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호

생동감 넘치는 도시 광명

정책 소셜 허브로 소통의 새 장 마련

  • 김지은│ 객원기자 likepoolggot@empas.com

    입력2011-11-23 12: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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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6월 시민 필진과의 협업을 통해 ‘광명시민공동프로젝트’ 카페 개설에 성공한 광명시가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최초로 소셜미디어 기능의 정책 포털 사이트 ‘생동감(http://news.gm.go.kr)’을 오픈했다. 이를 필두로 본격적인 소셜 미디어 시티 체제에 돌입한 광명시는 시민과의 쌍방향 소통이 가능한 생동감 넘치는 시정을 펼치겠다는 각오로 동분서주하고 있다.
    생동감 넘치는 도시 광명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결과를 놓고 사람들은 여당도 야당도 아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승리’라 했다. 48.5%. 평일에 진행된 보궐선거의 투표율로는 참으로 높은 기록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엄청난 투표율의 일등공신이 후보도, 선거운동원도 아닌 ‘자발성’이었다는 점이다. 소셜네트워크가 불러일으킨 사회참여 의식과 자발성이 빚어낸 결과는 실로 엄청난 것이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아예 관심조차 없거나 형식적인 관조자의 자세를 버리지 못하던 일부 정치인들에게 SNS는 순식간에 번진 발등의 불이 되었다. 정치에 무관심한 세대, 몰상식한 세대로 치부되던 20~30대가 이제는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민심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오이코랩, 랭키닷컴 등 인터넷 통계 전문 업체의 집계에 따르면 10월6일 현재 국내 트위터 가입자는 439만명, 페이스북 가입자는 408만명에 달한다.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SNS를 이용하는 시민의 숫자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시민이 주도하는 광명시 소셜 허브 ‘생동감’

    정치권에서 소셜네트워크를 통한 민심 잡기에 나서야 한다는 뒤늦은 반성의 목소리가 터져 나올 무렵, 이미 시민 주도의 정책 소셜 허브를 구축해 지자체와 시민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정책 협업 시스템’을 본격 가동하고 있는 지역이 있다. 바로 경기도 광명시다. 광명시가 개설한 정책 소셜 허브 ‘생동감’은 지금까지 지자체에서 운영하던 ‘홈페이지’ 수준의 사이트와는 전제부터가 다르다. 이름 그대로 지역민들의 소셜네트워크를 촘촘히 연계하는, 살아 움직이는 ‘지역 소셜네트워크’다. 지역 소식을 전하는 것도, 정책에 대한 의견을 내놓고 갑론을박을 벌이는 것도 모두 시민이 주도한다. 소셜네트워크가 가진 정보의 생산력과 유통, 확산 능력을 지자체의 정책 구현과 실천에 적극 활용하겠다는 것이 ‘생동감’의 설립 취지인 만큼 이를 통해 시민과 공공기관의 보다 적극적인 협업 시스템을 마련하겠다는 것이 광명시의 포부다. 지금까지 지자체를 중심으로 시민과 소통하고 공론의 장을 마련하려는 시도는 많았지만 그 의도를 충분히 반영하고 성공한 사례는 거의 없다. 그도 그럴 것이 공론의 장이 ‘의견수렴’ 통로에 그치거나 전시행정을 위한 일회성 행사에 머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광명시의 소셜네트워크 시스템은 정보의 생산과 유통이 단순한 ‘의견수렴’의 수준에 그치지 않고 2차, 3차의 콘텐츠로 진화한다.

    단순한 예를 들자면 어떤 시민이 세 자녀 출산에 대한 질문을 던지면 시에서는 현재의 출산 장려 정책을 소개한다. 그러면 이를 본 다른 시민 중 실제로 세 자녀 출산 경험이 있는 사람이 본인이 겪고 느낀 바를 토대로 현재 정책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를 블로그에 포스팅해 그 공간이 다시 공론의 장으로 변한다. 그러는 사이 출산정책에 대한 의견들이 점차 페이스북, 트위터, 블로그 등의 다양한 SNS 매체로 확산돼 다시 광명시 정책 소셜 허브에 모인다.

    이렇게 쌓인 의견들은 정책 소셜 허브를 통해 공론화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될 뿐 아니라 검증 절차를 거쳐 정책에 반영된다. 지금까지의 정책 운영 시스템은 관이 주도할 수밖에 없었지만 광명시에서 운영하는 정책 소셜 허브 ‘생동감’은 지역민이 운영하는 각자의 SNS를 시에서 도와주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그야말로 새로운 시민사회의 롤모델이 될 만하다.



