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깡마른 햇살이 홀들을 흔들어 깨운다. 모든 홀이 남향으로 배치된 이 분지형 골프장은 새 둥지처럼 포근하고 아담하다. 궁정산성의 양 날개로 에워싸여 북서풍 찬바람이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다. 겨울엔 산 아랫동네보다 따뜻하고 여름엔 시원하다. 황금빛 잔디는 양탄자처럼 푹신해 발걸음도 가볍다. 홀마다 도사린 아름드리 동백의 검붉은 입술을 흘금거리며 아쉬운 발걸음을 내디딘다.
2003년 회원제로 개장했으나 2007년 국내 최초로 회원권을 환불해주면서 대중제(퍼블릭)로 전환했다. 연간 영업수익이 전국 10위 안에 들 정도로 평일에도 손님이 넘쳐난다. 정규 코스 18홀과 퍼블릭 코스 9홀로 구성돼 있는데, 특히 5만원에 캐디 없이 두 바퀴 돌며 점심까지 제공받는 퍼블릭 코스는 늘 여성 골퍼들로 붐빈다.
▼ 알쏭달쏭 골프상식
볼이 구분되지 않는 경우 _ 두 사람이 티샷을 했는데 볼이 같은 지역에 떨어졌다. 그런데 현장에서 누구의 볼인지 분간할 수가 없었다. 볼의 종류가 같은 데다 둘 다 볼에 아무런 표시를 해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두 볼 모두 분실구로 처리된다.
아크로CC 정규 코스(6867m)는 2003년까지 국내 최장거리를 뽐냈을 정도로 길다. 챌린지(challenge) 코스는 장거리 파4홀이 많아 프로들도 파 잡기가 쉽지 않다. 내리막 좌(左) 도그레그 홀인 1번홀(파5, 474m) 티박스에 들어서자 거의 모든 홀이 시야에 들어온다. 아일랜드 홀인 4번홀(파3, 130m)은 한반도 지형. 연못에 태극기가 꽂혀 있는데 독도를 상징한다. 8번홀(파4, 326m) 그린에선 ‘남쪽의 설악’이라는 월출산이 보인다. 스카이(sky) 코스는 2개의 파5홀이 다 짧아 버디를 욕심낼 만하다. 높은 언덕에서 아래를 굽어보는 1번홀(파4, 369m)에선 세컨드 샷을 할 때 왼쪽의 큰 해저드(연못)를 조심해야 한다. 4번홀(파3, 140m) 티박스 옆엔 큰 나무들이 우거진 그늘이 있는데 여름에 피서 장소로 이용된다. 6번홀(파5, 406m)은 핸디캡이 가장 낮은 서비스홀. 장타자는 투 온도 가능하나 스리 온 작전이 무난하다.
아크로CC 한길수 대표이사는 23년간 골프장에서 근무했다. 1984년 광양제철소에 입사해 포스코와 인연을 맺은 후 승주CC, 파인힐스CC를 거쳐 아크로CC에 닻을 내렸다. 대학강단에서 골프경영학을 강의하는 교수이기도 한 그는 발로 뛰는 경영가다. 직원들보다 일찍 출근해 코스를 점검하고, 지시사항을 반드시 현장에 가서 확인하고, 단체손님을 유치하기 위해 서울, 부산 등 대도시 골프연습장을 직접 돌며 홍보자료를 뿌린다. 그가 생각하는 명문 골프장은 흑자 내는 골프장이다. “아무리 골프장이 좋아도 툭하면 휴장하고 이익을 내지 못하면 명문이라 할 수 없다. 그건 명문이 아니라 귀족 골프장일 뿐이다. 손님 많이 들고 적자 안 내는 골프장이 명문이다.” “서비스산업이란 상대방 마음을 알아주는 것”이라는 신념을 가진 그는 도우미(캐디) 처우에도 각별한 관심을 기울인다. 도우미의 웃음 띤 얼굴이 고객 서비스의 출발점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새해를 맞아 30여 명의 도우미와 직원들이 동남아 관광을 떠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