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잠잠한가 싶었더니 또 ‘아프리카 책임론’을 놓고 얼굴을 붉혔다. 미국과 중국이 주인공이다. 이번엔 조니 카슨 미 국무부 아프리카담당 차관보가 불을 지폈다. 카슨 차관보는 2011년 12월 22일 “아프리카에서 석유와 가스, 광물을 마구 사들이는 중국은 책임 있게 행동하라”고 공격의 포문을 열었다. 그는 “중국이 아프리카에서 노동력을 고용할 때는 현지 노동법을 지키고 적절한 임금을 주는 한편, 아프리카 인력을 제대로 교육하고 기술도 전수해줘야 한다”며 “중국이 자국의 값싼 노동력을 아프리카로 대거 불러들여 현지 고용이 크게 악화되는 상황을 우려한다”고 말했다.
앞서 2011년 6월에는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아프리카 순방 중 “아프리카 나라들은 중국의 신(新)식민주의를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과 아프리카는 식민지 침략을 겪은 나라들로 평등과 존중의 중요성을 알고 있다”고 맞받았다.
아프리카를 놓고 벌어지는 이 논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00년대 들어 미국뿐 아니라 유럽연합(EU)도 “중국이 아프리카에서 ‘자원 포식자’의 위치를 점하고 있으며, 아프리카에 대한 중국의 대규모 지원은 윈-윈 협력이 아닌 자국의 경제적 이익 추구를 위한 일방적이며 불균형한 관계”라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인다. 국내 언론도 외신 보도를 인용해 ‘자원 식민지 전략’ ‘아프리카 자원 싹쓸이’라는 제목으로 서방의 시각을 전한다.
“중국의 신식민주의 경계해야 한다” 는 미국
그러나 이러한 서방의 비난과 경고를 기자는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 중국과 아프리카 관계가 서방 국가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실제로도 불균형한 상태일까? 중국의 대(對)아프리카 정책이 ‘자원 포식자’로서의 목적으로 진행될까? ‘윈-윈’을 목적으로 한 정책은 없을까?
이 의문을 풀기 위해 우선 아프리카와 중국, 아프리카와 미국의 무역 품목을 비교해보자. 에 따르면, 2008년 중국과 미국의 대아프리카 무역 양상은 놀랄 정도로 유사하다. 가장 비중 있는 수입 품목인 광물연료의 경우, 중국은 아프리카로부터 전체 광물연료의 83.9%를 수입한다. 같은 품목을 미국도 아프리카로부터 86.1% 수입하고 있다. 귀금속을 비롯해 대부분의 품목에서도 차이가 거의 없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생산하는 석유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국가는 미국(37%)이고, 그 다음은 중국(19%)이다.
아프리카의 고용률은 어떨까. 중국 기업들이 아프리카에 중국인 노동자를 대거 투입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2008년 45억 달러의 경협차관을 얻은 카메룬은 그 돈으로 황폐화된 도로·항만·주택 등을 건설한 뒤 석유로 빚을 갚아나가는데, 건설공사는 중국 업체의 몫이다. 인구 1750만 명의 앙골라에 중국인 20여만 명이 들어왔다. 지난해 9월 취임한 마이클 사타 잠비아 대통령은 선거 기간 내내 중국 투자를 비판해왔고, 당선 직후엔 중국 기업의 투자를 전면 재검토한다고 밝혔다. 구리와 코발트 등 천연자원 시장을 열어줬는데, 300여 개 중국 기업은 주로 중국인 노동자를 채용해 잠비아 고용사정이 개선되지 않는다는 불만이다.
그러나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고용률을 높이기 위해 중국이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중국은 2006년부터 본격적으로 아프리카 각국에 10여 개의 특별경제구역(SEZ·Special Economic Zone)을 세워 노동집약적인 소비재산업을 옮기고 있다. 1990년대 말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이 제창한 ‘밖으로 나가라(走進去)’는 해외 진출 전략에 따른 것인데, 자국의 경제특구 개발 경험을 활용한 투자 전략이기도 하다. SEZ는 중국의 의지가 아니라 아프리카 국가들의 적극적인 구애로 성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각국 정부는 SEZ에서 60개의 중국 기업이 가동될 경우 최소 6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은행(IBRD)도 “중국의 SEZ는 장차 아프리카 각국의 고용 창출과 외환보유고를 늘리는 중요하고도 다각적인 수입원 중 핵심적인 시설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국만이 아프리카에서 자원을 빨아들이고, 아프리카 현지인을 고용하지 않는다”는 미국과 서방 국가들의 비난이 균형 잡힌 시각이라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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