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월호

안철수 정치참여 100일 비화

평화재단 관련된 ‘6인 회의’가 큰 그림 그려주다 와해

  • 송국건|영남일보 서울취재본부장 song@yeongnam.com

    입력2011-12-21 15: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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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시장 출마 오락가락 뒤 균열
    • “안철수에게 결정적 약점 있다”
    • 안철수 측 “윤여준은 기억할 것만 기억” 비판
    • 영웅적 이미지와 다른 모습 비쳐
    안철수 정치참여 100일 비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은 2011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판에 전격 등장해 신드롬을 일으켰다. 그의 ‘타이밍의 정치’는 여야를 뒤흔들고 있다. 한나라당이 ‘재창당을 뛰어넘는 변화’(박근혜 전 대표와 쇄신파의 12월14일 합의 내용)에 나설 수밖에 없도록 만든 것도 결국 안철수였다. 민주당을 비롯한 진보진영도 ‘안철수 효과’의 여파로 야권통합을 서둘렀다.

    안 원장은 9월2일 서울시장 보선 출마를 언급한 이후 100여 일 동안 적절한 시점에 절묘한 선택을 해왔다. 미리 타임스케줄을 짜놓고 이행해온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프로정치인의 동물적 감각을 가졌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여론의 흐름을 타는 정치’를 하고 있다는 의미다.

    나를 검증하지 말라

    ‘청춘콘서트’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출마 얘기를 했을 때가 첫 번째다. 당시 한나라당 후보에 대응할 범야권 후보가 누가 될지 관심이 쏠릴 때였다. 안 원장은 청춘콘서트라는 전혀 새로운 마당을 통해 출마 가능성을 열어 국민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2040세대’를 중심으로 인기가 치솟고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기 시작하자마자(9월6일) 박원순 변호사에게 서울시장 후보 자리를 전격 양보했다. 나경원 후보가 약진하자 안 원장은 선거를 이틀 남겨두고 박원순 후보 선거대책본부를 찾아 서울시민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A4 용지 2쪽 분량에 자필로 쓴 편지였다. 선거를 몇 차례 치러본 사람처럼 노회하기 이를 데 없는 행보였다.

    두 번째는 재산 사회 환원 발표다.(11월14일) 그는 안철수연구소 임직원들에게 e메일을 보내는 형식으로 자신이 보유한 연구소 주식 지분 37.1%의 절반(1500억원 상당)을 사회에 환원할 것이라고 했다. 다음 날에는 언론에 “그간 말해온 사회적 공헌을 행동에 옮긴 것뿐”이라고 짧게 말했다. 기부 발표를 계기로 대선주자 지지율에서 안철수는 박근혜를 여유 있게 따돌리기 시작했다. 당시 안 원장의 정치참여 이후 안철수연구소 주가가 치솟는 것을 두고 비판적인 여론이 나오고 있었다. 기부 발표는 이러한 여론을 잠재우는 효과를 냈다.



    세 번째는 신당 창당과 서울 강남 총선 출마설 부인(否認) 발표다. (12월1일) 이날 경기도 분당 안철수연구소 지하 1층 강당에선 연구소 측이 마련한 ‘사회공헌활동 계획’ 발표회가 열렸다. 김홍선 대표가 설명했지만 100여 명에 달하는 기자들은 강당 입구 쪽만 바라봤다. 안 원장이 격려차 발표회장을 방문한다고 연구소 측이 미리 언론사에 알렸기 때문이다. 안 원장이 도착해 마이크를 잡고 설명을 마쳤다. 기자들이 던진 첫 번째 질문은 “기부가 정치적 행보라는 시각이 있는데…”였다.

    안 원장은 기다렸다는 듯 말했다.

    “학교 일과 (기부) 재단을 설립하는 일만 해도 바쁘다. 다른 일에 한눈을 팔 여력이 없다. 신당 창당이라든지 강남 출마설 등 여러 가지 설이 있는데 전혀 생각도 없고 조금도 그럴 가능성이 없다. 정치 관련 질문은 그 정도 답으로 확실하게 말씀드린 것 같다.”

    그 정도 답으로 확실해진 건 하나도 없다. 그는 대선 출마를 여전히 열어두고 있었다. 동시에 앞으로 상당 기간 자기를 검증하지도 말고 건드리지도 말라는 메시지를 주고 있는 것이었다. 정치 9단의 솜씨였다. 그러나 기자들의 추가 질문을 막는 데에선 오만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안 원장은 박근혜 전 대표와의 맞대결 구도에서 계속 앞서나가고 있었다. 그가 신당 창당과 총선 출마설을 부인하자 정가에선 “총선을 건너뛰고 대선에 직행하려는 모양”이라는 해석이 우세했다.

