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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이슈

유로화 이대로 사라질 것인가

프랑스 석학이 분석한 유럽 금융위기

  • 자크 사피르| 프랑스 사회과학고등연구원(EHESS) 교수·경제학

유로화 이대로 사라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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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탈리아 정부가 손을 놓고 있다고 생각하면 이는 큰 오산이다. 실제로 이탈리아는 이자를 제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약간의 재정수지 흑자(primary surplus)를 달성하고 있다. 하지만 총 이자 비용은 이러한 흑자분이 결국에는 적자로 전환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어쨌건 이탈리아 정부는 신뢰를 잃었다. 호전적이고 신뢰를 잃어 사임하고 만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의 뒤를 이어 집권한 새 정부는 더 긴축적이고, 잠재적으로는 더 높은 성장률을 필요로 하는 재정 개혁을 밀어붙일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탈리아와 비슷한 경우의 나라로 벨기에를 추가할 수 있다. 벨기에의 GDP 대비 부채비율은 97%나 된다. 이 나라도 경제성장이 거의 멈춘 상태이며, 18개월 동안 정부 구성을 하지 못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의 결별

둘째 조각은 프랑스와 독일의 문제다. 이 두 나라의 결별은 이미 공식화됐다. 프랑스 정부는 유럽재정안정기금(European Financial Stabilization Fund·EFSF)을 은행으로 만드는 구상을 강력히 추진 중이다. 프랑스는 유럽재정안정기구가 4000억유로에 달하는 기금을 담보로 유럽중앙은행(ECB)으로부터 차입하는 방안을 지지하고 있다. 유럽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도 이러한 제안을 지지하고 있다.

하지만 ECB와 독일은 이 안을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최근 독일의 몇몇 선언은 심상치 않은 낌새를 풍기고 있다. 독일 정부와 하원 모두 유럽 안정화 기금을 자금 차입 용도로 쓰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더욱이 스페인과 이탈리아를 구제해야 할 경우 이 자금이 2조유로 이상(EU 집행위원장인 호세 마누엘 바로수 주장)이나 되므로 그 기금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독일 정부는 사실상 프랑스 정부의 해결책에 반대하고 있다. 그 해결책에 따르면 독일이 EFSF에 상당한 규모의 보조금을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독일은 이러한 해결책을 공식적인 차원에서 거부하고 있다. 이러한 안이 주요 협정의 수정과 독일 헌법의 수정까지 의미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래서 독일은 EFSF를 보증기금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대안을 내놓았지만 이는 성사되기 힘들다.

실제로 기금 4400억유로 중 1700억유로는 이미 그리스와 포르투갈, 그리고 아일랜드에 지원됐다. 1000억유로는 그리스와 포르투갈의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필요할 것이다. 이는 1700억유로만 보증 용도로 남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금융 경색에 시달리는 여러 국가의 부채에 20%만 보증한다고 해도 필요한 자금액은 8500억유로에 달한다. 하지만 이는 몇 달 혹은 몇 주를 버티는 데도 크게 모자란 액수다. 어쨌건 프랑스 같은 몇몇 국가에서는 EFSF를 자국 은행의 자본 확충에 이용하고자 한다. 독일은 프랑스보다 자본 확충 부담이 훨씬 더할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이런 계획에 반대하고 있다.

이 돈은 확실히 조만간 필요하게 될 것이다. 이탈리아에서는 대규모의 자본 도피가 일어나고 있다. 현재 부유층과 기업들이 더 이상 유로를 신뢰하지 않고 있다. 이것은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위기 회복 능력을 믿지 않는 것만큼이나 심각하다. 문제는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사임 이후에도 이런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데 있다.

2010년 초 이후 유럽중앙은행은 유통시장에서 국채를 사들이고 있다. 지금까지 유럽중앙은행은 이자율이 급격히 치솟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유통시장에서 대량의 이탈리아와 스페인 국채를 매입해왔다.

유로화 이대로 사라질 것인가
하지만 이러한 정책은 불량 채권으로 인해 ECB에 상당한 부담이 되었으며, 이자율의 상징적 마지노선인 6%를 넘어 7%까지 치닫는 상황을 막을 수 없었다. 이러한 상황은 현재 통제 불능임이 명확해졌으며, ECB의 새 총재 마리오 드라기는 이러한 흐름을 막아야 하는 심각한 압력에 직면할 것이다.

미 달러 대비 유로화 환율은 유럽이 합의를 도출했다는 뉴스로 인해 한때 1.37까지 상승하기는 했지만, 1.335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이전엔 1.44를 유지했다. 현재 유로존을 괴롭히는 문제들로 인해 환율이 매우 불안정하게 움직이고 있다.

유로화 가치의 하락 원인은 미국의 헤지펀드가 그들의 돈을 빼가기 때문이 아니라 적어도 그리스, 포르투갈, 그리고 이탈리아 세 국가에서 급속한 자본 유출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의 경우는 쉽게 설명된다. 하지만 이탈리아의 경우는 이와 다르다. 유럽인이 더 이상 유로를 신뢰할 수 없다면, 누가 유로를 믿을 수 있겠는가?

벼랑 끝에 서 있는 은행들

유로화 이대로 사라질 것인가
셋째 조각인, 유럽의 은행 시스템이 여전히 주요 우려의 대상이다. 이제 자본 재구성으로 가는 길이 활짝 열렸다. 어쩌면 일종의 은폐된 국유화로 나아갈지도 모른다.

먼저 은행들이 축적해놓은 국가 부채의 위험이다. 다음의 표 ‘프랑스와 독일 리스크’를 보면 이 위험은 프랑스와 독일 사이에 별 차이가 없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유럽집행위원회는 유럽은행들의 핵심자기자본비율(티어1비율)을 7%에서 최소 9%로 상향 조정하는 안을 갖고 있다. 이는 만전을 기하기 위한 새로운 정책의 일부다. 하지만 핵심자기자본비율이 10%인 프랑스-벨기에계 은행인 덱시아(DEXIA)가 실패했음을 상기해볼 때, 핵심자기자본비율 상향 조정은 핵심 문제를 푸는 적절한 답이 될 가능성이 낮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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