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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현장에서 살다 현장에서 죽겠다”

‘일 중독’ 박원순 서울시장

  • 조성식 기자│mairso2@donga.com

“현장에서 살다 현장에서 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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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이 아닌 시민이 꿈꾸는 서울

▼ 전임 오세훈 시장은 ‘디자인 서울’을 내세웠는데 비판을 많이 받았습니다.

“저야말로 디자이너의 원조죠. 소셜 디자이너이기도 하고. 디자인진흥원에서 대한민국 디자인 홍보대사로 임명받았습니다. 도시 디자인은 남한테 보여주기 위한 외형적 디자인이 아니라 삶 속에서 우러나는 디자인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그간 외관을 꾸미는 쪽으로 진행돼왔죠. 그러다 보면 관 주도가 되고 획일화되죠. 디자인이 매우 중요한데 오히려 거부감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디자인 정책은 계속돼야 하지만 방향이 바뀌어야 한다고 봅니다.”

▼ 박 시장께서 꿈꾸는 서울시의 모습은?

“시장이 아니라 시민이 꿈꾸는 서울이 중요하죠. 그러기 위해선 시민들 얘기를 많이 듣고 일의 우선순위를 정해서 추진해야죠. 과거에 대권을 꿈꾸며 무리한 행동을 하고 눈에 보이기 위한 정책을 편 자리였다면 이제는 시민의 꿈을 실현하는 자리가 돼야 합니다. 저는 시민들이 굉장히 고통 받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삶이 무너져내리는 현장을 너무 많이 봤어요. 시민들의 고통과 스트레스를 줄여드려야죠, 그것이 주거든 일자리든. 동시에 행복할 수 있는 토양과 조건을 만들어드리는 거죠.



그것이 반드시 경제적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지나친 경쟁과 스트레스 속에서 피폐해진 사회를 다른 사회로 바꿔야 희망이 있습니다. 경제성장 4만달러를 목표로 삼은 지 오래됐는데도 아직 2만달러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건 정책이 잘못됐다는 거죠. 경제에 올인한다고 경제가 되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문화와 예술, 공동체, 공정한 배분, 교육 이런 분야가 더 소중합니다. 그런데 경제에 올인한다고 이걸 다 무시하니 경제마저 제대로 안 되는 상황이 된 겁니다.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되는 시대에 과거에 머물렀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 임기 중 이것만은 꼭 관철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정책이 있다면?

“저는 서울시의 먼 미래를 그려야 한다고 봅니다. 100년의 미래. 예컨대 도성 사대문 안을 어떻게 꾸밀지 청사진이 충분치 않아요. 외국에 가보면 딱 느낄 수 있습니다. 런던에는 뉴 런던 아키텍처 파운데이션이 있어요. 거기선 런던의 과거, 현재, 미래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모형이 있습니다. 베를린에 가도 구시청 별관에 그런 게 있어요. 도시가 그간 어떻게 발전해왔고 앞으로 어떻게 변화될지 자세히 나와 있죠. 시드니, 싱가포르에도 있고. 서울은 없어요. 먼 미래의 방향이 없는 거죠. 그런 그림들이 필요합니다.

복지는 기본입니다. 우리의 복지 수준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최하위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개인의 삶도 힘들고 경제발전도 한계가 있어요. 또 복지는 일자리와도 연결돼 있습니다. 내년에 복지에 800억원 이상을 투입할 겁니다. 현 상황에서 아이를 낳으라고 하는 건 말이 안 됩니다. 보육과 육아를 정부가 책임져줘야 여성이 출산을 하고 일자리가 창출됩니다. 이런 사회적 인프라 구축을 두고 포퓰리즘 논쟁이 이는 게 우습죠. 교육도 중요합니다. 우리의 미래는 국민의 교육 수준에 달려 있습니다.”

위키피디아의 시대

공무원들과의 소통에 대해 묻자 배석한 직원들을 쳐다보며 웃었다. “그건 직원들에게 물어봐야지.”

▼ 아이디어가 많아 독단적으로 결정할 때가 많다는 지적도 있던데요.

“서울시 업무가 워낙 방대해 아무리 똑똑한 사람이 와도 혼자 다 결정할 수가 없습니다. 행정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합니다. 브리태니커백과사전이 위키피디아로 바뀌었습니다. 대중의 집단지성이 수시로 업그레이드되고 그것이 또 진실에 부합하고 있습니다. 행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시장이나 간부들이 혼자 책상머리에 앉아 정책을 짜내서는 시시각각 변하는 현장을 따라잡기 힘들죠. 오전에 스마트 행정에 대한 회의를 했는데 좋은 아이디어가 많이 나왔어요. 이제는 시민들이 정책 입안가가 되는 시대입니다.”

▼ 향후 시민운동의 진로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박 시장께서 시민운동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컸기 때문에….

“이것도 과거의 패러다임으로 보는 겁니다. 이미 정부, 기업, 시민사회 간의 벽이 무너지고 있어요. 사회적 기업이 그런 겁니다. 착한 기업이 장수한다는 말도 그런 뜻이고. 시민단체는 비영리단체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비영리단체가 영리를 만들어내 공공이익에 이바지하고 있어요. 또 대기업이 사회적 공헌을 얘기하지 않고는 생존할 수 없습니다. 지역사회에 대한 공헌도 중요하죠. 시민사회도, 특히 복지 관련 단체나 풀뿌리 주민단체는 정부기관과 함께 호흡하며 보완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서울도 마찬가지입니다. 변해야 합니다. 보육시설 같은 걸 공무원이 다 할 수는 없잖습니까. 어머니들이 할 수 있죠. 학교 보안관도 아이들을 사랑하는 어머니가 하는 게 훨씬 낫죠.”

▼ 아름다운재단은 잘되고 있나요?

“잘된다고 합니다. 일부 언론에서 그토록 공격했는데도 2010년과 다름없이 모금했다고 합니다. 건전한 상식을 가진 시민이 늘고 있다는 뜻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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