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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박사 이태형의 별별 낭만기행

왕비의 지순한 사랑에 꼬리 잃은 사자

백수의 왕 사자자리

  • 이태형 | 우주천문기획 대표 byeldul@nate.com

왕비의 지순한 사랑에 꼬리 잃은 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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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 내린 황금사자

왕비의 지순한 사랑에 꼬리 잃은 사자
얼어붙었던 대지가 숨 쉬기 시작할 무렵, 밤하늘도 서서히 봄을 준비한다. 겨우내 벌어졌던 화려한 1등성들의 향연이 끝나가고, 작고 아기자기한 별들이 새순처럼 동쪽 하늘에서 보이기 시작한다. 새봄을 알리는 대표적인 별자리는 백수의 왕, 사자자리다.

봄철의 저녁 하늘에 사자가 나타나면 하늘은 잠시 아프리카 초원이 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북쪽 하늘엔 덩치 큰 큰곰자리와 작은곰자리가 기지개를 켜며 봄의 들판으로 걸어 나오고, 바로 그 옆엔 곰의 포효에 놀란 기린이 어둔 하늘로 몸을 감추고 있다. 사자자리 위에선 갓 태어난 작은 사자가 어미 사자에게 재롱을 피우고, 그 옆에선 살쾡이가 사자 몰래 먹이를 찾는다. 사자자리 아래 어둔 하늘에선 바다뱀이 보이고, 까마귀 한 마리가 바다뱀의 몸 위에서 잠시 쉬고 있다. 동쪽 하늘엔 뿔피리 부는 목동도 보인다.

사자자리의 앞부분은 물음표(?)를 돌려놓은 모양을 하고 있다. 이것은 풀을 베는 낫과 비슷한 모양이어서 서양에서는 낫(Sickle)이라고 한다. 낫의 손잡이별에서 동쪽(왼쪽)을 보면 땅을 파거나 흙을 정리하는 데 쓰는 곡괭이도 찾을 수 있다. 낫과 곡괭이를 닮은 이 별들이 사자자리에서 가장 중요한 별들이다. 사실 사자자리는 그냥 보아도 사자가 연상될 정도로 아주 잘 만들어진 별자리다. 한번 감상해보기 바란다.

왕비의 지순한 사랑에 꼬리 잃은 사자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국자별 북두칠성이 사자자리를 찾는 가장 중요한 길잡이다. 국자의 손잡이가 시작되는 델타(δ)별과 감마(γ)별을 연결해 계속 나아가면 사자자리의 감마(γ)별인 알기에바(Algieba)를 지나 1등성인 알파(α)별 레굴루스(Regulus)에 이른다. 사자의 머리 부분인 낫을 찾을 수 있다면 뒤에 따라 나오는 직각삼각형의 꼬리 부분을 찾는 것은 매우 쉬울 것이다. 또 사자자리의 꼬리에 해당하는 베타(β)별 데네볼라(Denebola·2등성)는 목동자리의 α별 아르크투루스(Arcturus), 처녀자리의 α별 스피카(Spica)와 함께 ‘봄철의 대삼각형’으로 알려진 정삼각형을 만들고 있다.



이 별자리는 꼬리털이 잘린 황금사자로 알려졌다. ‘처녀 앞에서 꼬리를 내린 황금사자’로 기억한다면, 그 위치를 기억하고 모습을 그려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단종(端宗)별’로 불린 까닭

사자 갈기에 해당하는 γ별 알기에바는 오렌지색의 2.6등성과 연두색의 3.8등성으로 이뤄진 아름다운 이중성이다. 이 별 부근은 유명한 사자자리 유성우(Leonids)의 복사점으로, 매년 11월 중순에 이 별자리를 중심으로 많은 유성을 볼 수 있다. 이 유성우는 약 33년을 주기로 태양 주위를 돌고 있는 템펠터틀(Tempel-Tuttle) 혜성이 모혜성인 것으로 알려졌다.

1966년 11월 17일 밤 미국에서 관측된 바에 따르면, 1분에 약 2000개의 유성이 떨어졌다고 하니, 굉장한 장관이었을 것이다. 그다음 1999년에는 기대만큼 유성이 떨어지진 않았으나, 2년 후인 2001년 11월 18일 새벽에는 우리나라에서도 시간당 1만 개에 가까운 유성이 떨어지는 장관이 연출됐다. 나는 경기도 덕평에서 많은 사람과 이 광경을 지켜보았는데, 하도 놀라서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목이 다 쉬었던 기억이 있다. 지구가 혜성 궤도와 만나는 정도에 따라 혜성의 방문 시점에서 1~2년 후에 유성우의 극대기가 올 수 있다. 2032년경으로 예상되는 템펠터틀 혜성의 다음 방문 때는 독자 여러분도 꼭 멋진 경험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사자자리의 으뜸별 레굴루스는 고대 페르시아 시대에 하늘의 수호자(Guardians of Heaven)로 알려진 4개의 황제별(Four Royal Stars)의 우두머리였다. 이 4개의 별은 기본 방위 동서남북을 차지하는데, 레굴루스는 남쪽에 해당한다. 남쪽물고기자리의 포말하우트(Fomallhaut), 황소자리의 알데바란(Aldebaran), 그리고 전갈자리의 안타레스(Antares)가 각각 북·동·서쪽 황제별이다.

레굴루스는 유프라테스강 유역의 고대 문명 속에서 ‘붉은 불꽃’ 혹은 ‘화염’으로 불렸다. 이 별 때문에 여름 더위가 온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봄철 별자리에 속하는 사자자리의 으뜸별이 어떻게 남쪽을 지배하고, 여름 더위와 관련 있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정답은 세차운동 때문이다. 지금으로부터 5000여 년 전, 고대 이집트에서 피라미드를 짓던 시절, 하늘의 북극성은 용자리의 으뜸별 투반이었고 사자자리는 하지(6월 하순) 무렵에 태양이 위치하는 겨울 별자리에 속했다. 따라서 황도 바로 위에 위치한 레굴루스 근처에 태양이 오면 여름이 시작되고, 사람들은 태양의 열기에 레굴루스의 별빛이 더해져서 무더위가 시작된다고 믿은 것이다. 후에 하늘의 북극이 옮겨지고 사자자리가 봄철의 별자리가 되면서 레굴루스가 가졌던 불꽃의 이미지는 큰개자리의 시리우스로 옮겨간다. 지금은 하지 무렵에 태양 근처에서 가장 밝은 별이 바로 시리우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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