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쩌면 인기의 바로미터라고 하는 광고계에서 그를 지극히 선호하는 것도 그 때문인지 모른다. 현재 그는 무려 9편의 CF에 출연 중이다. 한동안 CF 퀸을 놓고 다투던 김연아와 김태희도 제쳤다. 비결이 뭘까.
“아무래도 밝고 선한 캐릭터만 맡아서 그런 것 같아요. 작품 속 이미지가 쌓여서 좋게 봐주시는 거겠죠.”
대답이 좀 심심하다. 그래도 어쩌랴. 틀린 말이 아닌 것을. 최근 개봉한 영화 ‘오직 그대만’에서 맡은 배역도 같은 범주에 있다. 극중 그는 두 눈이 멀어가는 상황에서도 미소를 잃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가는 텔레마케터 정화로 등장한다. 정화는 어두운 과거를 지닌 전직 복서 철민(소지섭)과 애절한 사랑을 나눈다. 한효주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 영화는 “저런 게 사랑이지!”라는 울림을 주는 슬프고도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다.
정통 멜로에 도전하다
▼ 소지섭씨와 연기 호흡이 잘 맞던가요.
“좋았어요. 현장에서 무척 잘해주셨거든요. 처음엔 선배님이라고 불렀는데 극중 호칭이 아저씨라 촬영 내내 아저씨라고 불렀어요. 지금은 섞어 부르고요.”
▼ 애교가 많은 편인가요.
“친한 사람 앞에서는 애교 부릴 때가 가끔 있어요. 영화 찍는 동안에는 그래도 많이 보여줬어요. 감독님만 모르더라고요(웃음).”
▼ 왜 이 영화에 출연했나요.
“20대가 가기 전에 멋진 멜로를 해보고 싶었는데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부터 욕심이 났어요.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오직 서로만 사랑하는 이야기고, 지금까지 해왔던 성장드라마나 가족물과는 많이 달라서요.”
▼ 정통 멜로연기에 도전해보니 어떻던가요.
“계속 멜로영화만 하고 싶을 만큼 좋았어요. 이래서 여배우들이 멜로영화를 하고 싶어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예쁘게 찍어주셨거든요. 영화에서라도 한 남자를 절절하게 사랑할 수 있어서 행복했어요.”
“아저씨 얼굴만 보고 있을 거야”
송일곤 감독은 한효주에 대해 “나이보다 성숙한 역할이고 캐릭터 자체가 시각장애인이어서 연기하기가 쉽지 않은데 한 번도 힘든 티를 내지 않았다. 모든 집중력을 발휘해 연기하는 것이 보였다”고 평가했다. 시각장애인 연기가 정말 힘들지 않더냐고 묻자 한효주는 그동안 감춰둔 속내를 털어놓았다.
“앞이 안 보이는 설정 자체가 큰 부담이었어요. 눈 뜨고 바로 앞 사람이 안 보이는 척하려니 막막하더라고요. 어설프게 보이면 안 되니까 촬영 전에 석 달 정도 준비했죠. 맹인학교에서 점자와 케인(시각장애인용 지팡이) 쓰는 법을 배우고, 평소에도 안대를 끼고 식사했어요. 한강둔치를 산책할 때도 모자를 푹 눌러쓰고 케인을 짚고 다녔고요. 관련 다큐멘터리나 영화도 많이 봤어요. 그 덕에 시각장애인의 현실을 바로 보게 됐죠. 단 몇 개월 동안 연기하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답답한데 진짜 시각장애인들은 얼마나 힘들까. 그 답답함은 가늠할 수조차 없을 거예요. 게다가 시각장애인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아요. 일방적 지원보다는 그분들 스스로 생계를 꾸려갈 수 있게 좀 더 다양한 대안이 마련돼야 해요.”
▼ 캐릭터를 떠나보내기가 쉽지 않겠네요.
“촬영하는 내내 감정적으로 힘들었어요. 꾸미고 싶을 나이지만 꾸밀 수가 없잖아요. 시력을 잃어가는 데도 웃음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게 가장 안쓰러웠어요. 그런 마음을 비우려고 촬영 마치고 여행을 다녀왔어요. 1년에 한 번은 꼭 가족과 여행을 가요. 이번에는 해외가 아닌 남해를 일주일간 여행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