    즐거운 ‘협업’, 일상이 즐겁다

    생동감 넘치는 도시 광명

    양기대 광명시장이 스마트기기로 정책 소셜 미디어인 ‘생동감’ 사이트를 보여주고 있다.

    ‘생동감’의 실무를 담당하는 최은숙 온라인미디어TF팀 주무관은 “광명시의 트위터와 블로그가 개별 이야기를 담고 있다면 이번에 오픈한 정책 소셜 허브 ‘생동감’은 개별 소셜네트워크를 하나로 이어주는 ‘링크’ 구실을 하도록 만들었다”고 밝혔다. 뿔뿔이 흩어져 있던 시와 시민, 시민과 시민 간의 소통이 한 공간에서 이뤄질 수 있게 하는 새로운 콘텐츠가 바로 ‘생동감’인 것이다.

    양기대 시장은 “광명시가 전국 최초로 선보이는 정책 소셜 허브는 전국 지자체 정책 수립과 유통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올랐다”며 “향후 지자체가 시민들의 소셜네트워크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지자체의 브랜드 가치와 미래가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광명시는 기대 만땅 도시다.’ 양기대 시장이 자신의 이름을 빗대어 만든 캐치프레이즈에는 광명시 소셜 허브를 이용하는 시민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한다. 그의 일과는 매일 아침 ‘생동감’에 접속해 시민들과 소통하고 자신의 트위터 등에 글을 올리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날 올라온 이야기 중 시급한 사안으로 판단되는 것은 해당 부서에서 바로바로 처리할 수 있도록 지시하고 귀담아 들어야 하는 이야기는 시민의 의견이 어느 쪽으로 흘러가는지 꼼꼼히 체크한다. 오늘은 ‘생동감’에서 어떤 이야기가 이슈가 될지, 궁금해하는 이는 양 시장만이 아니다. ‘생동감’을 통해 활발하게 활동하는 112명의 시민 필진과 ‘생동감’의 다양한 이야깃거리에 빠져든 광명시민 모두가 그렇다.

    ‘닭큐’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는 시민 필진 신우수씨는 “‘생동감’ 덕에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전에는 미처 몰랐던 주변 환경과 이웃들에 관한 이야기를 새록새록 알게 되면서 광명시에도 가족들과 함께할 수 있는 일이 참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생동감’은 딱딱한 정책 이야기만 하는 곳이 아니다. 가족 행사나 바자,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의 정보까지 함께하면 좋을 다양한 이야기가 공존한다. 거창하지 않아도 내 이웃의 크고 작은 일들을 공유하는 기쁨, 그것이 바로 ‘생동감’을 움직이는 힘이다.

    생동감 넘치는 도시 광명

    ‘생동감’에서 활동하는 시민 필진들.

    광명시가 소셜 허브 시스템을 기획하고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가기까지 꼬박 9개월이 걸렸다. 물론 이전에도 소통을 위한 수많은 시도와 시행착오가 있었다. 처음에는 막연히 ‘소통’을 화두로 시민 소통위원회를 발족하는 조례를 제정하고 100명의 소통위원을 위촉했다. 소통위원은 장애인과 다문화 가정 등 소외계층을 비롯해 상인과 택시기사, 환경미화원 등 그야말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생생히 전할 수 있는 서민들로 구성됐다. 지금까지 소통위원들이 주로 지역 유지나 전문가그룹이었던 것에 비하면 획기적인 시도였으나 뭔가 부족했다. 요즘처럼 바쁜 시대에는 따로 시간을 내 소통위원들과 한자리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다. 자칫 전시행정으로 비쳐 흐지부지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래서 굳이 얼굴 맞대지 않고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인터넷 소통위원회를 만들었고 구체적 실천 과제의 하나로 인터넷 신문을 기획하게 됐다. 그러다 규모가 커지면서 광명시 정책 포털이 생겼고, 지금까지 공공기관에서 운영해온 홍보성 게시물 일색의 포털이 아닌, 진짜 소통하는 참여 공간을 만들기 위해 시민 필진을 모집했다. 시민 필진을 자청한 이는 모두 112명에 달한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려면 우선은 재미있어야 합니다.”

    양 시장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정책 포털은 일부 식자들끼리만 주고받는 심각하고 무거운 주제로만 채워진 성역이 아니다. 누군가 오늘 두루치기가 먹고 싶네 하고 툭 던지면 두루치기 맛있게 만드는 비법을 알려주고, 맛집 정보도 공유하고, 그러다 오늘 저녁 회식자리도 정하게 되는, 진짜 살아있는 이야기가 오가는 곳이다. 실제 ‘생동감’을 통해 주고받는 대화 속에는 그런 소소한 이야기가 적지 않다. 한마디로 동네 사랑방이나 마을회관 같은 곳이다.

