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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늦은 시작이란 없다 外

  • 담당·송화선 기자

너무 늦은 시작이란 없다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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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말하는 ‘내 책은…’

너무 늦은 시작이란 없다 _ 한경희 지음, 동아일보사, 248쪽, 1만3000원

너무 늦은 시작이란 없다 外
‘내가 꿈꾸던 삶은 이게 아니었는데….’ 살다보면 누구나 한 번쯤은 꿈과 현실 사이에서 좌절하곤 한다.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어느 정도 자리를 잡기 시작한 30대 이후라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이변이 없는 한 지금의 삶이 내내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덜컥 겁이 난다. 나는 그랬다.

많은 사람이 평범한 전업주부였던 내가 스팀청소기를 개발하면서 어느 날 갑자기 인생 역전을 이룬 것으로 알고 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스팀청소기 사업을 시작하면서 인생에 새로운 전환점이 마련된 것은 맞다. 하지만 사업에 뛰어들기 전까지 주부로만 생활하지는 않았다. 대학 졸업 이후부터 스위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본부 사무원, 호텔리어, 교육부 공무원 등 다양한 직업을 거치며 커리어를 쌓아왔다. 모두 선망의 직장이었고 나 역시 많은 보람과 성취를 느끼며 최선을 다했다. 그런데 아무리 열심히 일하고 그에 상응하는 결과가 따라와도 ‘채워지지 않는 허기’가 있었다.

허기의 이유는 꿈과 현실의 괴리였다. 사실 나는 어릴 때부터 사업가를 꿈꿨다. 스스로의 힘으로 일궈가는 회사에 대한 로망이랄까? 가진 역량을 한껏 발휘할 수 있는 터전을 직접 만들고 싶은 바람이 있었다. 여러 가지 여건으로 사업 대신 취직을 택했지만, 꿈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커져만 갔다. 30대에 접어들면서 고위 공무원으로 자리를 잡고 평생을 함께할 배우자를 만나 결혼도 했다. 정년이 보장되고 보람도 있는 직장이었지만 재미는 없었다. 그즈음 사업 아이디어가 생겼고, 미련 없이 사표를 던졌다. 그때가 1999년, 서른여섯 살 때였다.



나는 적지 않은 나이에 모두 실패를 예견하는 스팀청소기 사업에 뛰어들었다. 잘 닦인 고속도로를 마다하고 굳이 가시밭길을 간다고 우려와 걱정이 빗발쳤다. 한동안 주변 친지에게 도움을 청하느라 ‘걸어 다니는 민폐’ 신세가 됐지만 ‘평생을 바쳐도 후회하지 않는다’는 확신 하나로 버틸 수 있었다. 그로부터 10여 년 후 스팀청소기는 국내 가전업계에 돌풍을 일으켰고 우리 회사는 최근 화장품으로 미국 시장에도 안착했다. 나도 미국의 경제전문지 ‘월스트리트저널’이 선정한 ‘2008 주목해야 할 여성 CEO 50인’‘포춘’지 선정 ‘2009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서밋’에 초청받는 등 세계가 인정하는 경영인으로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사람들은 내게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느냐’고 묻곤 한다. 하지만 내가 진정 기쁜 것은 ‘성공해서’가 아니라 ‘진짜 인생을 살 수 있어서’다. 이전까지 살아온 삶이 ‘가짜’였다는 얘기는 아니다. 그럼에도 지금이 ‘진짜 인생’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고난과 좌절조차 기꺼울 만큼, 이 일에서 진정한 보람과 행복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열정과 진심만 있다면 나이가 몇이든 진짜 인생을 시작할 수 있다고, 매일 설렘으로 가슴 뜨거운 삶을 살 수 있다고 외치고 싶다. 이것이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나의 이야기를 꺼내 든 이유다.

한경희 | ㈜한경희생활과학 대표 |

New Books

의심의 역사 _ 제니퍼 마이클 헥트 지음, 김태철·이강훈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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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에서 스티븐 호킹까지 혁신의 시대를 이끈 위대한 의심가들의 연대기’라는 부제가 붙은 책.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과학사와 유럽문화사를 전공하고, 현재 같은 대학에서 예술창작과 글쓰기를 가르치는 저자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동서양에서 진행돼온 ‘종교적 의심’에 대해 논의한다. 그가 관심을 갖는 것은 문명이 몰락하고 해체돼 의심이 팽배하는 시기다. 이때 출현하는 의심가들은 믿음을 부정하고 대안을 제시하면서 결과적으로 인류의 지적 발전에 중추적인 구실을 한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종교적 거장들이 위대한 말로 세계를 영원히 바꿔놓았다면, 의심도 신앙 못지않은 생동감과 열정으로 지혜로운 삶의 태도를 처방해왔으며 성실하게 진리를 추구해왔다. 믿음에 거룩한 성인과 순교자들이 있다면, 의심에도 … 위대한 영웅이 있었다.” 이마고, 725쪽, 2만8000원

티몬이 간다 _ 유민주·티켓몬스터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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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5월 서비스를 시작한 뒤 1년 반 만에 우리나라 ‘소셜 커머스’ 분야 1위 기업으로 성장한 ‘티켓몬스터(티몬)’의 성공 비결을 분석한 책. 티몬은 신현성, 신성윤, 권기현, 김동현, 이지호 등 1980년대 중반에 태어난 다섯 명의 ‘친구’가 한집에 모여 살며 자본금 500만원으로 창업한 벤처 회사다. 창업자 중 세 명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를 졸업한 뒤 컨설팅회사 등에 다녔고, 두 명은 한국 카이스트 재학시절 공동 창업을 했던 경험이 있다. 카이스트 졸업 후 미국 미시간대 대학원에 진학한 저자는 자신이 알고 있던 이 다섯 명을 서로 소개해준 뒤 어떻게 회사를 만들고, 발전시켜나가는지 곁에서 지켜봤다. 이 책에는 젊음과 열정을 무기로 창업에 도전한 젊은이들의 이야기가 생생하게 기록돼 있다. 부제는 ‘1등 소셜 커머스, 티켓몬스터 이야기’다. 이콘, 312쪽, 1만3800원

미국에서 태어난 게 잘못이야 _ 토머스 게이건 지음, 한상연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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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카고에서 로펌을 운영하는 노동 분야 전문 변호사 토머스 게이건이 독일에서 ‘진짜 복지’를 체험한 뒤 미국과 유럽이라는 상반된 두 세계를 비교한 책. 저자는 세계 최고 선진국으로 대접받는 미국이 실은 사회 안전망이 허술하기 그지없는 무한 경쟁 사회라는 사실을 장난스럽지만 날카롭게 꼬집는다. “미국 여자가 남자를 만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돈을 얼마나 잘 버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만약 돈을 잘 번다고 하면 옆에 있지만, 못 번다고 하면 그 자리에서 바로 일어난다”라는 내용은 일면 미국 여자를 비난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어지는 그의 주장은 “미국의 경우 가난한 사람이 많으므로, 결혼을 고민하는 여자라면 남자의 소득을 물어봐야 한다. … 전체 아동 중 빈곤 아동의 수가 4분의 1 가까이 되는 현실에서는 그러는 게 정상이 아닌가?”이다. 부키, 392쪽,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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