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interview

“기업 활동으로 얻은 이익, 공동체와 나누는 것이 기업가의 정도죠”

한국형 ‘엘 시스테마’ 후원하는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 송화선 기자│spring@donga.com

“기업 활동으로 얻은 이익, 공동체와 나누는 것이 기업가의 정도죠”

2/4
1959년 금호가 학교법인을 세운 것도 당시의 사업규모에 비춰보면 큰 도전이었다. 박 회장은 “선친이 광복 후 창업한 ‘광주여객’이 6·25전쟁으로 큰 타격을 입은 상태였다. 1959년은 기업을 회복시켜 조금씩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던 때다. 회사에 여유자금이 있었을 리 없다. 하지만 주위 사람들에게 ‘광주에 여자 학교가 너무 없다’며 ‘더 늦기 전에 교육 사업을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고 들었다”고 회고했다.

“당신께서 가난한 집안 환경 탓에 많이 배우지 못한 데 대한 한이 있으셨던 것 같아요. 학교가 없거나 가정형편이 어려워 무학자가 되는 사람이 생기면 안 된다고 늘 말씀하셨죠. 학교 설립을 위해 직접 지역인사들을 찾아다니며 뜻을 모으셨어요. 그 마음에 공감한 여러 독지가가 물자를 무상으로 공급하고, 건설비는 후불로 치르도록 양해해준 덕분에 광주중앙여중고가 세워진 겁니다.”

박 회장은 이런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많은 것을 가져야만 다른 사람과 나눌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걸 배웠다”고 했다.

음악 영재 지원 사업

금호는 1977년 말 전남 광주지역 최초의 문화재단인 ‘재단법인 금호’를 설립해 문화예술 후원에도 나섰다. 기업 운영이 궤도에 오른 상태였던 이때는 ‘기업 이익의 일부를 지역에 돌려줘야 한다’는 신념을 밝혔다고 한다. 이후 금호문화재단으로 이름을 바꾼 이 재단은 지금도 음악영재 발굴과 악기 및 장학금·항공권 지원 등의 사업을 계속하고 있다.



“큰형님(고 박성용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금호문화재단 이사장으로 계실 때 많은 일을 하셨죠. 금호미술관과 금호현악사중주단을 만들고, 광주비엔날레 추진위원장, 예술의전당 이사장, 한국기업메세나협의회장 등을 지냈어요. 형님 덕분에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금호의 전통이 널리 알려졌습니다. 저도 형님 일을 돕느라 좋은 악기를 사서 음악 영재에게 빌려주는 일을 시작했지요.”

박 회장은 “나보다 열일곱 살 위인 형님은 늘 내게 아버지 같은 어른이었다. 어린 시절 밥상예절을 형님에게 배웠고, 경영자가 된 뒤에는 문화예술을 후원하는 자세에 대해 배웠다”고 했다. 금호석유화학은 현재 1717년산 바이올린 피에트로 과르네리(Pietro Guarneri)와 1861년산 첼로 주세페 로카(Giuseppe Rocca) 등 명품 악기 7점을 보유하고 있다. 재능 있는 연주자라면 이 악기를 마음껏 사용할 수 있다. 2007년 러시아에서 열린 ‘제3회 크누쉐비츠키 국제 청소년 첼로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한 첼리스트 변새봄은 당시 금호석유화학의 1861년산 첼로 주세페 로카로 연주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2006년 오디션을 통해 이 악기 사용 수혜자로 선발된 덕분이다.

깊고 중후한 소리를 자랑하는 주세페 로카의 현재 주인은 미국 보스턴 글로브지가 ‘떠오르는 스타’로 주목한 첼리스트 재클린 최. 1717년산 피에트로 과르네리는 현재 프랑스 루아르 국립 오케스트라 악장으로 활동 중인 바이올리니스트 박지윤이 사용하고 있다. 박지윤은 2004년 티보 바르가 콩쿠르에서 1위 및 청중상을 석권하고, 2005 롱티보 콩쿠르, 2009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등에서 입상한 연주자다. 금호석유화학은 1995년 악기 무상 임대 사업을 시작한 후 지금까지 모두 23명의 음악 영재가 이 혜택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맞춤형 휠체어

이 회사의 사회 공헌 사업이 육영과 문화예술 후원에만 국한돼 있는 것은 아니다. 박 회장은 2010년 ‘사회복지의 날 기념 이웃돕기 유공자 포상수여식’에서 장애인과 지역사회에 대한 지속적인 공헌을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여러 장애인 시설에 맞춤형 휠체어 및 보장구(保障具)를 지원하고, 시설이 낙후된 사회복지시설의 창호를 교체해주는 등의 봉사를 계속해온 덕분이다. 박 회장은 “복지 시설에 목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사회 공헌을 하는 기업도 있는 걸로 안다. 하지만 우리는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것을 알아내 작은 것이라도 구체적으로 도우려고 한다. 이를 위해 2008년부터 여러 시설에 지체장애인을 위한 맞춤형 휠체어 방석 쿠션·자세유지 쿠션, 시각장애인을 위한 흰지팡이 등을 기증했고, 2009년부터는 중증뇌성마비 장애아동을 위한 맞춤형 휠체어도 제작·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뇌성마비 장애인을 위한 맞춤형 휠체어 지원은 금호석유화학이 하는 사회 공헌 사업의 특징을 분명히 보여준다.

2/4
이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목록 닫기

“기업 활동으로 얻은 이익, 공동체와 나누는 것이 기업가의 정도죠”

댓글 창 닫기

2021/05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