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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능한 국가정보원’ 논란

“원장이 이너라인에 의존…정통 정보엘리트 떠나” (MB정권 국정원 고위직 출신자 증언)

  • 송국건│영남일보 서울취재본부장 song@yeongnam.com

‘무능한 국가정보원’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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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정보원’

‘무능한 국가정보원’ 논란

2011년 12월 19일 조선중앙TV가 김정일 사망을 알리고 있다.

결국 대북정보 수집망에 큰 구멍이 났음을 의미한다. 대북첩보를 총괄하는 국정원이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다. 정치권 일부 인사는 “동네 정보원”이라고 말한다. 국정원은 지금 엄청난 예산을 자유롭게 쓰고 있다. 2011년 국정원 예산은 특수 활동비 명목으로 4963억 원이었다. 이외 예비비 3000억 원과 알려지지 않은 예산 등 1조 원에 가까울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국정원 예산이 무더기로 통과될 때 대부분 북한정보 수집에 쓰인다고 보고됐다. 그 많은 예산을 북한정보 수집에 쓰면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국민은 답답해한다”고 했다.

전직 국정원 직원과 대북 전문가는 국정원의 무능과 관련해 이유를 두 가지 맥락에서 찾았다. 첫째는 북한과의 대치를 풀고 대화를 중시했던 김대중·노무현 정권을 거치면서 대북정보 수집을 위한 인력과 장비가 대폭 줄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이명박 정부 들어서도 인식 부족과 내부 문제로 인해 복구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보기관의 정보 수집 방법은 대개 두 가지로 나뉜다. 사람을 상대로 정보를 캐내는 ‘휴민트(HUMINT·human intelligence)’와 최첨단 장비를 사용해 정보를 얻어내는 ‘시진트(SIGINT·signal intelligence)’가 그것이다. 북한 내부 인사의 진술로부터 대북정보를 얻는다면 휴민트에 해당한다. 시진트에는 레이더나 통신감청용 장비가 동원된다. 김일성 사망 당시 우리 정보기관은 통신첩보활동으로 관련 내용을 신속히 입수했다.



휴민트와 시진트를 융합할 때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북한 고위 인사를 포섭해 김정은이 자주 가는 별장을 알아낸 뒤 인공위성으로 이 지점으로 차량들이 이동하는지를 집중적으로 감시하면 김정은의 실시간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김대중·노무현 정권이 휴민트와 시진트 운용에 필요한 예산을 대폭 감축하고 인원과 장비를 줄이는 바람에 이 두 가지가 동시에 무너졌다고 한다. 국정원의 한 직원은 “휴민트는 결국 돈 아니냐. (북측 정보원을 돈으로 매수해야 이 정보원이 고급 정보를 알려준다는 의미로 해석됨) 예산을 줄이면 휴민트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김대중·노무현이 괴물로 만들어”

그뿐만 아니라 정서적으로 정보요원의 사기를 꺾는 일이 비일비재했다고 한다. 김대중 정권 시절 국정원 차장을 지낸 김은성 씨는 김정일 사망 후인 지난해 12월 24일 자신이 몸담았던 김대중 정권을 ‘좌파정권’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좌파정권 10년간 ‘역사 바로 세우기’ ‘과거사 진상규명’으로 과거 좌익사건을 모두 뒤집어엎어버림으로써 정보기관이 얼굴을 들지 못하게 했다. 국가정보기관을, 사건을 조작해 민주투사를 죽이고 폭압을 한 괴물로 만들어버렸다. 국정원은 물론 군·검·경의 공안(公安) 능력마저 축소시켰다”고 했다. 이어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은 국정원 보고서를 읽을 가치가 없다 하여 무시해버렸다. 독대보고도 중단시켰다. 국정원 보고서를 읽지 않는다고 많은 사람에게 자랑(?)했다. 국정원 요원들은 일할 의욕을 상실했다. 정보 사용자가 천시하는데 누가 열심을 내겠는가”라고 했다.

취재 결과 김대중 정권 출범 직후인 1998년 4월 1일 안기부(국정원의 전신)는 대북정보라인 조직개편을 명분으로 서기관급 이상 직원 581명에 대해 사실상 퇴출 조치를 취했다. 특히 대북정보라인을 중심으로 2급 이상 간부 33명이 무더기 퇴직했다. 이 시기 대공 업무 담당 경찰 2500여 명, 기무사 요원 600여 명, 공안검사 40여 명이 해직됐다는 주장도 있다.

이해 12월 안기부에서는 300명이 추가 명퇴했다고 한다. 김대중 정권 10개월 만에 북한 담당 인력을 중심으로 900여 명의 안기부 직원이 나갔다는 것이다. 이듬해 1월 안기부는 국가정보원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신규 직원 500여 명을 뽑아 보충했다고 한다.

“김대중 정권이 우리 정부를 위해 북한 내부에서 활동하던 정보원 명단을 북측에 통째로 넘겨주는 바람에 보위부에 줄줄이 체포됐다”는 다소 충격적인 증언도 최근 나왔다.

정보당국은 휴민트 체제가 무너진 후 북한을 오가는 중국인, 조선족에게서 첩보(정확한 정보로 확인되기 전 단계의 정보)를 수집했지만 그 수준이 매우 낮았다.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 중 일부는 자기 과시나 돈을 더 받기 위해 거짓 첩보를 남발했다. 이 바람에 오히려 혼선이 가중되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이에 따르면 정보당국이 김정일 사망을 알아내지 못한 일차적 책임은, 북한의 눈치를 살피느라 대북정보 수집체계를 허물어버린 김대중·노무현 정권에 돌아가는 것으로 비친다. 노태우 정권 시절 대북 밀사로 활동한 박철언 전 안기부장 제2특보는 “북측과 대화하더라도 대북정보 수집을 철저하게 해야 한다. 상대에 대해 많이 알면 대화를 원활히 풀어나가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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