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눈에 띄는 건 섬세하게 세공된 황금 유물들. 꽃문양을 우아하게 새긴 머리장식과 금돼지 머리를 붙인 칼집, 돌고래 모양 장신구 등은 과연 명불허전이다. 구리나 은으로 만든 금속 공예품, 흙으로 빚은 그릇과 조각품 등도 그 시대 생활상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인상적이다.
스키타이는 기원전 8세기경, 지금의 우크라이나 영토인 흑해 북쪽 연안에서 태동한 민족. 이후 뛰어난 기동력을 바탕으로 중앙아시아, 시베리아, 중국의 북쪽에 이르기까지 광대한 지역을 단일 문화권으로 묶으며 유목문화와 황금문명을 전파했다. 고조선의 비파형동검, 신라 금관 등에도 이들의 자취가 남아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황금문명이 중앙아시아, 알타이, 몽골 등 유라시아 초원길을 따라 어떻게 한반도에까지 전파됐는지 보여주는 영상물을 상영하고, 관련 사진 70여 점을 전시해 문명에 대한 이해를 높인다.
전시 유물을 통해 다방면의 문화 교류 흔적도 살펴볼 수 있다. 전시품 중 사자와 독수리를 합친 상상의 동물 그리핀을 묘사한 주화와 장식판, 그리스 도기를 닮은 접시와 항아리 등은 스키타이 문명이 인접한 그리스 문명과 상호 영향을 주고받았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스키타이의 뒤를 이어 유라시아 초원을 호령한 사르마티족ㆍ훈족ㆍ아바르족 등 여러 유목민족의 유물을 함께 전시해 중세 유목민족 문화를 종합적으로 감상할 수 있게 한 점도 이번 전시의 매력이다.
1 화살통(기원전 4세기. 금)
꽃 문양, 동물이 싸우는 모습, 고대에 전래된 활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새긴 화살통.
2 황금가슴장식(기원전 4세기 중반. 금과 에나멜)
스키타이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세 부분으로 나누어 표현한 작품. 가장 바깥은 서로 싸우는 동물의 모습. 그리핀 두 마리가 말을 공격하는 장면과 멧돼지와 사자가 싸우는 장면 등을 반복적으로 묘사했다. 가운데 줄에는 새와 꽃과 나뭇잎이 있고, 가장 안쪽에는 양털을 깎는 두 남자와 우유를 짜는 여인, 어린이의 모습이 담겨 있다.
3 돌고래 모양의 브로치(서기 1~2세기. 금과 수정)
4 멧돼지 형상 장식품(기원전 4세기. 금)
5 황금칼집과 칼자루 장식이 된 검(기원전 4세기 말. 금과 철)
금판에 사자와 그리핀에 물린 표범 두 마리, 사슴 등을 새기고 야생 돼지 머리 장식을 달았다.
6 금으로 장식된 머리의상(기원전 4세기. 금)
비옥함의 상징인 동물 문양과 꽃 문양이 보인다. 소유자가 사회의 여제 같은 특별한 구실을 했음을 짐작게 한다.
7 야생 돼지 문양이 있는 칼집(기원전 6~5세기. 금과 에나멜)
스키타이 족장 무덤에서 발굴된 것으로 나무로 된 칼집의 앞면에 붙어 있었다. 웅크린 야생 돼지 문양이 양각으로 새겨져 있다.
8 머리의상을 위한 장신구(기원전 4세기 후반. 금)
단지를 든 여성 앞에 술잔과 검을 든 남자가 무릎을 꿇고 있다. 두 명의 남자가 뿔 모양의 술잔을 함께 들고 의형제가 될 것을 맹세하는 모습도 새겨져 있다.
■ 일정 | 12월1일~2012년 2월26일(12월26일, 2012년 1월30일 휴관) 오전 11시~오후 8시
■ 장소 |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2층(3, 4 전시실)
■ 가격 | 3000~1만2000원
■ 문의 | 02-580-1300, www.sac.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