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2월호

우리가 아는 선비는 없다 外

  • 담당·송화선 기자

    입력2012-01-19 16: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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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가 말하는 ‘내 책은…’

    우리가 아는 선비는 없다 _ 계승범 지음, 역사의 아침, 304쪽, 1만4000원


    우리가 아는 선비는 없다 外
    근대의 문턱에서 식민지로 전락한 조선왕조에 대한 평가는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편이다. 조선의 지배이념이던 유교에 대한 평가도 호불호가 비교적 분명하다. 그런데 유교로 무장해 조선왕조를 독점적으로 지배한 선비에 대한 요즘 평가는 거의 칭송일변도다. 어떻게 이런 패러독스가 가능할까?

    그것은 선비를 ‘장님 코끼리 만지기’ 식으로 평가하기 때문이다. 어떤 이는 선비의 그림에 매료돼 선비에 감탄하고, 어떤 이는 선비의 시문에 빠져 선비를 음미한다. 어떤 이는 선비의 의리와 지조에 감동해 선비를 흠모하고, 어떤 이는 선비의 안빈낙도에서 인생의 맛을 느낀다. 어떤 이는 왕을 면전에서 꾸짖을 정도로 꼿꼿한 기상과 줏대를 높이 사 선비를 칭송하고, 어떤 이는 구도승과도 같은 선비의 일상에 감복해 선비를 되새김질한다. 그렇지만 이런 인수분해 식의 일방적인 평가로는 선비를 제대로 알 수 없다.

    나는 역사가다. 역사가는 연구 대상의 한 단면만 보지 않고 모든 면을 최대한 다 보고 종합적으로 해석한다. 특히 선비의 경우, 그들은 개인으로서는 전인격체의 이상적인 인간상이었으며, 사회적으로는 독점적 지배층이자 유일한 지식인 계층이었고, 정치적으로는 500년 조선왕조의 오랜 실세이자 주인공이었다. 따라서 어느 특정 사안만을 드러내 마치 그것이 그 선비의 전체 이미지인 것처럼 평가해버리면, 과장과 왜곡이 따를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의식으로 이 책에서는 선비를 청문회에 세운다. 당대의 보편적 가치, 현대의 보편적 가치, 지위와 직책에 주어진 임무 수행 능력 등을 기준 삼아 그들을 평가한다. 당대의 가치라면, 그들이 신봉한 유교의 가치로써 평가하겠다는 것으로, 자기들이 금과옥조처럼 입에 달았던 수기치인(修己治人)의 기준 그대로 선비를 평가한다. 현대의 가치라면, 인류 공동의 보편적 가치라는 차원에서 선비의 의식 구조를 살피겠다는 것으로 “선비가 권력을 잡으면 나라가 좋아질까?”라는 문제의식이 이에 해당된다.

    이 책에서 나는 선비에게 낙제점을 주었다. 왜냐하면 조선의 선비들은 공자와 맹자의 시각에서 보아도 수기와 치인에 모두 실패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지배층이자 지식인으로서 본연의 임무에 태만하고 책임을 지지 않았을 뿐 아니라, 미래에 대한 비전도 제대로 제시하지 못했다. 수기와 치인은 묵향으로만 머물렀을 뿐, 현실에서는 전혀 힘을 발휘하지 못했던 것이다.

    또한 선비 평가에 대한 아무런 기준도 없이 특정 일면만을 크게 부각해 편협하고도 일방적으로 선비를 치켜세우는 평가가 이 사회에 난무하기에, 균형을 잡기 위한 취지도 이 책의 집필 동기 가운데 하나다. 아울러, 이 책에서 제시한 역사적 인물들에 대한 평가 기준은 현재의 인물 평가에도 유용하게 쓸 수 있다.

