요. 또 광고가 복사된 종이를 출력실에 쌓아두면 사람들은 이면지로 생각해서 100~200장씩 막 가져가기도 해요. 초기 비용은 많이 들지만 사업 규모를 키우기 위해서 애드 서버 구축은 필수였죠.”

    ‘4학년-취업, 1~2학년-놀이동산’ 맞춤형 광고

    광고효과 높이고 학생 주머니는 가볍게

    출력물 하단 여백에 광고를 넣는 대신 무료로 출력할 수 있다.



    현재까지 애드 투 페이퍼를 통해 광고한 광고주는 10여 곳. 다음, 롯데월드, 포스코, 코오롱, 그루폰 등이다. 기부의 의미로 유니버스, 굿네이버스 등 사회복지단체 광고도 했다. 광고주는 고객 1인에게 광고가 노출될 때마다 100원을 지불한다. 즉, 기업이 500만원 광고를 집행하면 최대 5만명에게 광고가 전달되는 것. 애드 투 페이퍼를 통한 광고의 장점은 정확한 타깃에게만 광고가 보인다는 점이다. 실제 다음, 롯데월드 등 상당수 광고주가 재계약을 했다.

    “코오롱과 포스코의 경우 채용 관련 광고를 했는데, 저희 회원 중 4학년들한테만 광고를 노출했어요. 코오롱 담당자께서는 ‘애드 투 페이퍼 덕분에 올해 대졸공채 지원자가 늘었다’고 하시더라고요(웃음). 그리고 내년 채용 시즌에 또 저희를 통해서 광고하실 계획이래요. 이렇게 4학년에게는 취업 정보나 대학원 진학 정보, 1~2학년들에게는 커피숍, 놀이동산 할인 정보 등 맞춤형 정보를 줘서 광고 효과를 높이는 거예요.”

    또한 인터넷과 달리 종이에 출력되면 영구 보관된다는 점도 광고 효과를 높이는 요인이다. 그는 “다음 모바일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인 ‘마이피플’을 다운로드해 ‘애드 투 페이퍼’ 번호를 저장한 후 우리에게 응원 메시지를 보내면, 1주에 무료 출력 가능한 페이지 수를 10장 더 늘려주는 이벤트를 했다. 상당히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도 무려 1000명이나 이벤트에 참여했다”며 “보통 지면 광고의 경우 고객 중 QR코드를 실제 찍어보는 비율이 0.002%에 불과한데, 애드 투 페이퍼 내 QR코드의 경우 실제 고객이 찍어보는 비율이 2%에 달한다”고 말했다.

    광고주가 홈페이지를 통해 쉽게 광고를 집행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최소 100원부터 금액을 다양하게 설정할 수 있다. 이 덕분에 대학가 소규모 음식점들도 부담 없이 광고주로 참여한다. 전 대표는 “누구든 쉽게 광고를 하고, 비용 이상으로 광고 효과를 얻을 수 있게 하는 게 저희의 목표”라고 말했다.

    전 대표가 생각하는 ‘벤처 창업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좋은 멘토를 만나는 것이다. 애드 투 페이퍼가 만난 멘토는 엔젤투자 인큐베이션 ‘프라이머(primer.kr)’다. 프라이머는 권도균 전 이니시스 대표, 이재웅 전 다음 대표 등 성공한 ‘1세대 벤처가’들이 벤처 창업을 꿈꾸는 후배 기업가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만든 벤처다.

    프라이머는 창업을 꿈꾸는 팀을 1년에 10곳가량 선정해 2000만~5000만원을 투자할 뿐 아니라, 실제 사업이 궤도에 오를 때까지 다방면으로 도와준다. 또한 많은 대학생이 창업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창업 엔턴십(enternship)’을 운영한다.

    애드 투 페이퍼는 2010년 10월 프라이머에서 2000만원 투자를 받았고, 그보다 더 값진 멘토링을 받았다. 전 대표는 “처음에는 서버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면서도 이게 뭔지 잘 몰랐는데 프라이머를 통해서 사업 시스템을 정비하고 비즈니스 기법도 많이 알았다”며 “권도균, 이재웅 프라이머 대표들의 지도가 아니었다면 지금처럼 사업을 꾸려 갈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 대표는 미술을 공부하던 학생이지만, 지금은 작업실보다 기업과 학교를 돌며 ‘영업 뛰는 게’ 더 신나는 초보 CEO다. 그는 “요즘도 하루에 한 학교꼴로 ‘우리 학교에서도 애드 투 페이퍼 이용할 수 있게 해달라’는 전화가 온다”며 “내년까지 국내 전 대학에서 애드 투 페이퍼를 이용하도록 하는 게 1차 목표고, 나아가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해 해외에도 우리 시스템을 수출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림은 흰 종이에 저 혼자 그리는 거지만, 벤처 창업은 광고주와 고객, 그리고 전 직원과 함께 그림을 그리는 일 이에요. 아직은 좌충우돌 매일매일이 위기지만, 조만간 미국 하버드대 학생도 애드 투 페이퍼로 무료 출력하는 날이 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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