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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포장밥 대명사 햇반 성공 비결

신 영역 개척, 대기만성 마케팅

  • 이방실│동아비즈니스리뷰 기자 smile@donga.com

한국 포장밥 대명사 햇반 성공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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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밥은 ‘집에서 엄마가 정성스레 해주는 것’이라는 한국인 특유의 고집스러운 소비행태를 거슬러, 새로운 식문화를 창출한 제품이 있다.
  • 바로 CJ제일제당의 ‘햇반’이다. 동아일보가 발행하는 고품격 경영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93호에 게재된 기사 ‘카테고리 창출로 신 시장 개척한 햇반, 비상용에서 일상식으로 도약하다’를 통해 ‘햇반’의 성공 비결을 알아보자. <편집자>
한국 포장밥 대명사 햇반 성공 비결
올해로 출시 15주년을 맞은 CJ제일제당의 ‘햇반’은 국내 상품밥 시장에서 ‘무균 포장밥’ 카테고리를 처음으로 만들어낸 브랜드다. 2002년 이전까지만 해도 상품밥 시장은 햇반이 거의 독점하다시피 했다. 1996년 12월12일 처음 출시돼 1997년 470만개, 이듬해 720만개가 팔리는 등 해마다 기록을 경신하며 승승장구를 거듭했다.

하지만 2002년 농심, 2004년 오뚜기 등 경쟁사가 잇따라 무균 포장밥 시장에 뛰어들며 ‘빨간 불’이 켜졌다. 2004년까지 80%대를 유지해오던 시장점유율(포장 맨밥 물량 기준)이 2005년 처음으로 60%대로 떨어진 것. 2008년 70%대로 점유율을 끌어올렸지만 동원F·B(2007년)까지 경쟁에 가세하자 다시 점유율이 곤두박질치더니 급기야 지난해 59%라는 사상 최저 수준으로까지 주저앉았다.

CJ제일제당은 그러나 올해 햇반 점유율을 66%(1∼9월 누적)까지 끌어올리며 다시금 수성 다지기에 들어갔다. 과열 양상을 보이는 시장에서 1년도 안 되는 기간에 점유율이 7%포인트나 오른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특히 지난달에는 연간 누적 판매 물량이 햇반 출시 후 처음으로 1억개를 넘어섰다. 15년간 햇반의 총 누적 생산량이 7억개이고 불과 4년 전인 2007년 한 해 생산량이 6000만개 남짓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가파른 상승세다. 위기 때마다 CJ제일제당은 출혈 경쟁을 자제하고 품질 개선이라는 정공법을 택했다. 다른 업체들이 무분별한 가격 할인에 나설 때 CJ는 가격은 거의 그대로 두면서 품질, 즉 밥맛을 개선하는 데에만 집중했다. 금액 기준 햇반 점유율(2011년 9월 76%)이 물량 기준 점유율(69%)보다 월등히 높은 것도 이 때문이다. 소모적인 가격 경쟁 대신 품질 기반 경쟁에 주력한 성과다.

연간 누적 판매량 1억개

핵가족화의 확산, 1인 가구의 급증, 건강식과 맛을 기반으로 한 편의식에 대한 수요 증대 등 사회 트렌드를 타고 햇반은 제2의 도약을 준비 중이다. 한식 세계화 열풍 속에 멕시코 현지 대형 할인점에 제품을 공급하는 등 해외 진출을 본격화하면서 글로벌 1위의 상품밥이 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제록스와 크리넥스, 햇반의 공통점은 뭘까. 모두 보통명사처럼 쓰이는 고유명사란 점이다. 영어권 국가에서 제록스(Xerox) 브랜드는 ‘복사하다’는 뜻의 동사로 쓰인다. 사람들은 사각통에서 한 장씩 뽑아 쓰는 휴지는 모두 크리넥스라고 말한다. 햇반 역시 CJ제일제당의 고유한 상품 브랜드일 뿐이다. 하지만 대개의 소비자는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는 즉석밥은 모두 햇반이라고 부른다.

이런 강력한 브랜드 인지도 덕분에 많은 이가 햇반을 국내 상품밥의 효시로 알고 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햇반은 국내 최초의 상품밥은 아니다. 1993년 냉동식품 전문업체인 천일식품 등에서 볶음밥, 필라프 등의 형태로 내놓은 냉동밥이 국내 첫 상품밥이었다. 1995년에는 비락과 빙그레에서 레토르트 공법을 적용한 상품밥을 팔기 시작했다. 무균 포장밥인 햇반이 나온 것은 국내 첫 상품밥인 냉동밥이 출시된 후 무려 3년여가 흐른 1996년 12월이었다.

① 1989년 알파미, 1993년 동결건조미 프로젝트의 잇단 실패

한국 포장밥 대명사 햇반 성공 비결

햇반은 대한민국 포장 맨밥 시장을 76% 이상 점유한다.

CJ가 상품밥 관련 신제품 기획에 돌입한 것은 1989년이다. 핵가족화의 확산, 맞벌이 부부의 증가로 밥 짓는 절대 횟수는 물론 한 가족이 모여 식사하는 경우가 점점 줄어드는 등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에 따라 인스턴트 식품 형태의 상품밥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기 때문이다. CJ는 이에 따라 알파미(정백미로 밥을 지은 후 상압 또는 감압 상태에서 급속 탈수해 수분율을 5% 이하로 건조한 쌀)로 상품밥 시장에 진출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는 얼마 못 가 곧 중단됐다. 시제품까지 만들어 여러 차례 내부 품평회를 거쳤지만 CJ가 추구하는 수준의 품질(밥맛)을 구현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원재료가 갖는 구조적 한계에 있었다. 알파미는 뜨거운 물만 부으면 밥이 되기 때문에 주로 군용 전투 식량 등으로 비상시에 먹을 수 있게 개발된 쌀이다. 편의성 측면에서는 더할 나위 없는 장점을 갖고 있지만 ‘생존’을 위한 식량 성격이 강하다보니 허기진 배를 채워줄 뿐 맛에서는 기대할 게 별로 없었다. 제아무리 기발한 기술을 접목한다 해도 알파미로는 소비자의 입맛을 충족시키기에 역부족이었다.

이 와중에 1993년 천일식품 등 경쟁사들이 먼저 냉동밥을 시장에 내놓았다. CJ제일제당으로서는 상품밥 시장에서 선수를 빼앗긴 셈이다. 알파미로 한번 실패를 경험한 CJ제일제당은 이번엔 동결건조미를 활용해 상품밥 시장에 재도전하기로 결정했다. 1인 가구 수나 기혼 여성 취업률 증가 추세 등을 볼 때 즉석밥에 대한 수요가 분명히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 한 번 어물쩍거리다가 경쟁사에 뒤통수를 맞을 수는 없다는 위기감도 한몫했다.

그러나 동결건조미 프로젝트 역시 얼마 지나지 않아 난관에 부딪혔다. 알파미 프로젝트 때처럼 원료의 한계를 극복하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동결건조미는 밥을 지은 후 동결한 다음 얼음을 승화시켜 수분을 제거한 쌀이다. 제품 복원력은 우수하지만 동결을 거치면서 조직 구조가 나빠져 쉽게 부스러지는 등의 단점이 있다. 최동재 CJ제일제당 햇반팀장은 “동결건조미를 동결건조 블록 형태의 기존 즉석국 사업과 연계하면 북어국밥, 미역국밥 등 그럴듯한 상품밥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게 당초 생각이었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마치 스펀지를 씹는 듯한 느낌을 없앨 수가 없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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