    계승범 │서강대 교수 │

    바빌로프 _ 피터 프링글 지음, 서순승 옮김

    우리가 아는 선비는 없다 外
    바빌로프는 은하계를 도는 소행성과 달의 분화구에도 이름을 새겨 넣은 세계적인 과학자다. 이 책의 부제처럼 ‘20세기 최고의 식량학자’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그동안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19세기 말 제정러시아에서 태어나 ‘러시아 인민’을 위해 자신의 삶을 희생했으며, 그 과정에서 레닌의 후원을 받았기 때문이다. 굶주림에 시달리는 동포를 구하기 위해 15개 언어를 구사하며 세계 구석구석의 작물을 수집하고 종자를 연구하던 그는 스탈린에 의해 정치범으로 몰려 투옥돼 영양실조로 죽음을 맞는다. ‘인디펜던트’의 모스크바 지국장을 역임한 언론인 출신 저자는 20세기 초, 혼란스러운 역사의 중심에서 ‘먹을거리’를 연구하던 과학자가 정치와 음모의 희생양으로 사라진 역사를 생생한 필치로 정리했다. 휴머니스트, 535쪽, 2만8000원

    삶을 바꾼 만남 _ 정민 지음

    우리가 아는 선비는 없다 外
    한양대 국문과 교수로 다산 정약용 전문가인 저자가 다산과 제자 황상의 인연을 정리한 책. 다산은 1801년부터 1818년까지 전남 강진에서 유배 생활을 하며 여러 제자를 키웠다. 1802년, 열다섯 살 어린 나이에 다산을 만난 황상도 그중 한 명이다. ‘부지런하고 부지런하고 부지런하라’는 다산의 삼근계(三勤戒)를 마음에 새기며 공부한 황상은 스승이 서울로 돌아간 뒤에도 백적동 깊은 산속에 ‘일속산방(一粟山房·좁쌀 한 톨만한 작은 집)’을 지어놓고 공부에 전념했다. 다산의 다른 제자들이 스승의 후원을 기대하며 상경해 벼슬자리를 기웃거린 것과는 사뭇 다르다. 저자는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네이버 문학동네 카페에 ‘삶을 바꾼 만남’이라는 제목으로 황상의 삶을 되짚는 글을 썼다. 이 책은 연재물을 묶은 것이다. 문학동네, 591쪽, 2만3800원

    자유주의는 진보적일 수 있는가 _ 최태욱·이근식·최장집·고세훈·박동천 지음

    우리가 아는 선비는 없다 外
    자유주의는 본래 진보적이거나, 혹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일군의 학자가 모여 엮은 책.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자유주의는 본래 진보적인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자유시장주의나 경제적 자유주의로 연결되는 ‘자유지상주의’는 자유주의와 완전히 다른 이념이라고 지적하며 “자유주의는 법치주의, 입헌주의, 정치적 자유주의를 의미하는 것으로 만인 평등의 이념”이라고 한다. 그러나 고세훈 고려대 교수는 “자유주의가 정녕 진보적인 것이 되기 위해서는 노동계급 정치를 통해 개혁에 대한 현실적인 실천력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라고 주장한다. 세부적인 부분에서 의견을 달리하지만, 저자들은 한국에서 자유주의가 심각하게 왜곡·오용돼왔다는 데 공감한다. 이 기반 위에서 신자유주의를 대체하는 새로운 가치체계를 모색한다. 폴리테이아, 350쪽, 1만5000원

    편집자가 말하는 ‘내 책은…’

    프로이트 _ 피터 게이 지음, 정영목 옮김, 교양인, 각권 720쪽(전 2권), 각권 3만 원


    우리가 아는 선비는 없다 外
    인간 존재의 수수께끼를 푼 현대의 오이디푸스, 지크문트 프로이트. 그는 마르크스, 니체와 더불어 20세기 현대 철학의 지평을 연 3대 사상가, 또는 코페르니쿠스, 다윈에 이어 서구 지성사에 가장 심대한 변화를 일으킨 인물로 꼽힌다. 교양인 출판사에서 출간한 ‘프로이트(Freud : A Life for Our Time)’는 프로이트의 삶을 다룬 국내 최초의 본격 전기다. 미국의 역사학자이며 정신분석가인 피터 게이가 10여 년의 연구와 2년 반의 집필을 거쳐 탄생시킨 이 책은 오늘날 가장 엄정하고 믿을 수 있는 프로이트 전기로 평가받고 있다.

