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방의 주인인 박원순(56) 시장은 무척 바쁘다.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게까지 일한다. 그래서 인터뷰 일정도 어렵사리 잡았다. 언론담당 직원 3명이 배석했다.
안철수 교수와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를 할 때의 털북숭이 같던 구레나룻이 워낙 강렬한 인상을 남겨선지 미끈한 얼굴이 낯설다. 마치 원시인에서 문명인으로 탈바꿈한 것 같다. 양복을 입었는데, 선명한 분홍색 넥타이가 눈길을 끈다. 부인이 골라준 것이냐고 묻자 고개를 끄덕인다.
“강요하더라고요.(웃음) 저는 별로인데 (이걸 매면) 사진이 잘 나와요. 그간 넥타이를 잘 안 매고 다녀서….”
시장이 된 후 외부 행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넥타이를 맨다고 한다. 예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제가 원래 폴라티를 좋아하거든요. 며칠 안 빨아도 되니까.(웃음)”
소셜 디자이너
▼ 보통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일하시나요?
“아침엔 늦어도 6시 반에 일어나야 합니다. 7시에 조찬이 있으니. 거의 매일 조찬이 있어요. 시장이 되기 전에도 한국에서 가장 바쁜 10명 중 하나였으니 새로운 건 아니죠.”
▼ 밤에도 늦게까지 일하시나요?
“가능하면 일찍 퇴근하려고 합니다. 공무원들을 위해서. 모임도 많고 해서 12시를 넘길 때가 많죠.”
▼ 서울시를 접수한 소감을 간단히 말씀하신다면?
“접수했다는 건 언론이 갖다 붙인 표현이고요. 사실 제가 지금까지 해온 일이 공공의 일이었어요. 이른바 소셜 디자이너라는 직책으로 한 일들이 행정에 관계됐던 거지요. 여기 와서 일하는 게 낯설지 않아요. 물론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된 문제와 관련해선 많은 분과 상의해야겠지요. 예전엔 좋다고 생각하면 밀어붙이면 됐는데. 그런 방식의 차이는 있지요. 그렇지만 업무 내용은 같아요. 포괄적이고도 미시적인 것을 다뤄왔기 때문에. 특히 희망제작소 시절엔 민간 싱크탱크로서 지방자치단체의 여러 정책을 다뤘죠. 제대로 받아주는 데가 별로 없었지만. 성공한 데도 있습니다. 커뮤니티 비즈니스 개념을 완주와 순천에서 도입해 성공했습니다. 지금 희망제작소 직원 세 명과 완주군 공무원들이 파견돼 있어요. 공무원들이 가진 전문성, 안전성과 새로운 시대의 생산력을 결합하면 새로운 시너지 효과가 생기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양복상의 바깥 주머니에 형광펜 2자루가 꽂혀 있다. 와이셔츠에 걸쳐 입은 조끼는 단추 하나가 풀어져 있다.
▼ 2040세대의 지지가 당선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보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는 세대 간 문제라기보다는 새로운 시대를 받아들이는 태도나 관점이 작용했다고 생각합니다. 50~60대는 아무래도 과거 사고방식에 사로잡힌 분이 많죠. 젊은 세대는 새로운 변화를 바라죠. 정치, 행정, 인물에서. 제가 내세운 정책도 변화를 반영한 거죠. 복지나 행정 패러다임의 변화.”
▼ 취임하고 나서 공약을 수정해야 할 필요를 느끼지 않았습니까. 최근 예산을 두고 시의회와 갈등도 겪는 것 같은데요.
“수정할 필요도 있죠. 인수위원회를 거치는 과정이 없었기 때문에 공약을 충분히 점검하고 가다듬을 시간이 부족했지요. 여러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고 시의회와도 계속 논의해서 내년 초에는 좀 더 정교한 정책을 발표할 겁니다.”
▼ 복지에 중점을 두는 거죠? 반대하는 쪽에서는 실생활 관련된 건설 예산을 늘리려는 거고.
“시의회 기본 역할이 견제와 감시니까 여러 측면에서 문제를 삼죠. 우리가 받아들여야 할 점도 있고. 법정기한 때문에 예산안을 취임 15일 만에 제출했거든요. 충분히 가다듬지 못한 면이 있지요. 예산 편성 과정의 줄다리기는 건강한 과정입니다. 시의회도 복지 확대에 반대하는 건 아니에요. 보편적 복지가 당론인 민주당이 잡고 있으니까요. 특별한 이견은 없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