    언론 플레이의 귀재

    안 원장의 행보는 박근혜 전 대표를 링에 빨리 올린 측면도 있다. 안 원장의 출현 이전인 2011년 8월까지만 해도 박 전 대표는 2012년 초에나 대외활동에 나선다는 대권플랜을 짜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젠 일정을 훨씬 앞당겨 전면에 등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박 전 대표는 날아오는 화살을 맞을 수도 있고 상처를 받을 수도 있다. 반면 안 원장은 느긋하게 관망하는 자세다. 대권 행보를 차분히 지켜보면서 맞춤형 대응전략을 짤 수 있다.

    안 원장은 보름 정도의 터울로 큰 발표를 한다. 언론 플레이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가 대표로 있던 시절 안철수연구소는 관련업계에서 언론 플레이의 귀재로 통하기도 했다.

    안 원장의 현란한 대권 행보와 관련해 세상에 알려져 있지 않은 그의 사적 모임인 ‘6인 회의’를 취재해봤다. 안 원장은 2011년 6월29일 시작한 ‘청춘콘서트’를 계기로 정치참여 결심을 굳혔다는 게 정설이다. 이때부터 안 원장은 생각을 같이 하는 사회 각계 인사들과 모임을 갖고 다양한 토론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6인 회의가 여러 차례 열렸다고 한다.

    6인 회의의 사정을 잘 아는 정치권 인사는 6인 회의의 구성원이 안철수 원장, 박경철 안동신세계병원 원장,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법륜 스님,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 최상용 전 주일대사라고 말한다. 이들이 수시로 모여 한국의 미래를 걱정하고 대안을 모색해나가는 모임을 가졌다는 것이다.

    이 6명은 청춘콘서트를 기획한 ‘평화재단’과 모두 연결돼 있다. 우선 안 원장과 박경철 원장은 청춘콘서트의 주 진행자다. 법륜 스님은 평화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윤여준 전 장관은 평화재단 산하 평화교육원 원장이다. 김종인 전 수석과 최상용 전 대사는 평화교육원에서 강의를 한 인연으로 6인 회의에 합류했다고 한다.

    한때 안 원장의 ‘정치적 멘토’로 꼽혔다가 지금은 멀어진 윤 전 장관에게서도 6인 회의라는 용어를 들을 수 있었다.

    ▼ 여섯 분이 모이면 주로 어떤 문제들을 논의하나요?

    “그건 뭐, 굉장히 다양한 논의를 하는 자리였다고 해야 하나? 정책적인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특별히 정해진 주제가 있는 건 아니고 그때그때 필요한 이야기를 하는 거죠.”

    ▼ 언제부터 이 회의가 열렸나요? 2011년 초부터라는 말이 있던데요.

    “그건 아니고. 청춘콘서트가 5월 하순부터 (기획이) 진행됐으니 그 이후죠.”

    “중요한 논의 했죠”

    ▼ 정기적으로 회동을 했는지요.

    “몇 번 하지 않았어요, 6인 회의라는 게. 다 바쁜 분들이라 한자리에 앉기가 굉장히 힘들어요. 안철수씨도 바쁘고 김종인씨도 그렇고. 그분들이 함께 앉기가 굉장히 힘들거든요. 그래서 여러 번 한 것은 아니고. 중요한 논의를 할 때만 몇 번 했죠.”

    ▼ 8월31일 6인 회의가 진행되던 도중에 안철수 원장이 서울시장 보선에 출마하겠다고 말했다던데요.

    “우리는 당초 하기로 했던 일이 있었어요. 그런데 본인이 서울시장 한다고 하니까 그것 때문에 우리 일이…. 뭐라고 해야 하나? 차질을 빚게 됐다, 그런 거죠.”

    ▼ 6인 회의가 ‘당초 하기로 했던 일’은 뭔지요.

    “‘국민운동’ 성격의 일을 하자고 그랬던 거거든요.”

    윤 전 장관은 “한국 정치에 대한 국민의 분노를 정치권은 별로 수용할 것 같지 않다. 그렇다고 폭발하게 놔두는 건 국가적으로 불행한 일이니까 막아야 한다, 우리라도 국민의 분노를 조직화해서 정치권을 향해 투쟁하자, 요구하자, 문제를 제시하고 바꾸자, 이런 운동이었다”고 설명했다.

    ▼ 이걸 구체화해나가는 과정에서 안 원장이 서울시장 보선에 출마하겠다고 하니….

