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월호

치아가 콧속에? 왼쪽 턱 완전 마비?

임플란트 의료사고

  • 김유림 기자| rim@donga.com

    입력2011-12-22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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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플란트 부작용 상담 전년 대비 2배 급증
    • 감각 잃고 부서지고 냄새에 부종까지…
    • ‘전문병원’ ‘전문의사’ 없다, 가짜 학위증 거래도
    • “수익 올리려 자연치 안 살리고 무조건 임플란트 권한다”
    • 임플란트 제조사, 고비용 받아 의사들 여행 보냈다
    • 승소해도 2000만원 보상 받고 끝
    치아가 콧속에? 왼쪽 턱 완전 마비?

    임플란트 치료 모습.

    채모씨(52)는 요즘 양치를 하고 입을 헹굴 때마다 왼쪽 코에서 물이 줄줄 샌다. 그는 2010년 3월부터 경기 부천 모 치과에서 치아 6개 임플란트를 했는데, 2011년 9월 5번째 치아 임플란트를 시술하는 과정에서 잇몸에 박으려던 치아 보형물이 함몰돼 목을 타고 콧속으로 들어갔다. 당시 찍은 엑스레이 사진에 콧속에 박힌 치아 보형물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10월 두 차례의 수술 끝에 보형물을 빼내긴 했지만 채씨는 여전히 축농증에 걸린 것처럼 코가 맹맹하고, 아무리 코를 풀어도 왼쪽 코에 물이 찬 느낌이 든다. 남은 치아 두 개의 임플란트를 재개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박모씨(59·여)는 넉 달 전 임플란트를 한 이후 시술 부위에서 심한 냄새가 나 외출을 못한다. 박씨는 “아무리 양치를 해도 음식물이 오랫동안 부패한 것처럼 냄새가 나고 이 사이사이에서 치과 소독약 냄새가 끊임없이 느껴진다”며 “손자들도 ‘할머니한테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며 곁에 안 온다”고 하소연했다.

    감각이상, 부종, 출혈 등

    ‘생애 세 번째 치아’ 임플란트가 일반화됨에 따라, 임플란트 부작용을 호소하는 환자도 늘고 있다. 2011년 1월부터 11월까지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치과 관련 소비자 상담은 6440건. 이 중 20% 가까운 1262건이 임플란트 관련 상담이다. 임플란트 상담은 2008년 487건, 2009년 488건, 2010년 917건 등 증가세다.

    한국소비자원 의료팀 권남희 팀장은 “상담 건수가 늘어나는 것은 임플란트가 대중화됐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고질적인 부작용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임플란트 부작용 중 가장 많은 경우가 감각이상이고 다음으로 △부종 △피하출혈(멍) △통증 등이다. 또 임플란트 위에 치아보철물 장착 후 △나사풀림 △치아보철물 깨짐현상 등이 발생하며, 임플란트 주변 질환으로는 △임플란트 주위 점막염 △임플란트 주위염 등이 있다.

    대구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김모씨(57·여)는 2006년 12월 앞니 치료를 위해 대구 시내 모 치과병원을 찾았다. 원장은 “앞니보다 왼쪽 아래 어금니 두 개가 시급하다”며 즉시 임플란트를 권했다. 담당 의사는 김씨의 어금니에 8㎜ 구멍을 2개 내고 인공치근을 넣었다. 김씨는 “아픔을 잘 참는 편인데 치료 순간부터 고통을 참을 수가 없었다. 밤새 잠을 못 잤다”고 회상했다. 통증은 가라앉지 않았고 웃을 수도, 입을 다물 수도 없었다. 알고 보니 의사가 드릴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김씨의 하치조신경(아랫턱 감각을 담당하는 신경)을 건드린 것.

    김씨는 이후 신경을 살리는 수술을 수차례 받았으나 여전히 통증과 감각 마비는 나아지지 않았다.

    전화 통화 중에도 그의 발음이 부정확한 느낌이 들었다. 그는 “요즘도 아침에 일어나는 순간부터 잠들 때까지 아픔을 느낀다. 왼쪽 턱이 마비돼 얼굴형이 달라졌고 치료 받으러 다니느라 미장원은 늘 개점휴업이었다. 자신감도 잃고 우울증에 정신병원 상담까지 받았다. 잘못된 임플란트 때문에 5년이 송두리째 날아갔다”고 한탄했다.

