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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김승호의 약초 이야기 ⑧

금(金)하고도 바꾸지 않는 지혈용 약초 삼칠

금(金)하고도 바꾸지 않는 지혈용 약초 삼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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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金)하고도 바꾸지 않는 지혈용 약초 삼칠

삼칠 뿌리와 잎, 줄기는 인삼과 닮았다.

간경화로 복수가 차오른 한 지인 이야기다. 극심한 독감까지 겹쳐 딱 죽을 지경이 되었다. 도리가 없이 병원에 입원했는데 치료 도중 내장출혈이 심해졌다. 혈액응고제를 써야 하는데 그러자니 심혈관을 틀어막는 혈전이 더 문제였다. 폐에서도 출혈이 생겼다. 지혈을 하면서 동시에 활혈(活血)을 할 수 있는 약은 현대의학엔 없다. 온갖 현대적 장비를 갖췄다지만 병원으로선 속수무책, 두 손을 들었다.

이분은 2년여 지난 현재까지 건강하다. 그동안 운동도 열심히 해서 몸이 전보다 더 좋아졌다. 병원에서 거의 사망선고를 받으신 분인데, 그냥 자연치유가 된 걸까. 당연히 아니다. 퇴원하고서 그이는 한 가지 약물을 가루 내어 계속 복용했다. 그 약물은 바로 삼칠(三七)이라는 약초의 뿌리 삼칠근(三七根)이다. 이 약초가 난마같이 얽힌 그의 병을 해결했다.

완도에 사는 환자 한 분은 만성 C형 간염으로 고생을 했다. 인터페론이 듣지 않고 약물 부작용도 심했다. 만성 피로와 식욕부진, 근육통과 관절통을 호소했다. 삼칠근을 가루 내어 3개월여 복용하게 했더니 혈액검사 결과 C형 간염바이러스가 나오질 않았다. 피로감과 전신통증이 눈에 띄게 개선됐다.

지혈 효과 탁월

중국에선 난치병의 하나인 재생불량성 빈혈에 이 삼칠근을 투여해 환자의 건강을 회복시킨 사례가 꽤 있다. 그중 한 예다. 14세 된 소년으로 기운이 없어서 말하기도 어려웠고 비위가 너무 약해져 음식도 먹지 못했다. 눈에도 총기가 없고 정신도 나른해 생기가 없어 보이는 아이였다. 그의 잇몸에서도 피가 났고 피부에는 멍이 든 것처럼 자반이 생겼다. 골수검사 결과 재생불량성 빈혈로 진단됐다. 그런데 익힌 삼칠근을 가루 내어 3개월을 복용하고는 모든 증상이 호전되었다.



삼칠근은 일반인에게 좀 생소한 약초이지만 과거엔 이런 말도 있었다. ‘북인삼(北人蔘) 남삼칠(南三七).’ 천하의 영약으로 이름난 인삼은 북방에서 나고, 삼칠은 남방에서 난다는 말이다. 삼칠이 대체 무슨 약초이기에 감히 인삼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명성을 얻은 걸까. 청나라 때 의가 조학민은 ‘본초강목습유’에서 이렇게 썼다. “인삼은 보기(補氣)제일이고, 삼칠은 보혈(補血)제일이다.” 인삼이 기를 보하는 데 으뜸인 약물임은 분명하다. 그런데 삼칠이라는 약초는 혈을 보하는 데 으뜸이라는 것이다.

또 다른 청대의 의가 진사탁은 이렇게 말한다. “삼칠근은 지혈(止血)을 시키는 신기한 약이다. 몸의 상 중 하의 출혈뿐 아니라 몸 밖으로 새는 모든 출혈에도 이 약 한 가지면 즉각 효과를 본다. 보혈하고 보기하는 약에 넣으면 그 효능이 더욱 신통하다.”

한방의 ‘편자황(片仔黃)’이란 약에 대해 들어보셨는지 모르겠다. 국내에서도 광동제약에서 한동안 편자환이란 이름으로 생산했다가 지금은 만들지 않는 듯하다. 중국 의술이 과장이 좀 있다는 점을 감안해도 이 약이 급만성 간염이나 간경화 등에 탁효(卓效)가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항생제가 안 듣는 일체의 염증성 질환과 좌상, 화상, 등창을 비롯해 치주염, 중이염, 인후통 등과 같은 소소한 질환에도 효과가 크다. 이 약의 주된 약재가 삼칠근이다. 성분의 85%가 삼칠근이고 사향과 웅담 등이 소량 들어간다.

중국 정부에서 그 처방 구성을 국가기밀로 숨기고 있다는 ‘운남백약(云南白藥)’도 삼칠근이 주된 약재다. 1924년 중국 윈난성의 곡환장이라는 한 중의사에 의해 만들어져 전국적인 명성을 얻은 운남백약은 타박으로 인한 골절과 출혈성 외상질환 등에 신통한 효과가 있다고 한다. 1970년대 초에 이 운남백약은 저우언라이 총리의 지시하에 운남백약 공장이 세워져 지금까지 외과의 성약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이 삼칠이 처음으로 소개된 것은 명나라 때 이시진의 ‘본초강목’에서다. 그러니까 16세기 전까지는 중국의 의가들도 이 약초에 대해선 잘 몰랐다는 얘기다. 근세에 와서야 본초서에 그 얼굴을 내민 약물인 것이다. 어쨌든 이시진은 “삼칠은 중국 광서성 반동의 깊은 산중에서 채취하는데, 뿌리를 햇볕에 바짝 말려 쓴다. 황흑색의 단단한 원추형 덩어리가 마치 백급의 뿌리 같다. 마디가 있다. 인삼의 맛과 흡사해 미감(微甘)하고 쓰다”고 적고 있다. 그리고 “다른 이름으로 ‘금불환(金不換)’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금불환’은 금과도 바꿀 수 없다는 뜻이다. 그토록 귀중한 약초라는 말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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