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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진 기자의 藝人 탐구 ⑨

최불암

‘천상의 화원’은 진정성 있는 드라마, 가슴 따뜻한 한국의 아버지를 기대하세요

  • 한상진 기자│greenfish@donga.com

최불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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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라고 하시던가요?

“드라마 잘 봤다고, 그때 무슨 가난범죄를 다뤘을 거예요. 나는 속으로 ‘뭔가 큰 죄를 지었구나’ 했지. 근데 육 여사께서 ‘제 개인적인 부탁인데요. 담배를 좀 줄여주세요’ 그러시는 거예요. 그때 내가 매 회 딱 네 대를 피웠거든요. 그게 다 설정이었죠.”

▼ 그런 설정도 합니까?

“당연히 하지, 일단 시체를 보고 딱 돌아서면서 한 대 태웁니다. ‘너의 복수를 해주마’ 하면서, 그리고 중간에 바쁠 때 한 대 피우고, 클라이맥스에 가서 한 대 피웁니다. 마지막은 범인을 다 잡고 생각하면서 한 대를 피우죠. 담배가 일종의 희로애락의 상징인 겁니다. 사랑도, 분노도, 즐거움도…. 하여간 내가 ‘네 대를 피우고 있습니다’ 그랬더니 육 여사께서 ‘아유~ 그러면 한두 대로 줄이세요’ 그러는 거예요. ‘최불암씨가 담배를 네 대 태우시면 저 양반(박정희 전 대통령)도 따라서 네 대를 태워요. 그런데 국민이 다 따라 피우면, 건강에 좋을 리가 있겠어요?’ 그러시는 거예요.”

▼ 틀린 말은 아니네요.



“근데 그때는 잘 몰랐지. 속으로 ‘이젠 담배까지, 씨발~ 담배도 못 피우게 해?’ 뭐 이런 상스러운 생각만 했죠. 그런데 세월이 갈수록 그 양반 말씀이 옳다는 생각이 듭니다. 육 여사께서는 이미 1970년대에 금연운동을 한 거예요.”

▼ 그만큼 드라마가 영향력이 있었다는 증거겠죠.

“전원일기 때도 그랬어요. 우리가 (손을 들어 보이며) 수박을 한 통 탁 치면, 전국에서 수박 몇 만 개가 날아간다고 그랬으니까.”

얼어 죽은 아이

▼ 수사반장 하면서 범죄자도 많이 만나셨죠.

“많이 만났죠. 최중락(전 총경)이란 분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최중락씨하고는 형이요, 아우요 하고 지냈죠. 집에도 가고. 그땐 다들 가난하게 살 땝니다. 최중락씨가 그때 남산에, 박 대통령이 선물로 준 7평인지 14평인지 하는 아파트에 살았어요, 응접실도 없고 방 하나만 있는. 한번은 정초에 수사반장팀이 인사를 갔는데, 우리가 앉아 있는 동안 출감한 사람들, 도와준 사람들이 이 양반 집에 계속 찾아오는 거예요. 귤 2개 사오는 사람, 맥주 한 병 안고 오는 사람, 담배 한 갑을 포장해서 가져오는 사람, 감동이 컸죠. 그런데 그 집에서 차라고 나오는 게 그냥 노리끼리한 보리물이에요. 그걸 한잔씩 얻어먹던 생각이 나요. 냉장고를 보니까 아무것도 없더라고. 그런 시절이었어요.”

▼ 훌륭한 분이네요.

“그 양반은 훌륭하죠. 지금은 중풍으로 몸이 불편하세요.”

▼ 수사반장 같이 했던 연기자, 형사들과 모임을 오래 해오신 걸로 아는데….

“최중락씨 쓰러진 뒤로는 잘 못 모이죠. 어른이 있어야지. 그분 대신 내가 해야 되는데, 내 말발은 잘 안 먹혀요.”(웃음)

▼ 잊지 못할 사건도 많았겠어요. 선생님의 책을 보니 아파트 계단에서 얼어 죽은 아이의 얘기는 정말 마음이 아프던데요.

최불암은 2007년 ‘인생은 연극이고 인간은 배우라는 오래된 대사에 관하여’라는 제목의 책을 냈다. 일종의 자서전이다. 이 책의 상당부분은 지금의 그를 있게 해준 드라마, ‘수사반장’과 ‘전원일기’에 할애돼 있다. 책에는 수사반장을 만들며 보고 겪은 안타까운 사연도 많이 소개돼 있는데, 특히 추위에 떨다 얼어 죽은 아이의 얘기, 등록금을 빼앗기지 않으려다 강도에게 폭행을 당한 여학생의 얘기 등이 가슴 아프게 그려져 있다.

“내가 현장에 갔더니 죽은 아이를 얇은 비닐로 덮어 놨더라고요. 그 장면을 보고 최중락씨가 화가 났지. ‘어린애가 얼어 죽었는데, 담요 한 장 덮어줄 사람도 없냐’고 악을 썼지. 사람이 죽으면 가마니라도 덮어주는 게 우리네 문화잖아.”

▼ 그렇죠.

“나중에 비닐을 벗기고 보니까, (몸을 웅크린 시늉을 하며) 이렇~게 웅크렸는데, 손하고 코가 붙어 있더라고. 아유~, 정말 처참했지. 애가 우는 소리를 아파트 사람들이 듣긴 들었는데, 내 집 아이가 아니니까 무관심하게 버려놓은 거지. 그래서 이제 얼어 죽은 거지. 가난이란 게 그렇게 끔찍했어요.”

그런 기억 때문일까. 최불암은 현재 어린이재단 후원회장을 맡고 있다.

‘전원일기’와 정주영 회장

▼ 그런 게 수사반장에 나가면 사회적인 반향이 컸겠네요.

“난리가 났죠. 반향이 크니까 문교부 장관이나 (방송국) 사장이 방송을 중단시키고 그랬지. 두 번 중단됐는데, ‘세상이 바뀌어서 사회정의가 반듯하게 섰으니 수사도 필요없다’면서 중단시킨 적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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