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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김승호의 약초 이야기 ⑥

‘신선이 되는 선약’ 꾸지뽕에 대한 단상

‘신선이 되는 선약’ 꾸지뽕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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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이 되는 선약’ 꾸지뽕에 대한 단상

꾸지뽕 열매는 호두과자처럼 생겼고, 맛이 달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꾸지뽕으로서는 적잖이 억울한 느낌이 없지 않을까 싶다. 벌써 10여 년 전 진주MBC에서 방영한 ‘약초와의 전쟁’이란 다큐멘터리에서 꾸지뽕은 겨우살이, 하고초, 느릅나무, 와송과 함께 5대 항암약초로 대접받았던 귀한 몸이다. 꾸지뽕나무 추출물이 폐암세포를 죽이는 경이로운 영상도 찍혀 전국적으로 전파를 탔다. 그사이 자잘한 홍보성 프로그램에 한두 번 얼굴이 팔린 게 아니었다.

그뿐인가. 토종약초연구소 소장 최진규씨는 “갖가지 암에 민간요법으로 널리 쓰이고 있는데 자궁암에 특히 효과가 탁월하다”고 했다. 동물실험을 통해 갖가지 암세포에 대한 억제작용이 입증됐고, 중국이나 일본에서 임상에 활용되어 좋은 효과를 보고 있다는 것이었다.

또 중국 상하이의 28개 병원에서 소화기암 환자에게 써 큰 효과를 거두었는데 대부분이 3~4기의 말기 암환자였다는 글도 돌아다닌다. 현대의학이 포기한 말기폐암을 고쳤다는 부산의 장모 할아버지 체험수기도 인터넷상에서 유명하다. 신부전증에 간경화 말기 증상, 간암까지 꾸지뽕나무 추출물을 먹고 좋아졌다고 말하는 사람도 많다.

사실 뽕나무와 달리 꾸지뽕나무는 일반 한약재로는 거의 쓰이지 않는 식물이다. 민간에서 쓰던 초약(草藥)이다. 동아시아 최고의 본초서인 ‘본초강목’을 제외하면 고전 본초서들은 이를 그다지 중요한 약물로 생각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본초구원, 일화자본초, 본초습유 등에서 그 약성에 대해 두서너 줄 간단한 설명을 찾아볼 수 있는 정도다. 한국이나 중국의 대학 본초 교재에서는 이를 아예 다루지 않는다.

우리나라 동의보감은 어떨까. 이 책은 병고에 시달려도 비싼 약재를 구하기 어려웠던 백성들을 위해 쉽게 구할 수 있는 향약재를 잘 쓰도록 의도했던 의서다. 그래서 이런 민간약을 빠뜨리지 않고 다루고 있다. 하지만 역시 그 내용이 너무 소략하다. “성질이 따뜻하고 맛이 달다. 독이 없다. 풍허이롱(풍허로 귀가 먹은 증상)과 학질을 치료한다”가 전부다.



꾸지뽕에 대해 가장 상세한 내용을 다룬 것은 ‘본초강목’이다. 근자에 나온 중약대사전도 이 본초강목으로부터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여성의 붕중(崩中·자궁출혈 또는 월경과다)을 낫게 한다. 어혈로 인한 학질을 다스린다. 탕액으로 술을 빚어 먹으면 풍허로 인해 귀먹은 증상이 낫는다. 과로하여 허약해지고 몸이 마르는 것, 허리와 신장이 냉하여 꿈속에서 사정(泄精)하는 증상을 다스린다. 신(腎) 기운을 통하게 해 오래된 이명과 이롱(귀머거리)을 고친다.

눈앞에 실이나 파리 같은 것이 어른거리는 증상(飛絲入目)에 꾸지뽕나무 즙액을 눈에 떨어뜨리고 물을 적신 솜으로 닦으면 좋아진다. 침침한 눈을 밝게 하려면 가지를 달인 물로 눈을 자주 씻는다. 소아의 중설(重舌·혀 밑의 연부조직이 염증으로 부어서 작은 혀가 더 생긴 것 같은 증상)에 뿌리를 달인 물로 거듭 씻어주면 효과가 있다.”

자궁암과 당뇨, 고혈압에 좋아

이 꾸지뽕이 도대체 어떻게 고혈압과 당뇨를 고치고 자궁암을 비롯해 온갖 암에 신통한 효과를 내는 약이 된 걸까. 이는 다 현대 약리학적 연구의 산물이다. 이 꾸지뽕에 플라보노이드와 루틴, 모르틴, 가바 등의 약리적 물질이 많다는 것이다.

플라보노이드는 과일이나 채소에 많은 성분이다. 강한 항산화작용을 한다. 암 예방효과가 있다. 암세포를 제거하거나 전이를 억제하는 생체 메커니즘을 유도하기도 한다. 심장에도 좋다. 혈관을 튼튼히 해 혈압을 안정시킨다. 그러나 체내에 들어가면 대부분 배설되므로 흡수율이 낮아 그 효과가 미미하다는 얘기도 있다. 생체에서 일어나는 일과 실험실에서 얻은 실험결과는 명백히 다르기 때문이다.

루틴이라는 성분은 모세혈관을 튼튼하게 해주고 당뇨를 예방한다. 항암작용도 한다. 모르틴도 항암효과가 있다.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인 가바는 항불안작용, 항우울작용을 한다. 혈압강하효과, 간기능 개선효과도 있다.

이런 물질이 다량 함유된 꾸지뽕나무니 그 약리적 효과가 기가 막힐 수밖에 없는 거다. 그러나 한마디만 붙이겠다. 이들 성분은 우리가 흔히 먹는 채소나 과일, 또 녹차에도 많다. 이런 성분이 있으니 특효약이라는 단선적인 사유가 과학은 아니다.

꾸지뽕이 효과가 없다는 얘기가 아니다. 꿩 잡는 게 매다. 필자가 잘 아는 40대 부부가 있다. 부인이 심한 저혈압으로 힘이 없어 늘 드러눕기만 했다. 안색도 좋지 못했다. 그런데 꾸지뽕이 혈압에 좋다는 말을 들은 남편이 열매를 따서 술을 담가 부인에게 권했다. 한두 잔씩 꾸지뽕술을 마신 뒤 일년 남짓 지나서 부인의 혈압이 정상이 됐다. 혈색도 살아났고 몸도 그다지 처지지 않게 됐다. 필자가 주워들은 사례는 이외에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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