    “그렇죠. 이 과정에서 ‘서울시장 나간다’고 했다가, ‘안 나간다고 했다’가 하니…. 저는 이 시점에서 빠져버렸거든요.”

    윤 전 장관은 다른 언론 인터뷰에서 “안철수 교수가 서울시장 선거에 나가겠다고 하고 2~3일 뒤에 아버지가 결사반대하신다고 못하겠다고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안 원장이 박원순 변호사에게 서울시장 후보 자리를 양보하기 훨씬 전에 이미 서울시장 출마를 포기했다는 의미였다. 이런 정황은 6인 회의의 이합집산 과정과 맞물려 들어가는 것이다.

    ▼ 다른 멤버들도 그 시점에 빠졌나요?

    “그건 모르겠어요. 좌우간 저는 그때 나왔으니.”

    6인 회의 멤버 중 5명은 언론에 보도됐던 인물이다. 그러나 최상용 전 대사는 안 원장과 연결돼 거론된 적이 거의 없다. 그는 2000년대 초반 일본 주재 대사를 지냈으며 2007년부터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와 희망제작소 고문으로 있다. 희망제작소는 안 원장에게서 후보직을 양보받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상임이사로 있던 곳이다. 안 원장이 만약 대선에 뜻이 있다면 최 전 대사는 안 원장의 취약지대인 외교안보 분야에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인물로 보이기도 한다.

    최 전 대사는 안 원장이 서울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보인 9월2일 청춘콘서트에 참석해 안 원장의 정치참여를 권유했다. 그는 당시 “우리 안철수 박사에게 정치를 권유한다. 안 박사는 영혼이 있는 기업이 꿈이었는데 꿈을 실천했다. 영혼이 있는 정치를 실현할 수 있는 드문 사람”이라고 한껏 치켜세웠다. 청중의 박수가 터져나왔다.

    일본에 체류 중인 최 전 대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6인 회의와 안 원장에 대해 언급하길 매우 꺼렸다.

    ▼ 청춘콘서트에서 안 원장에게 정치를 권유했던데요.

    “권유한 게 없습니다.”

    ▼ 안 원장은 자주 만나는지요.

    “아닙니다. 잘 모릅니다.”

    ▼ 6인 회의에 참석하셨다고 하던데요.

    “그건 전혀 모릅니다.”

    ▼ 말씀하시기가 난처하십니까?

    “아닙니다. 그냥 뭐, 한두 번 만난 것 가지고 바깥에 떠들고 다니는게 보기에 안 좋아서.”

    ▼ 안 원장과 만나 주로 어떤 이야기를 나눴습니까?

    “법륜 스님이나 김종인 박사가 다 말했던 내용 그대로고 제가 더 보탤 게 없어요.”

    안철수에 등 돌린 멤버들

    윤 전 장관은 “(6인 회의의 참석자는) 여러 단위인데 법륜, 나, 안 원장이 제일 소수이고 박경철 원장이 들어올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다. 외부 자문을 받을 일이 있으면 김종인 전 수석이나 최상용 전 대사도 참석하곤 했다”고 설명했다.

    6인 회의 멤버 중 일부는 이제 안 원장과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윤 전 장관은 안 원장에 대해 냉랭하게 말했다.

    ▼ 안 원장이 신당 창당을 하지 않겠다고 했는데요.

    “진작 신당 창당을 할 생각이었다면 안철수씨가 움직이지 않았겠어요? 그런데 움직임이 없었으니 할 생각이 없나보다 하고 짐작하고 있었죠.”

    ▼ 안 원장이 대권에 도전할 거라고 보나요?

    “잘 모르겠어요. 지난 석 달 사이에 전화 한 통 해본 적도 없고. 무슨 생각하는지 알 도리가 없죠 뭐.”

    ▼ 상황에 따라 정치권에 들어오려고 하지 않을까요?

    “이거고 저거고 알 도리가 없는 것이 본인과 얘기를 나눠봐야 짐작할 텐데. 그쪽 일은 꺼버렸으니까 알 필요도 없죠.”

    ▼ 3개월 동안 안 원장에게서도 연락이 안 왔나요?

    “연락할 일이 없죠. 우리가 사적인 연락을 할 관계는 아니고, 공적으로 아무 연락할 일이 없잖아요.”

