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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속보도

“KTX-산천, 승객 태우고 ‘고장 테스트’하다 멈춰 섰다”

위기의 한국고속철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KTX-산천, 승객 태우고 ‘고장 테스트’하다 멈춰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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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고검사 요청이 오면 14일 내에 가서 검사를 해야 한다. 그런데 (9월7일) 가서 보니 출고검사에 앞서 받아야 하는 제작검사확인서도 받지 않았다. ‘서류미비’는 제작검사기관의 검사확인서를 말하는데, 법적으로도 확인서가 있어야 출고검사를 할 수 있다. 앞서 인수한 90량도 그렇게 했다.”

로템은 “반드시 확인서가 있어야만 출고검사를 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 90량 출고검사를 할 때도 같은 방식으로 진행해 검사를 받았다”며 평행선을 달린다.

이러한 양측 주장 이면에는 지난 수개월간 정부와 언론으로부터 집중 비판을 받은 ‘KTX-산천 트라우마’가 숨어 있다. ‘신동아’ 취재 결과, 코레일은 지난 9월 운행 중인 KTX-산천에서 발생한 문제점들이 완벽하게 개선돼야 50량을 인수하겠다는 뜻을 로템에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문제점을 알았으니 인수하기 전에 완벽히 개선된 차량을 받자는 취지에서다.

“가능한 한 KTX-산천의 불량요소를 모두 점검해 납득할 만한 수준의 신뢰성을 확보하라는 주문이다. 기존 도입한 190량에서 발생한 문제가 도입 예정인 50량에서 또 생기면 곤란하다. 로템은 별도로 국내외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기술진을 꾸려 설계 오류와 고장 원인을 찾고 있다. 일부 개선된 점도 있지만, ‘견인 후 제동’ 문제 해결에는 시간이 걸릴 것 같다.”

“문제점 개선돼야 50량 받겠다”



정인수 코레일 기술본부 차량기술단장의 설명대로라면, 50량 도입일은 현재로선 예측할 수 없다. 로템은 외부기술진과 함께 견인 중 제동, 신호장치 고장, 난방접촉기 불량 등 문제점에 대한 개선 사항을 매주 코레일에 통보하고 있다.

한 가지 짚어야 할 점은, 로템이 해결하지 못한 KTX-산천의 고장 원인규명과 설계입증을 외국(독일) 기술진이 하고 있다는 점. 외국 기술진의 손을 빌려 설계 잘못과 고장 원인을 찾고 있는 것인데, 그동안 수천억원을 투입해 개발한 순수 국내기술을 강조한 로템으로서는 체면을 구겼다. 코레일은 로템이 자발적으로, 로템은 코레일 권고로 독일 기술진을 불러왔다고 주장한다. 어쨌든 철도 관계자 A씨는 다음과 같이 분석한다.

“세계 네 번째로 고속철도를 개발했다고 자랑한 로템으로서는 ‘해외 연구진의 검증’이 부담이었을 거다. 자신들이 규명하지 못한 고장 원인을 외국 기술진이 밝혀 해결하는 것은 그만큼 기술력 부족을 자인한 셈이다. 기술 유출 문제도 신경 쓰일 것이다. 코레일이 ‘깐깐하게’ 나오니까 고육지책 아니겠나. 50량 인계와 호남고속차량 입찰을 위해서는 하루빨리 고장원인을 찾아야 했으니까.”

2014년 도입 예정인 호남선 고속차량 250량에 대한 입찰은 11월17일까지 국제 경쟁입찰로 진행 중이다.

그렇다면 KTX-산천 고장 원인을 찾고 있는 국내외 기술진은 주요 장치의 문제점을 찾아냈을까? 코레일과 로템 양측 주장을 종합하면, 현재 ‘견인 중 제동’은 지난 5월 소프트웨어 수정으로 동일한 고장은 발생하지 않고 있다. 로템은 고장 발생 원인이 이물질 접촉에 의한 것으로 보고 이물질 접촉을 막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신호장치와 난방접촉기 등은 고장 원인을 파악해 같은 현상이 일어나는지 모니터링 중이다. 일정 테스트를 거쳐 안전성이 검증되면 기존 KTX-산천 전 차량에 확대 적용하고, 이미 제작된 50량에도 바꿔 적용해 인수한다는 것이 코레일과 로템의 복안이다.

하지만 이런 식의 모니터링은 더 큰 문제를 부를 수 있다. 고장 개선 중인 장치를, 승객을 태우고 정상 운행 중인 KTX-산천 차량에 적용해 모니터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은 ‘시험용 장치’를 상업 운행 열차에 장착해 시험하다가는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문제가 없으면 다행이지만, 처음 적용하는 만큼 시스템 불안정에 따른 사고 가능성은 그만큼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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