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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

“한나라당 패(牌)도 모른 채 민주당에 올인”

한국노총과 민주통합당의 아슬아슬한 ‘신혼’ 한 달

  • 김유림 기자│ rim@donga.com

“한나라당 패(牌)도 모른 채 민주당에 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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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vs 반 한나라’ 지역갈등까지 확대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 23일 한국노총 산하 27개 연맹 중 전국항운노조연맹(항운노련), 자동차노련 등 10여 개 노조연맹 위원장과 일부 지역본부의장은 한국노총의 정치참여를 결정한 임시대의원대회가 무효라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 1월 중순 현재 양쪽 신문은 종결한 상황으로 1월 말 판결이날 예정이다.

최봉홍 항운노련 위원장은 “민주통합당 입당 여부를 결정하는 대의원회의에, 무자격자들이 참석했기 때문에 실제로는 의결 정족수에 미달됐다. 정당한 절차를 거쳐 한국노총의 민주통합당을 통한 정치참여 여부를 다시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만약 법원이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일 경우 한국노총의 민주통합당 참여는 법적 당위성을 잃게 된다. 그렇지만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다고 해서 한국노총의 민주통합당 참여를 원천적으로 막을 수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노총의 정치 세력화는 오래된, 하지만 멀기만한 꿈이었다. 한국노총은 1997년 대선을 앞두고 국민회의와 정책연합을 맺었고 2004년 총선에는 직접 녹색사회민주당(녹색사민당)을 창당해 후보를 냈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는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후보를 지지하며 한나라당과 정책연대를 맺었다.

하지만 한국노총의 정치세력화 시도는 매번 실패했다. 한국노총이 창당한 녹색사민당 역시 2004년 17대 총선에서 정당 지지율이 0.5%에 그쳤다. 총선 직후 당시 지도부는 총선 참패에 책임을 지고 전원 사퇴했다.



특히 한나라당과 정책연대는 뼈아픈 상처를 남겼다. 결국 이명박 후보가 당선됐지만 이후 정부는 타임오프제, 복수노조제 등을 시행하자는 노동조합법, 비정규직법 등 한국노총이 이른바 ‘노동 악법’으로 명명한 법들을 통과시켰다. 한국노총도 “한나라당과 정책연대 파기”를 주장하며 반발했지만 매번 정부안대로 끌려갔다.

18대 총선 때 한나라당 소속으로 금배지를 얻은 한국노총 출신은 단 4명. 이들마저 노동조합법 개정 당시에는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다. 특히 한나라당과 정책연대 체결을 적극적으로 이끌었던 이용득 당시 위원장(현 위원장)은 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한나라당 비례대표 후보로 뽑히지 못했는데, 당시 이 위원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으로 이용만 당하다 ‘팽(烹)’당했다. 나도 속고 한국노총도 속았다”며 한나라당에 직접적인 불만을 표시했다.

2011년 1월 치러진 제23대 한국노총 위원장 선거에 나선 세 후보는 모두 “당선 즉시 한나라당과 정책연대를 파기하겠다”고 공약했다. 실제 당선된 이용득 후보는 “한나라당과 정책연대가 부끄럽다”며 정책연대를 즉각 파기했다.

한국노총 “이번은 다르다”

한국노총은 “이번은 다르다”고 주장한다. 한국노총이 단순히 민주통합당의 영입대상이 아니라, 창당 과정부터 참여했고 최고위원회에 들어가 뜻을 반영시킬 수 있다는 것. 한국노총은 4월 전까지 최소 2만 명의 조합원을 진성당원으로 참여시키겠다는 구체적인 계획까지 갖고 있다.

하지만 한국노총 내부에서는 회의론이 자자하다. 한 산별노조 관계자는 “한국노총이 지금까지 정치 개입을 해서 덕 본 게 뭐가 있느냐”며 답답해했다. 그는 “한국노총 창립 이후 단 한 번도 ‘노동 악법’을 만들지 않은 정권이 없다.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정부 모두 마찬가지”라며 “다음 정권을 잡는 정당은 여야를 막론하고 또다시 한국노총의 노선에 반하는 ‘노동 악법’을 제정할 게 뻔하다. 결국 민주통합당도 선거 때 이용만 하고 우리를 버리지 않겠느냐”고 비관했다. 다른 한국노총 소속 노조 사무국장은 “지도부가 감투 욕심 때문에 한국노총 조합원 87만 명을 이용하고 있다. 한국노총 출신 1, 2명이 최고위원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한국노총은 노총 본연의 입장에서 노사 간 균형을 맞추는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총선과 대선을 앞둔 2012년을 시작하기도 전에 한국노총이 민주통합당 지지를 밝힌 것은 정치적으로 실패한 판단이라는 비판도 있다. 한국노총 전 지도부 인사는 “아직 여당 쪽에서 향후 노동정책을 밝히지도 않았는데 벌써 민주통합당에 줄을 서는 것은, 상대가 무슨 패를 가졌는지도 모른 채 무모하게 올인하는 격”이라며 “민주통합당이 다음 정권을 잡는다고 해도, 야당이 된 한나라당이 민주통합당에 대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할 거고, 결국 노동문제가 정치화돼 본질이 왜곡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국노총의 민주통합당 합세 이후 정부, 한국경영자총연맹(이하 경총), 한국노총이 함께하는 노사정위원회가 제 역할을 못하게 될 것이란 우려도 많다. 실제 이용득 위원장은 12월 28일 열린 회의에서 이희범 경총 회장의 퇴임을 요구했고 1주일 후에 열린 노사정위원회 시무식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본래 병환으로 입원한 이 위원장 대신 부위원장급이 참석하기로 했으나 이 역시 마지막에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경총 관계자는 “한국노총 측에서 민주통합당과 합세해 문제를 해결하기로 했으니 더는 경총, 정부와 대화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한국노총 택시노조 측 관계자는 “한국노총의 상대는 한나라당이 아니라 경총으로, 노사 간 합의를 통해 노동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기본이다. 노사정위원회를 무시한다면 한국노총의 행동은 정당화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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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림 기자│ r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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