    지금은 6인 회의가 전혀 활동을 하지 않는다. 안 원장이 서울시장 보선에 출마하겠다고 하다 안 하겠다고 오락가락한 이후다. 또한 안 원장은 공개적으로 윤 전 장관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당시 안 원장은 “제 멘토가 300분 정도 되고 이념 스펙트럼도 다양하다. 김종인 전 의원, 방송인 김제동·김여진씨 등 다양한 사람이 조언해주고 있다. 윤 전 장관이 인터뷰에서 많은 말을 했는데 솔직히 이젠 더 말씀을 말아달라고 부탁했다”고 밝혔다. 이후 윤 전 장관은 주변에 “안 원장이 대통령이 될 수 없는 결정적인 약점이 있다”는 말도 했다고 한다. 윤 전 장관은 모 언론에 “아버지가 결사반대하신다고 출마를 접던데, 참나, 그런 것도 안 따져봤나 싶더라”고도 했다.

    6인 회의에 참여했던 김종인 전 수석도 이젠 안 원장을 겨냥해 쓴소리를 하고 있다.

    “대통령에 조금이라도 생각이 있고 야심이 있다면 아주 정직하게 국민으로부터 내가 어떤 사람이라고 하는 평가를 받아야지, 저렇게 학교에 딱 숨어 밖에서 보이는 국민의 지지도만을 쳐다본다고 하는 것은 정치를 하려고 하는 사람으로서의 도리는 아니라고 본다.” (김 전 수석의 라디오 인터뷰)

    6인 회의가 와해된 뒤 안 원장에게 조언을 하는 인물은 누구일까. 정치권에서는 박경철 원장과 법륜 스님은 여전히 안 원장 곁에서 조력자로 머물러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여기에다 뜻을 같이 하는 몇몇 새로운 인물도 가세했다고 한다. 최근 들어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안 원장이 추진하는 기부형 공익재단의 법률자문 역을 맡은 검사 출신 강인철 변호사(45·법률사무소 A1)다.

    안 원장의 최측근인 박경철 원장은 언론 접촉을 일절 피하고 있다. 최근 어렵게 그와 전화로 연결됐다. 기자는 박 원장에게 “안철수 원장이 박원순 변호사에게 서울시장 후보를 양보하기 나흘 전 이미 출마를 포기한 상태였다”는 윤여준 전 장관의 주장에 대해 어떤 입장인지 물었다. 그는 웃기만 한 뒤 “노코멘트하겠다”고 말했다.

    “안철수는 ‘한다’고 말하지 않는 이상 하는 게 아니다”

    안 원장과 강인철 변호사는 오래전부터 친분을 쌓아온 관계라고 한다. 안 원장이 사회공헌재단 설립을 강 변호사에 맡길 정도면 두 사람 간 신뢰가 깊은 것으로 보인다. 강 변호사는 윤 전 장관의 주장에 대해 “그 조각은 아주 일부분이다. 그 뒤 과정은 윤 전 장관이 잘 모른다”고 대답했다. 안 원장 측이 윤 전 장관의 폭로성 발언에 대응하는 것은 이번 인터뷰가 처음이다. 다음은 강 변호사와의 일문일답이다.

    ▼ 윤여준 전 장관은 안철수 원장이 불쑥 서울시장 출마를 얘기하면서 6인 회의가 깨졌다고 하는데….

    “윤 전 장관은 새로운 정치를 위해 나름대로 정치 전략가로서 여러 가지를 분석하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안 원장이 젊은 사람들로부터 열화와 같은 반응을 얻는 걸 보고 ‘깜’이 된다는 그런 구상을 했던 것 같다. 원래는 ‘당을 만들어라’ ‘총선에 출마해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갑자기 오세훈 시장 사퇴가 터져 서울시장 보선이 생겼다. 안 원장은 신중한 사람이니 아마도 서울시장 정도라면 현재의 사회적 경험이면 할 수 있지 않겠나 이렇게 생각하고 이야기가 됐던 걸로 안다. 애초에 안 원장에게 정치참여를 강하게 얘기했던 분이 윤 전 장관이다. 안 원장도 기본적으로 사회를 바꿔야 한다, 잘못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강하다. 정치라는 방법보다는 사회운동, 국민운동 방법을 생각하고 있었다. 청춘콘서트도 이 일환이다. 그런데 갑자기 서울시장 선거가 잡혔다. 안 원장 입장에선 6인 회의에서 ‘정치를 하라’고 자꾸 떠밀고 있는 상태에서 ‘서울시장이면 하겠다’고 한 거다. 시장선거를 신중하게 검토해 보겠다는 것이었다. 안 원장은 자기가 100% 확신이 있지 않으면 ‘한다’라고 말하지 않는다. ‘한다’라고 말하지 않는 이상은 하는 게 아니다. 그런 상태서 윤 전 장관이 치고 나갔다. 기자들과 인터뷰 하면서 신당 창당 등등을 이야기했다. 윤 전 장관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식으로 몰고 갔던 것 같다.”

