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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앞둔 베이비붐 세대의 색다른 죽음 준비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은퇴 앞둔 베이비붐 세대의 색다른 죽음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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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사’를 넘어

오진탁 생사학 연구소장은 가족이 있는 사람이라도 ‘웰다잉’을 위해서는 자신이 어떤 식으로 임종을 맞고 싶은지, 장례식과 제사 등 추모 행사는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을 밝히는 유언장을 작성해두는 게 좋다고 말한다. 오 연구소장은 “어느 날 갑자기 유언도 못한 채 사망하는 일이 생길 수 있는 만큼 해마다 연초 혹은 연말에 유서를 쓰고 1년에 한 번씩 수정할 부분이 있는지 검토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작가 한말숙 씨가 2003년 한 잡지에 공개한 생전 유언장은 이렇다.

“1. 수의는 엄마가 준비해둔 것으로 입혀라. 만일 미처 엄마가 준비를 못했으면, 연옥색 나이트가운(100% 면), 흰 레이스가 달린 캡, 손발도 같은 레이스로 써라. 할머니도 그렇게 하셨다. 2. 장례식은 병원 영안실, 가족장으로 검소하게. 아빠의 음악을 아주 작게 들리게 해라. 찬송가 독경 다 필요 없고 영정 앞에는 헌화한 꽃만 두어라. 절할 때는 재래식으로 해라…”

한 씨는 죽음 이후 자녀에게 바라는 점 일곱 가지를 이렇게 번호를 붙여가며 구체적으로 적었다. 유언은 일반적으로 이렇게 자유롭게 남기면 된다. 하지만 사후에 상속 재산을 둘러싸고 유족 간에 다툼이 생길 소지가 있을 경우 공증을 받아두는 게 좋다.



유언의 효력

2003년 자녀가 없는 고 김운초씨가 사망했을 때 유족인 친동생과 고인의 거래 은행이 송사를 벌인 것처럼 상속을 둘러싼 분쟁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당시 유족은 장례 후 고인의 거래 은행에 예금 출금을 요청했다. 그러나 고인의 대여금고에서 전 재산을 모 대학에 기부한다는 내용의 유언장이 발견되자 은행은 이를 근거로 출금 요청을 거부했고, 유가족은 “유언장에 날인이 없어 민법이 정한 자필유언장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은행 측에 예금반환 청구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유가족의 손을 들어줬다.

최근에는 이런 문제를 피하기 위해 금융권의 유언신탁(遺言信託) 등 전문적인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가 늘고 있다. 유언신탁이란 생전에 금융사를 방문해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유언장을 작성한 뒤 은행 금고에 보관해두다가 사후 은행이 집행하도록 하는 제도다. 이렇게 하면 상속 전문 변호사를 선임해 유언장을 작성한 것과 동일한 법적 효력이 생긴다. 소정의 수수료를 부담하면 유언장을 도중에 수정할 수도 있다.

지난 3월 통계청이 발표한 ‘인구·가구 구조와 주거특성 변화’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인 가구 수는 1995년 164만2000가구에서 2010년 414만2000가구로 가파르게 늘고 있다. 특히 65세 이상 인구의 25.7%, 70세 이상의 39%가 혼자 산다. 이에 따라 ‘죽음에 대한 준비’의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죽음준비학교의 교훈은 ‘메멘토 모리(Memento mori·죽음을 기억하라는 뜻의 라틴어)’다. 죽음을 기억하며 지금, 여기에서의 삶을 훨씬 값지게 살자는 의미에서다. 아직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지 않은 이라면 ‘나의 죽음기’를 써보며 내 삶 어딘가에서 기다리고 있을 ‘죽음’에 대한 준비를 시작해보면 어떨까.

은퇴 앞둔 베이비붐 세대의 색다른 죽음 준비


신동아 2012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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