    이 책은 가난한 집안 출신의 명민한 유대인 소년이 세기말 빈에서 정신분석이라는 독창적 이론을 창시하고 세계적인 정신분석 조직의 수장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촘촘히 구성해 보여준다. 프로이트는 인간을 성(性)의 노예로 전락시켰다는 비판 속에서도 정신분석이라는 씨앗을 거대한 숲으로 일군 노련한 조직가였다.

    그는 자신의 꿈을 분석해 가장 은밀한 욕망과 충동을 낱낱이 드러냄으로써 정신분석을 창조했지만, 한편으로 사생활을 중시하는 부르주아로서 후대 전기 작가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메모나 편지 등 모든 기록을 없애버리려 했다. 이처럼 저자는 성(性)과 인간 정신에 대한 대담한 발견으로 시대와 불화했던 불온한 과학자이자 동시에 전형적인 19세기 부르주아 신사였던 프로이트의 양면을 깊이 있게 드러내 보여준다.

    저자 피터 게이는 미국 컬럼비아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했고 1969년부터 예일대에서 역사학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쳤다. 정신분석은 1940년대 말부터 그의 주된 관심사였다. 그러다 1970년대 중반 ‘웨스턴 뉴잉글랜드 정신분석 연구소’에서 정신분석 훈련을 받으면서 역사가로서 프로이트와 정신분석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후 역사 연구에 정신분석을 도입하면서 ‘역사학계의 프로이트’라는 이름을 얻었다.

    이 책에서 가장 독특한 점은 저자가 프로이트를 끊임없이 ‘정신분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즉 프로이트가 자신의 환자를 분석한 것처럼 프로이트가 한 실언이나 실수, 농담 등에서 프로이트의 무의식적인 충동과 욕망, 갈등을 파헤치는 것이다. 그 결과 이 책은 프로이트의 내적 삶과 외적 삶, 프로이트가 창시한 정신분석의 역사까지 삼박자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입체적인 평전이 될 수 있었다. 또한 마치 한 편의 역사소설을 읽는 듯 흥미진진한 서술 방식, 탁월한 문장 감각과 명쾌한 비유, 편향되지 않은 객관적 시각으로 최고의 전기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나르시시즘’ ‘투사’ 등 오늘날 일반 명사로 쓰이는 프로이트의 개념과 프로이트의 삶에 대해 알고 싶은 독자에게 이 책이 최적의 입문서가 되어줄 것이다.

    이승희 │교양인 출판사 편집장 │

    아름다움이 세상을 구원할 것이다 _ 이병훈 지음

    우리가 아는 선비는 없다 外
    모스크바국립대에서 러시아문학 석·박사 학위를 받은 저자는 그동안 ‘모스끄바가 사랑한 예술가들’ ‘백야의 뻬쩨르부르그에서’ 등의 저서를 통해 러시아의 문화 예술을 한국에 소개해왔다. ‘도스또예프스끼라는 우주를 여행하는 당신을 위한 안내서’라는 홍보 문구가 붙은 이 책에는 러시아 대문호 도스토예프스키의 삶과 예술을 담았다. 저자가 유학시절부터 모아온 방대한 자료와 국내 최초로 번역한 대작가의 동생 안드레이의 회고록, 저명한 도스토예프스키 연구가 L.그로스만의 기록 등이 눈길을 끈다. 2009~2010년 진행한 현지 취재를 통해 완성된 생생한 묘사가 읽는 재미를 더한다. 책 제목 ‘아름다움이 세상을 구원할 것이다’는 도스토예프스키 소설 ‘백치’의 주인공 미시킨 공작이 반복해서 하는 말로, 도스토예프스키의 예술관을 응축하고 있다. 문학동네, 348쪽, 1만6000원

    시장의 배반 _ 존 캐서디 지음, 이경남 옮김

    우리가 아는 선비는 없다 外
    자유시장주의자들은 개인의 이기적인 행동이 사회 전체의 효용성을 극대화한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에서 밝힌 ‘보이지 않는 손’이 시장의 균형을 찾아준다고 주장한다. 미국 주간지 뉴요커의 경제담당 기자인 저자는 이 같은 ‘시장 맹신주의’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의 원인이라며, ‘보이지 않는 손’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가 애덤 스미스, 하이에크, 프리드먼 등 자유주의 경제학자를 비판하는 도구는 케인스와 조지 애컬로프, 대니얼 카너먼 등 또 다른 유파 경제학자의 이론이다. 저자는 “어떤 기관이 시스템상의 위험에 빠질수록 더 철저히 통제해야 한다”면서 “금융제도를 통제하는 원칙대로 금융 파생상품과 복잡한 금융상품도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민음사, 494쪽, 2만5000원

