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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해부

우리 안의 파시즘 간질이는 돌연변이 괴물

하루 100만 클릭하는 극우 집합소 일베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김지은 │객원기자 likepoolggot@empas.com

우리 안의 파시즘 간질이는 돌연변이 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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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위안부 할머니를 ‘원정녀’로 몰아세워
  • ● 한국 여자는 돈만 밝히는 ‘김치녀’?
  • ● 종북세력에 응전하는 애국세력 자처
  • ● 어린이, 청소년에 악영향
  • ● 일본 인터넷 우익 ‘재특회’ 닮은꼴
우리 안의 파시즘 간질이는 돌연변이 괴물
“우린 민주화 안 해요.”

걸그룹 시크릿의 리더 전효성이 5월 20일 라디오 방송 SBS 파워FM ‘최화정의 파워타임’에 출연해 던진 이 한 마디의 파장은 실로 엄청났다. 그는 순식간에 인터넷 검색어 1위에 오르며 온갖 질타와 비난의 대상이 됐다. 전효성과 소속사는 황급히 “민주화의 뜻을 제대로 몰랐기 때문에 벌어진 해프닝”이라고 사과하며 진화에 나섰다. 민주화의 뜻을 몰랐다니, 대체 무슨 얘기일까.

일부 인터넷 유저가 사용하는 ‘민주화’라는 단어의 의미는 본래의 뜻과 사뭇 다르다. 피땀 흘려 이룩한 민주화 과정을 비꼬려고 사용하는 말이 바로 ‘민주화’여서다. 이들이 사용하는 민주화의 의미는 ‘비추천’ 또는 ‘자신과 생각이 다른 소수를 집단적으로 억압하거나 언어폭력을 휘둘러 생각이 같은 쪽으로 만드는 행위’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일간베스트저장소(www.ilbe.com·이하 일베) 게시판에는 각 게시물에 대한 추천 의사를 표시하는 버튼에 ‘일베로’라는 말이, 비추천 의사를 표시하는 버튼에는 ‘민주화’라는 말이 쓰여 있다. 당시 전효성이 쓴 ‘민주화’라는 말은 맥락으로 미루어‘개성을 존중하지 않고 억압하는 일’이라는 뜻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괴물로 변한 온라인 우익



비단 ‘민주화’뿐만이 아니다. 인터넷을 둘러보다보면 본래의 뜻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마구잡이로 뜻을 변형하거나 왜곡해 사용하는 은어들이 쉽게 눈에 띈다. 누가 어떤 이유로 만들어낸 단어인지 그 시발은 명확하지 않지만, 최근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인터넷 사이트 일베를 그러한 단어를 양산해내는 본거지로 보는 견해에는 이견이 별로 없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이미지의 걸그룹 멤버가 생각 없이 쓴 단어 하나 때문에 순식간에 ‘일베충(일베에 기생하는 벌레)’이라는 비아냥거림을 들으면서 온·오프라인에서 공격을 받았다. 일베충은 일베 유저를 낮춰 일컫는 말이다.

일베는 “한국 사회의 또 다른 이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돌연변이 괴물”이라는 평가를 듣는다. ‘일베충’은 상식을 벗어나는 사고와 행동을 하는 사람을 빗대 이르는 말이 돼버렸다. 여성, 외국인, 다문화가정, 호남지역에 대한 일부 일베 유저들의 혐오는 도를 넘어섰다.

일베는 더는 보수 성향이라거나 반(反)진보 인터넷 유머 사이트로 불려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많다. 배외주의, 차별주의, 배타주의로 상징되는 ‘극우 성향’을 가진 이들의 집합소로 봐야 한다는 것. 어린이, 청소년을 둔 부모라면 자녀들이 이곳을 들락거리지는 않는지 챙겨봐야 할 만큼 게시되는 글의 수위가 높아졌다.

6월 10일 정홍원 국무총리는 일베와 관련한 국회 대정부 질문 답변을 통해 “역사를 왜곡하는 반사회적인 글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삭제하는 등 적절한 조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5·18 민주화운동에 북한이 개입했을 것이라는 일부 일베 유저의 주장에 대해 “그렇지 않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라고 설명하면서 관련 게시물이 광주지검에 고발돼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루 이용자 70만∼100만

일베 운영자로 알려진 ‘새부’(새침부끄의 약자)는 특정 이념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가 가장 우선하는 가치는 ‘재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일베는 어떻게 극우 혹은 강경 우익의 집합소가 된 것일까.

일베의 시작은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베는 ‘디씨인사이드’에서 갈라져 나왔다. 디씨인사이드에 올라온 게시물 중 ‘19금’ ‘하드코어’ ‘지나친 비난 글’ 등 수위가 높아 삭제될 우려가 있는 게시물을 따로 모아 저장하는 사이트에서 비롯했다. 일간베스트저장소라는 이름이 붙은 까닭이다.

일베가 극우 혹은 강경 우익의 집결지로 자리매김한 것은 2012년 총선과 대선을 거치면서다. 온라인 시장 조사분석업체 랭키닷컴은 2011년 상반기 월평균 일베 방문자가 20만 명 남짓이었는데, 총선이 치러진 지난해 4월엔 93만 명, 대선 기간인 지난해 12월에는 211만 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PC 기준). 대선 전후인 지난해 12월 4일부터 올해 1월 3일 한 달 동안의 페이지뷰(게시물 클릭 수)는 10억 건이 넘는다. 일베의 최근 일일 이용자는 70만∼100만 명 선으로 추정된다.

온라인 여론 시장은 오랫동안 진보좌파의 전유물인 것처럼 여겨졌다. 일부 진보좌파 누리꾼들은 그간 온라인에서 보수세력을 비방, 희화화하곤 했다. 진보좌파가 사실상 독점하던 온라인 여론 시장에 일베가 등장해 균형을 맞춘 측면도 있는 것. 일부 일베 유저들은 “좌좀(진보진영을 좀비로 비하해서 지칭하는 말)의 행태를 갚아주고 있는 것”이라고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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