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이달의 경제보고서Ⅱ

성공한 괴짜기업에서 배우자

근무시간 선택하는 ‘셈코’ 임원·명령 없는 ‘고어’ 동료끼리 채용하는 ‘홀푸드마켓’

  • 노용진|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yjrho@lgeri.com

성공한 괴짜기업에서 배우자

2/3
성공한 괴짜기업에서 배우자
미국 델라웨어에 본사를 두고 있는 고어사는 1958년에 설립돼 2010년 기준 매출액 26억달러, 직원 수 9000명에 전 세계 30여 개국에 50여 개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비상장 기업이다. 우리에게는 ‘고어텍스’라는 기능성 의류로 잘 알려져 있다.

고어사에는 보스가 없다. 단지 옆에서 후원하는 스폰서가 있을 뿐. 공식 직함은 사장과 재무담당 임원, 딱 두 사람만 있다. 그마저 외부와의 관계 때문에 불가피하게 만든 자리다. 고어사의 현 사장인 테리 켈리(Terri Kelly)는 직원들이 뽑은 사장이다. 신입사원은 자신이 회사에서 무슨 일을 할지 스스로 정해야 한다. 고어사 구성원들도 처음에는 당혹스러워하며 적응하는 데 몇 개월이 걸린다.

보스가 없는 이상한 기업

그럼에도 이 회사는 31년 이상 연속 흑자 기록에 1969년에 600만달러이던 매출이 1990년에 6억6000만달러로 증가하면서도 부채 없이 성장했다. 그리고 경제전문지 포춘(fortune)이 발표하는 ‘가장 일하고 싶은 100대 기업’에 1984년부터 지금까지 연속 선정되는 몇 안 되는 기업이다.

고어사의 성공 비결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선물 경제(present economy)’라고 압축할 수 있다. 선물 경제란 제품 챔피언이 사업 아이디어를 갖고 동료들에게 그 가치와 성공 가능성을 설득해 사업팀에 참여해주기를 요청하고, 그에 동감하는 동료들은 자신의 경험과 지식 그리고 헌신을 제공한다(서로에게 선물한다)는 의미다.



연구원 데이브 마이어스(Dave Myers)가 엘릭시르(Elixir)라는 기타줄 사업을 제안한 경우가 대표적 사례다. 그는 전선 피복으로 사용되는 자사의 재료로 자전거 바퀴살에 실험적으로 코팅을 해본 결과 보호 작용을 훌륭히 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이를 기타줄에 적용하기로 하고, 음색이 변하지 않고 오래가는 새로운 제품을 만들기 위해 동료를 모았다. 팀에 합세한 동료들의 헌신적 노력을 바탕으로, 사업팀은 3년 후 경쟁사 제품보다 음색이 3배나 오래가는 제품을 개발했다.

직원의 창의성을 촉진하고 팀워크를 장려함으로써 성장을 도모하고자 하는 다른 기업들에 고어사는 닮고 싶은 모델이다. 실제 고어사의 독특한 경영 방식을 배우기 위해 많은 회사의 임원들이 고어사를 방문한다. 하지만 이들 중 대다수가 회의만 품고서 되돌아간다. 왜일까?

첫째, 고어에서는 누구도 다른 사람에게 명령을 내릴 수 없다. 고어의 리더들은 명령을 내릴 부하가 없고, 자발적으로 따르고 싶어하는 사람이 없거나 적으면 자연히 자신의 권한도 줄어든다. 관료제 조직에 익숙한 리더들에게는 이런 점이 불안스럽고 못마땅할 수 있다. 그래서 그들에게 연구대상은 되었지만 모방할 대상은 아니다.

둘째, 고어사의 경영 방식이 가장 효율적인 방식은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 마치 민주주의 정부가 독재 정권보다 삶의 질의 측면에서 낫다는 점은 명백하지만, 시간과 비용 면에서는 최선의 국정운영 방식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것과 비슷하다. 스피드가 중요한 사업이나 엄격한 관리가 요구되는 하이테크 제조업 조직과는 맞지 않는다.

셋째, 경영자는 대부분 관료주의의 낭비를 줄이는 일에 찬성한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자신의 자리를 위협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해당한다. 간접 조직과 계층 축소 등은 할 수 있지만 업무에 대한 자신의 통제권만은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창업자 빌 고어의 믿음과 철학

고어사가 이 같은 매우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경영방식을 채택하게 된 것은 창립자 빌 고어의 철학 덕분이다. 빌 고어는 듀폰사에서 16년을 근무한 엔지니어 출신이다. 빌 고어는 조직의 계층이 개인의 창의성을 억누른다고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두터운 공식 계층을 가능한 피하려고 했다. 또한 한 사업장 내 인원이 150~200명을 넘지 않도록 회사 방침으로 정립해, 구성원들이 서로 친밀한 분위기를 유지하게 만들었다.

1967년 빌 고어는 격자 조직이라는 수평적인 조직 구조 개념을 처음으로 도입했다. 이를 다듬어 1976년에는 ‘기업 철학 :격자 조직’이라는 문서를 전사에 배포했다. 그리고 종업원(employees)이라는 말 대신에 동료(associates)라는 용어를 사용하자고 제안했다. 임금 인상도 보스가 없으니 자연히 동료들의 의견을 반영해서 정하는 제도로 발전하게 됐다. 이러한 경영 방식들은 빌 고어의 철학에서 출발해 이후 조직을 움직이는 독특한 방식으로 진화했다.

이런 독특한 경영방식은 기업 속성상 고객의 선택과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산출물과 성과로 연결되지 않으면 의미도 없고 지속될 수 없다. 이런 점에서 사례로 살펴봐야 할 기업이 홀푸드마켓(Whole Foods Market)이다.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 본사를 두고 있는 홀푸드마켓은 1980년에 설립되어 2010년 기준 매출액 90억달러, 직원 수 5800여 명에 북미와 영국 지역에 300여 매장을 운영하는 유기농 식품 전문 유통업체다.

2/3
노용진|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yjrho@lgeri.com
목록 닫기

성공한 괴짜기업에서 배우자

댓글 창 닫기

2019/12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