    “광명시 소셜 허브에 참여한다고 해서 밥이나 쌀이 나오는 것은 아니니 시민 입장에서도 당연히 재미있지 않으면 할 이유가 없어집니다. 내가 살고 있는 곳, 내 주변 생활환경, 내가 아는 이야기, 내 이웃 이야기니까 재미있고 또 편안합니다. 그리고 내가 낸 좋은 의견이 정책으로 반영되기도 하니까 참여하는 재미가 쏠쏠한 겁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새롭고 실험적이어야 한다는 거예요. 다른 지역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새로운 시도인 만큼 시민들의 관심과 열기도 대단해요. 타 지역 시민들도 우리 광명시민들의 자발적인 활동을 눈여겨보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특히 광명시로 이사 올 계획이 있는 분들께는 시민들의 살아있는 이야기가 그 무엇보다 값진 정보가 되겠지요.”

    정책 소셜 허브의 성공적인 안착과 더불어 광명시에 주어진 또 다른 과제는 이렇게 공론화된 시민들의 이야기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적용하고 실행하느냐 하는 것이다. ‘생동감’을 이끌어가는 실질적 주체인 시민들은 때로 행정전문가의 식견을 뛰어넘는 날카로운 입담을 쏟아내기도 하고, 실생활에서 겪은 일들을 토대로 살아있는 의견들을 조목조목 내놓기도 한다. 이들의 기대와 시선은 양기대 시장을 비롯한 시정 담당자에게는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 때문에 효율적인 아웃풋이 가능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일이 더없이 중요한 시점이다.

    최근 광명시는 시민소통위원회에 이어 시장 직속의 직소민원팀을 개설했다. 이 팀은 시장에게 직접 민원을 제기할 수 있는 창구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광명시라는 하나의 유기체가 건강하게 성장하려면 소셜 허브와 직소민원팀, 시민소통위원회 등 실핏줄처럼 연결된 시민 참여 통로에 힘을 실어줄 실질적인 에너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꾸준한 교육으로 시민 참여 유도

    지난 10월26일, 광명시청에서는 온라인 미디어 ‘오마이뉴스’의 오연호 대표와 ‘이스토리랩’의 강학주 대표의 강연이 이어졌다. 오 대표는 시민참여 저널리즘과 시민 필진의 역할을 주제로 강연을 했다. 강연 첫머리에 그가 던진 말이 인상적이었다. “모든 시민이 기자다. 광명시는 ‘생동감’을 통해 이 슬로건을 현실화하고 있는 도시다.” 그는 “기자의 가슴을 뛰게 하는 기사가 정말 좋은 기사이며 자신의 가슴을 뛰게 하지 않는 기사에 연연하기보다 사소하지만 살아있는, 가슴을 뛰게 하는 기사를 찾아 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진 강연에서 강학주 대표는 “광명시 정책 포털을 통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시민들의 이야기를 모으고, 그 이야기가 모여 정책을 움직이는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놀라운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소셜네트워크는 마케팅의 한 방식이 아닌 인류 생활의 혁명으로, 그에 따른 사회적 변화를 빠르게 감지하고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른 아침부터 강연회에 참석하기 위해 가게 문도 열지 않고 왔다는 시민 필진 이창우씨(닉네임 한결)는 “글을 잘 쓰는 사람은 글로,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은 자신처럼 사진으로 시민 필진 활동에 참여하면 되는 것 아니겠냐”며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시민 필진으로 활동하면서 카메라에 담긴 그의 시선은 더 섬세하고 따스해졌다. 예전에는 무심코 지나쳤던 것들이 모두 새롭고 소중해졌단다. 예전부터 있던 재활용 나눔장터 ‘아름다운 가게’의 존재가 눈에 들어온 것도, 이웃들과 할 수 있는 일이 너무나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도, 그에게는 커다란 변화다. 중년에 소셜네트워크와 ‘생동감’ 시민 필진으로 활동하게 된 것 이상으로.

    광명시는 앞으로 더욱 확대될 SNS를 통한 협업 시스템에 시민들이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미 지난봄부터 진행된 전문가 초빙 교육 프로그램은 앞으로 ‘소셜미디어 학교(가칭)’라는 이름으로 정례화할 예정이다. 광명시의 이러한 의도를 이해한 전문가들 중 강연 등을 통해 자신의 재능을 기부하겠다고 나서는 이들도 있어 광명시 관계자들은 물론 시민들의 기대 역시 커지고 있다. “생동감을 주는 광명시민이라는 것이 자랑스럽다”는 어느 주부의 말이 귓전을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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