    일제 초기 조선의 농업 _ 허수열 지음

    우리가 아는 선비는 없다 外
    ‘식민지근대화론의 농업개발론을 비판한다’는 부제가 붙은 책.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인 저자는 ‘조선은 스스로 몰락하고 있었으며, 일본의 조선 진출과 더불어 개발이 이루어졌다. 이때의 개발이 해방 이후 한국 경제 발전의 밑거름이 됐다’는 식민지근대화론을 철저한 허구라고 비판하며, 이를 증명하기 위해 1910년 즈음 조선 농업을 연구했다. 저자에 따르면 식민지근대화론 연구자들은 일제강점기 초 조선의 농업생산을 과소평가함으로써 위기를 강조하고, 일제에 의한 조선의 개발을 부각시킨다. 저자는 2007년 이영훈 서울대 교수가 계간 ‘시대정신’에 기고한 논문 ‘광기 서린 증오의 역사소설가 조정래ㆍ대하소설 『아리랑』을 중심으로’ 등의 오류를 비판하며, 이 교수가 인용한 조선총독부 농업통계의 허점도 지적한다. 한길사, 399쪽, 2만5000원

    저자가 말하는 ‘내 책은…’

    총각네 야채가게 _ 김영한·이영석 지음, 쌤앤파커스, 200쪽, 1만3000원


    우리가 아는 선비는 없다 外
    내가 총각네 야채가게를 처음 만난 건 2003년 3월 17일이다. 사업에 실패하고 산꼭대기 작은 아파트에서 아침 신문을 보고 있는데 기사 하나가 눈에 띄었다. 서울 강남 대치동에 총각들이 모여서 야채를 파는데 매우 잘된다는 것이다. 나는 마케팅 전문가임에도 불구하고 사업 실패에 대해 외환위기 핑계를 대고 있었다. 그때 젊은이들이 맨손으로 사업에 성공했다는 소식은 충격이었다. 며칠 후 그 야채가게를 찾아갔을 때는 더 놀랐다. 오전인데도 작은 가게에는 손님이 바글거렸다. 나는 이 충격을 책으로 써야겠다고 생각하고 가게의 성공코드를 읽어내기 시작했다. 가락시장에 가서 아줌마 고객들과 만나고 직원들을 인터뷰했다. 그리고 내가 고객이 돼 그 집의 과일을 계속해서 먹어보았다.

    과일장수 업(業)의 본질은 고객에게 싱싱하고 맛있는 과일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것을 위해 총각네 야채가게 이영석 대표는 하루에 100여 개의 과일을 잘라 먹어보고 매일매일 싱싱한 과일을 고르기 위해 새벽을 바쳤다. ‘일이 즐겁지 않으면 인생도 즐겁지 않다’는 신념을 바탕으로 직원과 고객이 함께 만들어낸 가족 같은 유대감, 무모해 보이지만 꼭 달성해내고야 마는 일일 재고 0%를 향한 도전도 인상 깊었다. 이 책을 쓰면서 나는 내가 왜 실패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동안 나는 내 이익을 먼저 생각하며 사업을 기획했고, 잔꾀를 부려서 고객을 유인하려 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영석은 고객을 위해 영혼과 온몸을 바쳐서 장사하고 있었다. 이것을 고객이 느껴서 이영석을 믿고 ‘총각네’를 찾고 있었다.