    임플란트 부작용이 끊이지 않는데도 인터넷에서는 임플란트 관련 광고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임플란트 경력 14년 전문의’ ‘1만4000여 명에게 임상경험을 거쳤습니다!’ 등 경력을 앞세운 광고 문구가 많았고, 치아가 하나도 없는 잇몸과 임플란트 이후 새하얗고 건강한 이가 반짝이는 잇몸 사진을 대비해 시각적 효과를 노린 경우도 있었다. ‘금니 하나 가격에 임플란트를?’ 등 저렴한 가격을 내세우기도 했다. 치과 정보 공유 인터넷 카페에 허위 임플란트 경험담을 올리는 아르바이트도 성행한다.

    ‘월 8만원에 임플란트?’ ‘12개월 할부해준다는 말’

    12월13일 오후 ‘월 8만원이면 임플란트 가능!’이라는 문구로 인터넷 광고 중인 치과에 전화했다. 서울 강남에 위치한 이 병원에 “정말 8만원으로 임플란트가 가능하냐”고 묻자 병원관계자는 “임플란트 가격은 (다른 병의원과 비슷한) 개당 100만~200만원이고 최장 10개월 할부가 가능하다는 뜻”이라고 해명했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인터넷 광고는 허위·과장된 경우가 많다. 소비자들도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플란트가 ‘돈 되는’ 사업이기 때문에 임플란트에 주력하는 병·의원도 늘어나고 있다. 인터넷에서는 ‘임플란트 전문병원’ ‘임플란트 전문의’라는 광고 문구를 쉽게 볼 수 있는데, 사실 ‘임플란트 전문병원’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치과분야는 보건복지부에서 정한 전문병원 지정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욱 문제인 것은 자격 미달, 실력 미달 의사들까지 임플란트 시술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백모씨(30)는 2011년 10월 서울 서초구 신사동 한 치과에서 임플란트 2개를 심은 후 잇몸이 가라앉고 교합이 안 맞아 음식을 못 씹게 됐다. 백씨는 “부작용을 치료하려 찾은 다른 병원에서 ‘시술이 엉성하다. 전문의사가 시술한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알고 보니 처음 임플란트를 시술한 의사는 필리핀에서 치과의사 면허를 딴 후 한국에서 개업한 것. 백씨는 “사전에 이런 정보를 전혀 알 수 없었고 필리핀에서 의사 면허를 딴 것은 불법이 아니라지만 환자로서 속은 기분”이라며 억울해했다.

    한 ‘비양심 치과의사’는 한국에서 치과 면허를 취득하고 외국 유명 대학에서 치주학 관련 단기 연수과정을 마친 후 마치 해당 대학 치주과를 졸업한 것처럼 광고해 공정위에 적발됐다. 2011년 4월에는 미국 임플란트 학회 회원증을 위조해 치과의사 220여 명에게 판매한 치과의사 2명이 검거되기도 했다. 당시 경찰은 “임플란트 고객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영업에 어려움을 겪는 개원 치과의들이 임플란트 학회 명성을 얻으려고 가짜 회원증을 구입한 것”이라 설명했다.

    치아가 콧속에? 왼쪽 턱 완전 마비?

    김모씨의 진료 기록서. “애초 10㎜ 임플란트 시술을 계획하고 드릴링 했으나 날카로운 통증을 호소해 8㎜ 임플란트를 심었다”는 내용. 의사가 임플란트 시술 도중 아래턱 신경을 건드려 김씨는 6년째 통증에 시달리고 있다.

    10년간 임플란트가 저렴해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신동아’가 서울 시내 10개 병원에 전화로 문의한 결과 개당 80만원에서 300만원까지 편차를 보였다. 환자로서는 적정한 임플란트 가격이 얼마인지 궁금하다. 2011년 8월 네트워크치과 유디치과는 “재료비와 인건비를 다 합친 임플란트 최종 원가는 56만3000원”이라고 공개했다. 하지만 이것도 100% 믿을 수는 없다. 한국치과협회는 “의사의 시술 경험과 숙련도, 임플란트가 국산인지 외제인지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이라며 “유디치과가 지나치게 낮게 가격을 공개해 환자들에게 혼란을 줬다”고 말했다.