    ▼ 윤 전 장관은 최근 ‘안 원장이 박원순 변호사에게 서울시장 후보직을 양보하기 나흘 전에 이미 서울시장 출마를 포기했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선 어떤 입장인가?

    안철수와 윤여준의 ‘진실게임’

    “안 원장은 아마 윤 전 장관이 너무 치고 나가니까 ‘이건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신중해야 한다’는 말을 했을 것이다. 그걸 가지고 윤 전 장관은 그때 이미 포기했다는 논거로 삼고 있다. 기억할 것만 기억해 말하고 싶은 것만 말하는 것이다. 그 조각은 아주 일부분이다. 그 뒤 과정은 윤 전 장관이 모른다. 9월2일 이미 포기했다고 하는데 9월4일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해 ‘한나라당의 확장성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만일 그 시점에 서울시장 선거를 포기했다면 그런 식의 인터뷰를 할 때가 아니지 않은가? 당시 신중하게 출마를 고민하고 있었다. 윤 전 장관은 안 원장의 결심이 확고하지 않다는 느낌이 드니까 9월5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안 원장이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이 90%’라고 말했다. 나중에 9월2일에 포기했다면서 9월5일 인터뷰에선 “90%는 안 원장이 출마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건 안 원장이 그때까지 고민하고 있었다는 거다. 윤 전 장관은 안 원장을 꼭 출마시키고 싶었던 상황이었을 것이다.”

    ▼ 윤 전 장관의 계속된 ‘폭로성’ 발언에 지금까지 대응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저희들은 진실공방 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다. 다만 (윤 전 장관이) 자꾸 그걸 말씀하시고 쟁점이 되니까 그리고 지금 질문을 하니까 사실관계를 확인해주는 거다. 지금도 정리하자는 건 전혀 아니고 정리하자면 그렇게 된다는 거다. 윤 전 장관의 개인적 욕망과 현실이 불일치했던 것 같다. 윤 전 장관은 안 원장을 통해 정치적인 어떤 것을 실현해보고 싶었던 것 같은데 마음대로 잘 안 되니까 그런 식으로 정리한 게 아닌가 한다. 정치 정략가인 윤 전 장관은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꿈을 실현해보고 싶은 욕망이 있어서 그걸 서울시장 선거 국면에 활용해 전략가로서 성공점을 찍어보겠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마음대로 안 된 거 아닌가. 그러나 기본적으로 이 문제로 진실공방 하고픈 생각이 전혀 없다, 원로께서 안 원장을 아끼는 마음에 고언을 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 안 원장이 대선 출마 등 정치활동을 할 것으로 보나?

    “곁에서 지켜본 안 원장은 워낙 신중한 사람이어서 언행일치를 항상 염두에 두고 있다. 그는 자기가 쓴 글, 자기가 한 말에 따라 움직인다. 기존 정치인들이 행동하는 방식과는 완전히 다르다. 예를 들어 정치에 관심이 없다면 없는 거고, 창당 안 하겠다면 안 하는 거다. 하는 말을 지켜보면 어떻게 움직일지 알 수 있을 거다.”

    류경기 서울시 대변인은 박원순 시장과 안 원장의 11월27일 회동에서 박 시장이 안 원장에게 ‘신당 창당은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마치 안 원장이 박 시장의 권유로 신당 창당을 접었다는 뉘앙스였다. 이에 대해 강 변호사는 모 언론에 “박 시장이 제3당을 창당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간다는 것에 대해 안 원장은 고개를 끄덕인 정도에 불과하다”고 해명했다.

    일반적인 관측은 안 원장이 대권 도전 꿈을 꾸고 있을 것이라는 데 모아진다. ‘리얼미터’의 12월 둘째 주 여론조사 결과 안 원장은 29.0%의 지지율로 1위를 달렸다. 박 전 대표는 26.1%를 기록했다. 두 사람의 양자대결 구도에서는 안 원장이 53.4%로 박 전 대표(36.2%)보다 17.2% 포인트나 앞섰다.

    상상초월 방식 대선출마?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안 원장이 기성 정치와 유사한 방식으로 등장하는 순간 동일한 범주로 들어가 박살이 난다. 이런 맥락에서 안 원장은 상상을 초월하는 방식을 생각하고 있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나 안 원장이 대통령 자질 검증에서 약점을 드러낸다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안철수 정치참여 100일의 내막을 취재해본 결과, 그는 대중에게 비치는 영웅적 이미지와 달리 다소 우유부단하고 언론 플레이에 능하며 지인들과의 신의를 쉽게 깨뜨리는 기성 정객의 모습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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