    이런 나의 느낌을 적어서 그해 9월에 책을 출간했다. 출간하자마자 폭발적인 반응이 왔다. 이 책이 젊은이에게는 창의와 열정을 깨워주는 구실을 했고 비즈니스맨에게는 고객정신과 품질에 대한 열정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국내 대기업에서도 이 책은 창의와 열정을 일깨우는 교과서처럼 읽혔고, 수많은 기업이 총각네 야채가게를 벤치마킹했다. LG전자가 직원을 파견해 체험학습을 시켰고 한국투자증권이 그곳에서 신입사원 연수를 시켰을 정도다. 외환위기 이후 실직 상태에 있던 젊은이들은 이 책을 읽으며 ‘배추장사라도 시작하겠다’는 마음을 먹고 창업전선에 뛰어들었다. 이처럼 젊은이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구실을 한 이 책은 2007년 동명의 뮤지컬로 제작돼 대학로에서 공연되기도 했다. 총각네 야채가게를 출간한 지 어언 8년이 됐지만, 아직도 ‘총각네’를 향한 관심은 식을 줄 모른다. 지난해 대기업은 경영 실적이 좋았지만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좋지 않았다. 일자리는 태부족이고 청년실업률은 최고조다. 외환위기 직후의 상황과 비슷하다. 이런 심리적 불황기에는 ‘총각네’의 가치인 열정과 도전이 큰 힘이 된다. 그래서인지 종합편성채널 채널A에서 올 1월부터 ‘총각네 야채가게’를 드라마로 제작해 방영 중이다. 맨손으로 세상을 움켜쥔 싱싱한 총각들의 이야기가 시청자에게 희망과 용기를 줄 수 있기 바란다.

    김영한 │마케팅 컨설턴트│

    현자들의 평생 공부법 _ 김영수 지음

    우리가 아는 선비는 없다 外
    ‘공자에서 모택동까지 공부하는 사람이 세상을 움직인다’는 부제가 붙은 책. 한국정신문화연구원에서 고대 한·중관계로 박사과정을 마친 저자는 그동안 ‘사마천, 인간의 길을 묻다’ ‘사기의 리더십’ 등을 써왔다. 이 책에서는 공자를 비롯해, 역사서 ‘사기’의 저자 사마천, 명문 ‘출사표’를 남긴 제갈량, ‘아Q정전’을 쓴 루쉰, 대장정 와중에도 손에서 책을 놓지 않은 혁명가 마오쩌둥까지 오늘의 중국 역사를 만든 인물 19명의 공부법을 소개한다. 마오쩌둥이 ‘밥은 하루 안 먹어도 괜찮고 잠은 하루 안 자도 되지만 책은 단 하루도 안 읽으면 안 된다’고 할 정도로 독서를 중요하게 여겼고, ‘세 번 반복해 읽고 네 번 익히라’는 뜻의 ‘삼복사온(三復四溫)’ 원칙을 철저히 지켰다는 이야기 등 구체적인 독서법 소개가 흥미롭다. 역사의아침, 376쪽, 1만5000원

    다윈지능 _ 최재천 지음

    우리가 아는 선비는 없다 外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인 저자는 ‘개미제국의 발견’ 등의 저작을 통해 대중적인 과학 글쓰기의 모범을 보여왔다. 다윈 탄생 200주년, ‘종의 기원’ 출간 150주년이던 2009년부터 ‘다윈 전도사’를 자임해온 저자는 이 책에서 “진화론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명 세계뿐 아니라 생명이 일구고 확장해나간 모든 사회 현상을 가장 포괄적으로 설명한다”며 “진화론을 제대로 이해하고 평가하는 작업은 오늘날 우리 앞에 산재한 문제를 해결하는 실질적인 방안을 찾는 데 도움을 준다”고 강조한다. 이에 따라 진화론의 근본 명제부터 현대 생물학의 최전선에 있는 첨예한 문제까지 망라해 다루지만, 결코 어렵지 않다. 학문적 깊이를 유지하면서도 초심자를 배려하는 탁월한 글솜씨 덕분이다. 부제는 ‘공감의 시대를 위한 다윈의 지혜’다. 사이언스 북스, 301쪽, 1만5000원

