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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호 한반도 소설

2012 코리아의 봄

2012 코리아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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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손짓으로 불렀으므로 김정은은 다가가 섰다. 그러자 수행원들은 제각기 발을 멈추고 둘을 위해 간격을 벌려준다. 날씨는 선선했다. 2011년 9월 중순의 오후. 평양 외곽의 평양방위사령부 소속 부대를 시찰하던 중이다. 다가선 김정은을 아버지가 올려다보았다. 아버지의 눈빛이 가라앉아 있다. 젖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정은아.”

“예, 위원장 동지.” 그렇게 대답하자 아버지는 희미하게 웃었다. 그러고는 낮게 말했다.

“아버지는 오래 못 산다.”

어금니를 문 김정은을 향해 아버지가 말을 잇는다.



“너한테 너무 큰 짐을 주고 떠나는 것 같구나.”

“위원장 동지.” “아버지라고 해, 지금은.” “예, 아버지.” “아무도 믿지 마라.” “예, 아버지.” “견제세력은 꼭 만들어놓아라.” “예, 아버지.” “충성경쟁을 하도록 만들어라.”

“예, 아버지.” 그러자 아버지가 길게 숨을 뱉는다. 젖은 눈동자에 미련이 가득 담겨 있는 것처럼 느껴졌으므로 김정은은 숨을 들이쉬었다.

“지도자 동지, 시행할까요?”

그때 이영호가 물었으므로 김정은은 생각에서 깨어났다. 이영호의 시선을 받은 김정은이 서류를 탁자 위에 놓았다.

“그러시오.”

당경공업부장이며 인민군 대장 직책을 겸한 고모 김경희가 들어섰을 때는 오후 4시, 이영호가 나간 지 30분쯤 지난 후였다. 앞쪽 자리에 앉으며 김경희가 묻는다.

“지도자 동지, 이영호가 다녀갔지요?” 김경희는 둘이 있을 때는 자연스럽다. 그것이 김정은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예, 전연지대 군단의 사단장급 인사 때문에.”

김정은이 말하자 김경희의 얼굴에 쓴웃음이 번졌다.

“그만하면 무난한 인사예요. 이 동무도 많이 자제하고 있어.”

시선을 든 김정은을 향해 김경희가 말을 잇는다.

“신중하단 말이죠. 자기 사람을 될 수 있는 한 줄이고 공평하게 처리하려고 해요.” “그런 것 같습니다.”

“당분간은 유화책으로 나갑시다. 지금처럼 말이죠.” “예, 고모님.” “고모라고 부르니 가슴이 먹먹하네.” 그러면서 김경희가 손으로 가슴을 쓸어내리는 시늉을 했다.

“당과 군이 있는 한 공화국은 안전해요. 다만.” 이제는 정색한 김경희가 김정은을 똑바로 보았다.

“당은 무력이 없으니 누르면 되지만 군 장악이 중요해요. 양지로 올라간 놈이 있으면 음지로 몰린 놈들이 있거든. 그놈들 관리를 잘해야 된단 말입니다.”

그러고는 김경희가 길게 숨을 뱉었다.

“위원장 동지께서도 생전에 그것을 가장 신경 쓰셨거든요.”

제2호위대 소속의 최명호 중좌는 이철진과 함께 제2호위대에서 김정일을 경호했다. 그런데 김정은 대장이 최고사령관 겸 지도자가 되면서 제1호위대 출신이 대거 중용되었고 2호위대는 소외됐다. 과거 김일성을 경호하던 제1호위대가 1994년 김일성이 사망하고 나서 김정일 경호대인 2호위대에 밀린 것과 같은 이치다. 다시 역전된 것이다. 약간 다른 점이 있다. 김정일은 당시 이미 2호위대를 자신의 경호대로 삼고 있었지만 김정은은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최명호 또한 이번에 임무가 바뀌었는데 2호위대는 벗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새 임무는 17호 별장의 관리다. 17호 별장은 함경남도 함흥 근처에 있으니 평양을 떠나야만 한다.

“넌 2군단이라고?”

2호위대의 순안구역 지부에는 고급군관용 휴게실이 있다. 휴게실 매점에서는 중국산 제품이 대부분이지만 의류에서 식품까지 상품이 많았으므로 군관이 많이 모인다. 휴게실에서 만난 최명호가 묻자 이철진이 쓴웃음부터 지었다. 이철진은 식품을 한보따리 사들고 있다.

“그래, 2군단 소속의 대대장이다.” 소문이 빠르다. 참모장을 만난 지 두 시간도 되지 않은 것이다. 둘은 휴게실 구석의 탁자로 다가가 마주 보고 앉았다. 휴게실에는 그들 외에 TV를 보고 있는 군관 둘뿐이다. 이철진이 표정 없는 얼굴로 말을 잇는다.

“아파트에는 그대로 있으라는군. 다시 보자면서 말야.” “박장우도 9군단으로 간다는 소문이 있어.” 최명호가 혼잣소리처럼 말했지만 이철진은 들었다. 둘은 외면한 채 입을 다물었다. 제2호위대장 강일국 상장은 이미 연초에 조성수 상장으로 교체된 것이다. 강일국은 군수동원사령부로 전출되었는데 좌천이다. 그때 이철진이 입을 열었다.

“우리가 무슨 죄를 지었단 말야?” 눈을 부릅떴지만 이철진의 목소리는 가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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