    한편 임플란트 가격이 과도하게 높아진 것은 임플란트 기자재 공급 업체의 높은 리베이트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공정위는 11월 임플란트 기자재 1위 업체인 오스템 임플란트에 과징금 6300만원을 부과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오스템 임플란트는 2007년 2월부터 800만~1000만원 이상 이상 자사 임플란트를 구매한 치과병의원에 해외여행 경비를 지원했다. 오스템 임플란트에서 해외여행 선물을 받은 치과의사는 총 96명, 지원금액은 67억원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드러난 것은 몇몇 업체의 경우지만 이미 임플란트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변종 리베이트가 생기고 있다. 벌금을 내는 것보다 점유율, 판매수익 면에서 리베이트를 해서라도 많이 파는 게 낫기 때문에 쉽게 근절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리베이트로 인한 비용 부담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임플란트는 국민건강보험 적용 대상이 아니다. 사설 보험이 있지만 이 역시 빛 좋은 개살구다. 현재 임플란트 보장을 받을 수 있는 치과보험을 출시한 회사는 단 세 곳. 하지만 세 회사도 치과보험을 주력상품으로 판매하지 않는다. 금융소비자 연맹 이기욱 팀장은 “보험사로서도 치과보험은 돈이 안 되고 분쟁 가능성도 높아 달가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치과보험을 가입했더라도 실제 임플란트 관련 보상을 받기가 까다롭다. AIA생명의 무배당 실속보장치아보험 광고에는 ‘치료비 부담되는 임플란트, 개수 상관없이 각 70만원 보장’이라 했지만 보험약관을 살펴보면 실제 보상 받기는 쉽지 않다. 이전에 충치, 잇몸질환 등으로 치아를 뽑을 것을 진단·확정 받은 경우는 보험금을 받을 수 없으며, 가입하더라도 계약일로부터 2년까지는 70만원을 보장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의사 “틀니말고 임플란트 하면 2배 이상 수익”

    그럼에도 임플란트 권하는 의사가 늘어나는 이유는 간단하다. 다른 치료에 비해 마진이 높기 때문이다. 2011년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가 밝힌 2012년 노인 틀니(75세 이상) 수가는 완전틀니 기준 95만원, 부분틀니(지대치 2개 기준) 164만원이다. 임플란트 가격에 비해 저렴하다. 실제 상당수 치과 의사가 “이익 때문에 틀니나 자연 치료 대신 임플란트를 권한 적 있다”고 고백하기도 한다. 충북지역 한 네트워크치과에서 근무했던 치과 의사의 말이다.

    “매출이 떨어지면 본사에서 압력이 들어오기 때문에 매출을 올리기 위해 비급여 항목인 임플란트나 보철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많은 환자를 봐야하니 저수가로 유인하고, 수지를 맞추려니 가능한 많은 임플란트를 매식하는 것이다. 학교에서 배웠던, 치아를 살리는 근관치료나 치주치료는 경제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할 수 없다. 상담실장 역시 임플란트로 유도하니 하루 종일 임플란트 시술만 하는 날도 있었다.”

    임플란트 부작용은 끊이지 않지만 관련 분쟁이 법정까지 가는 경우는 20% 내외다. 한국소비자원 의료팀 권남희 팀장은 “대부분 환자들은 통증, 감각 마비 등 신경적 통증을 호소하는데 이는 전문분야라 입증도 쉽지 않아 결국 환자가 패소하는 경우가 많다. 최대한 소송 이전에 양자가 합의할 수 있게 권한다”고 말했다.

    의료사고가족연합회 이진열 회장은 “치과 관련 소송은 보상액이 많지 않다. 승소해도 보통 2000만~3000만원 보상 받는데 그보다 더 많은 경비가 소요된다. 대부분 소송 전에 어쩔 수 없이 보상받고 끝내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임플란트 시술로 인해 왼쪽 턱이 마비된 김씨의 경우 3년간 소송 끝에 1500만원 보상을 받았다. 김씨는 “신경 수술, 임플란트 재수술, 소송비용 다 합쳐서 6000만원을 썼다. 소송에서 이겼다고 이익도 아니고 아픔이 나아지는 것도 아니다”라며 “상처뿐인 승리”라고 덧붙였다.

    한편 공정위는 2012년부터 임플란트 시술의 경우 시술 후 1년 내에 보철물 및 나사 풀림이 발생하면 무료로 재시술해주며, 1년 내에 3회 이상 보철물 및 나사 풀림이 발생하는 경우는 병원이 시술비 전액을 환급해주도록 규정했다. 반가운 소식이지만 채씨는 “신경 이상 등 피해를 입은 경우 어떻게 해서도 이전 상태로 되돌릴 수 없는데 이건 어떻게 해결해줄 거냐”며 분노했다.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즐거움을 위해 거액을 투자했지만 평생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은 임플란트의 피해자들의 분노는 사그라지지 않는다. 모 치과계 원로는 “관련 부작용을 시정하겠다”면서도 “임플란트 수술을 결정하기 전에 여러 병원에서 진찰을 받아봐야 한다. 고혈압, 당뇨 등 지병이 있다면 되도록 임플란트를 안 하는 게 좋다.

    무조건 임플란트부터 권하는 병원은 피하고, 최대한 자연치를 살리는 방법이 없는지 물어봐야 한다”며 환자 스스로의 각성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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