    조선의 9급 관원들 _ 김인호 지음

    우리가 아는 선비는 없다 外
    ‘하찮으나 존엄한’이라는 책의 부제는 ‘조선의 9급 관원’을 보는 저자의 시선을 보여준다. 한국역사고전연구소 연구원인 저자는 이 책에서 다양한 조선의 하급 관원을 소개한다. 그들의 삶을 보여주기 위해 각종 사료에 등장하는 이야기를 꼼꼼히 모았다. 사헌부 말단 ‘소유(所由)’에 대한 부분을 보자. 숙종 14년 장희빈이 왕자를 낳자 사가의 어머니가 뚜껑 있는 가마를 타고 궁을 드나들었다. 이 가마는 3품 이상 관리의 부인만 탈 수 있는 것으로, 왕자의 할머니라 해도 원칙적으로 잘못된 일이었다. 소유가 이를 적발하고 가마를 부쉈다. 그러나 이에 분노한 숙종은 소유를 때려죽이라고 명했다. 저자는 이처럼 ‘하찮게’ 대우받은 하급 관원을 ‘조선의 실핏줄’이라고 표현하며, 이들이 실은 조선왕조 500년을 가능하게 한 존재였음을 보여준다. 너머북스, 319쪽, 1만6500원

    저자가 말하는 ‘내 책은…’

    네 죄를 고하여라 _ 심재우 지음, 산처럼, 344쪽, 1만8000원


    우리가 아는 선비는 없다 外
    최근 들어 부쩍 사극이 인기다. 그런데 사극을 보고 있노라면 고증이 잘못된 부분이 종종 눈에 띈다. 특히 죄인을 문초하거나 형벌을 집행하는 광경은 대부분 잘못돼 있다고 보면 거의 틀림없다. 조선 후기에 나타난 길고 넓적한 곤장(棍杖)이 조선 전기, 심지어 고려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사극에서 보이는가 하면, 발바닥을 지지는 고문인 낙형을 가할 때 허벅지나 복근을 지지는 장면이 등장하는 등 일일이 지적하자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얼마 전 방영돼 큰 인기를 끈 SBS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에서도 잘못된 연출이 눈에 띄었다. 세종 임금 때에는 사용한 적이 전혀 없고 조선 후기에 도적을 다스릴 때 쓰던 고문인 ‘주리틀기’가 버젓이 등장한 것 등이 그 예다. 사실 법률과 형벌의 왜곡은 역사드라마에서만 나타나는 게 아니다. 조선시대 법집행 모습 하면 권력자에 의한 자의적 재판, 가혹하기 그지없는 무자비한 형벌 남용 등의 모습을 자연스레 떠올릴 정도로 사람들 머릿속에는 조선시대 법 운영에 대한 편견이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과연 그것이 사실일까? 문제는 법에 대한 이해가 당대 사회와 문화를 읽어내는 데 중요한 코드임에도 조선시대 역사 연구 과정에서 법률문화가 비중 있게 다뤄진 적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그렇다 보니 당시로서는 선진적 법률인 중국 명나라의 ‘대명률(大明律)’을 따르던 조선의 법률체계가 동시기 유럽의 그것에 비해 전혀 뒤지지 않는 합리성과 일관성을 지녔음에도 지금까지 평가절하돼왔다.

    필자는 지금까지의 왜곡된 인식에서 벗어나 객관적 시각에서 조선의 형벌과 법률문화를 조명해보고자 했다. 조선왕조실록, 경국대전(經國大典) 등 기본 사료뿐 아니라 당시의 사건·사고가 담긴 수사보고서, 형사판례집 등을 분석해 조선시대 죄와 벌의 사회사를 본격적으로 해부해보고자 했다고 감히 자부한다. 또 조선 사례만 제시하는 데서 나아가 같은 시기 중국·일본이나 유럽의 형벌, 고문 방식, 감옥·형구의 생김새 등도 연구해 비교사적 관점에서 조선의 형벌문화가 갖는 의미와 위상을 짚어보았다.

    압슬형, 낙형, 자자형, 주리틀기, 능지처사 등 이름만 들어도 간담 서늘한 형벌과 고문의 실제 집행 방법은 어떠했을까? 조선시대 사형 집행인이었던 망나니 중 일부는 사형수였다는 사실을 아는가? 감옥에서 고참 죄수가 신참 죄수를 괴롭히던 기상천외한 가혹행위에는 어떤 것들이 있었을까? 성리학적 가치 규범이 확산되면서 정절이라는 이름 아래 자살을 강요받았던 조선 여성의 삶은 또 얼마나 기구했을지. 조선 사회를 뒤흔든 사건·사고, 형장 풍경을 세밀히 살펴보고자 한 필자는 단순히 독자의 흥미를 끌기 위해 이 책을 쓴 것이 아니다. 조선시대 법률문화란 프리즘으로 당대 사회상을 분석함으로써,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법과 이를 운용하는 권력의 속성을 파헤쳐보고자 한 의도도 이 책에 담았다.

    심재우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솔섬 _ 안정효 지음

    우리가 아는 선비는 없다 外
    ‘하얀 전쟁’ ‘은마는 오지 않는다’ 등으로 유명한 작가이자, 150여 권의 책을 우리말로 옮긴 번역가이며, 동시에 ‘코리아 헤럴드’ ‘코리아 타임스’ 등에서 기자로 일한 언론인인 저자가 빼어난 현실 감각과 글 솜씨를 바탕으로 완성한 정치 풍자 판타지 소설. 소설 속 시간은 2007년에서 시작해 1945년으로 끝난다. 2007년 서해안의 작은 섬 솔섬 사람들은 ‘황송공화국’이라는 나라를 세우고 한국 정부로부터 독립을 선언한다. 이 작은 섬에서 정치인, 재벌, 조폭, 사기꾼이 뒤엉키면서 쿠데타, 정경유착, 비리, 사이버테러, 촛불집회 등 각종 사건사고가 펼쳐지는 동안 시간은 계속 거꾸로 흘러간다. 욕망과 탐욕으로 얼룩진 솔섬 ‘황송공화국’의 흥망성쇠는 굴곡진 우리 현대사와 작금의 정치를 되돌아보게 한다. 나남, 각권 296쪽(전 3권), 각권 1만1800원

    녹지대 _ 박경리 지음

    우리가 아는 선비는 없다 外
    ‘토지’의 작가 박경리가 1964~65년 ‘부산일보’에 연재했던 장편 소설. 완결 47년 만에 단행본으로 묶였다. 당대 청춘들의 삶과 사랑을 묘사한 이 작품은 작가 생전 ‘통속소설’로 치부돼 주목을 받지 못했다. ‘녹지대’는 서울 명동의 지하 음악 살롱. 20대 초반의 자유분방한 여성 하인애가 드나드는 곳이다. 인애는 김정현이라는 남자에게 절대적인 사랑을 바치지만, 베일에 싸인 여성과 삼각관계로 얽혀 괴로움에 빠진다. 인애의 사촌동생인 여대생 하숙배는 유부남 조각가와 사랑을 나누고, 인애의 친구이며 ‘양공주의 딸’이라는 콤플렉스를 지닌 윤은자는 유복한 집 자제 박광수, 신문기자 한철 등과 관계를 맺는다. 이들이 선보이는 다양한 사랑의 모습은 오늘 보기에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현대적이다. 현대문학, 1권 360쪽, 2권 342쪽(전 2권), 각권 1만2500원

    조선의 백과사전을 읽는다 _ 이철 지음

    우리가 아는 선비는 없다 外
    한국 최초의 백과사전으로 평가받는 이수광의 ‘지봉유설’을 비롯해 이익의 ‘성호사설’, 이규경의 ‘오주연문장전산고’ 등 조선시대 편찬된 백과사전을 소개하는 책. 성리학이 사회를 지배하던 시절, 실학자들은 성현의 말씀에서 벗어나 우주와 자연, 지리, 풍속, 언어, 기담, 음식문화 등 우리 삶의 모습에서 새로운 지식의 세계로 나아가고자 했다. 광범위한 책에서 발췌한 내용을 주제별로 분류해 편찬자 자신의 ‘의견(說)’을 덧붙인 책을 가리키는 ‘유설’이라는 이름답게, 당대의 백과사전에는 여러 주제에 대한 다양한 글이 실려 있었다. 저자는 그중 현대인에게 흥미로울 대목, 과거 시험장의 커닝 풍경과 ‘상하노소 막론하고 맞담배를 피우는’ 담배 문화, 지도·서양화 등 서양 문물에 대한 선비들의 감탄 등을 정리해 소개한다. 알마, 410쪽, 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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