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호

찬반 논란 속 허용국 증가 우리 정서로는 아직 요원

동성결혼 합법화

  • 최호열 기자 │honeypapa@donga.com

    입력2013-06-20 17: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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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찬반 논란 속 허용국 증가 우리 정서로는 아직 요원

    영화 제작자이자 감독인 김조광수(왼쪽) 씨가 동성과의 결혼을 선언하며 우리 사회에서도 동성결혼 합법화 문제가 공론화하고 있다.

    남녀 간의 결합만 결혼으로 인정할 것인지, 성별이 같은 두 사람의 결합도 결혼으로 인정할 것인지를 놓고 지구촌이 시끌시끌하다. 문화적 다양성을 포용하는 톨레랑스(관용)의 나라로 불리는 프랑스에서조차 동성결혼 합법화 때문에 찬·반론자 사이에 살인까지 일어날 정도로 몸살을 앓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5월 영화 제작자이자 감독인 김조광수 씨가 기자회견을 열고 9년 동안 사귄 동성 연인과 오는 9월 공개 결혼식을 하겠다고 밝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게이(Gay·남성 동성애자), 레즈비언(Lesbian·여성 동성애자) 등 동성애자는 트랜스젠더(Transgender·성전환자), 바이섹슈얼(Bisexuality·양성애자)과 함께 성소수자로 불린다. 이들은 2000년 방송인 홍석천 씨의 커밍아웃(자신의 성 정체성을 밝히는 것)을 계기로 양지로 나오기 시작해 해마다 퀴어(queer)문화축제를 여는 등 세상의 차별과 편견을 깨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 그 결과 동성애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이 상당 부분 개선된 것이 사실이다.

    김조광수 씨는 공개 결혼식에서 더 나아가 혼인신고를 할 것이며, 혼인신고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동성결혼 합법화 문제를 공론화하겠다는 것. 하지만 현행법에서 이들의 혼인신고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물론 동성 사이의 결혼을 금지하는 규정은 법 어디에도 없다. 그러나 헌법 제36조 1항에 “혼인과 가족생활은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민법에서도 ‘혼인’의 당사자를 부부(夫婦·결혼한 한 쌍의 남녀)로 보고 있다. 대법원에서는 이를 근거로 혼인은 남녀 간의 육체적, 정신적 결합으로 한정한다. 이에 따라 동성의 혼인신고는 인정하지 않는다.

    14개국 동성결혼 합법화

    실례로 2011년 대법원은 결혼한 성전환자의 성별정정청구사건에서 “혼인 중에 있거나 미성년자인 자녀를 둔 성전환자의 성별 정정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결하며, 그 근거로 ‘우리 민법은 동성 간의 혼인을 불허한다’고 판시했다. 혼인 중인 성전환자에 대해 성별정정을 허용할 경우 법이 허용하지 않는 동성혼을 인정하는 셈이 된다는 것이다.



    김조광수 씨는 헌법소원과 함께 동성결혼 합법화를 위한 입법 활동도 병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동성결혼 합법화는 지난 대선 때 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공약이기도 했다. 민주당 장하나, 진선미 의원도 지난 5월 31일 열린 퀴어문화축제에서 “성소수자들에 대한 동성결혼이 합법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사회문화나 국민의 법 감정을 봤을 때 동성결혼 합법화는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대다수다. 지난 4월 한국교회언론회가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동성결혼을 법적으로 반대한다는 의견(67%)이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32.1%)보다 두 배 이상에 달했다. 지난 2월 민주당이 발의한 ‘포괄적 차별금지법안’(성별, 장애, 나이, 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한 차별을 모든 영역에서 금지하는 내용) 역시 동성애가 포함됐다는 이유로 거센 반발에 부딪혀 결국 철회됐다.

    다른 나라는 어떨까. 2001년 네덜란드가 처음으로 동성결혼을 법적으로 허용한 이후 벨기에, 캐나다, 스페인,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포르투갈, 아이슬란드, 남아공,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뉴질랜드, 프랑스 등 14개 국가가 동성결혼을 허용하고 있다. 미국, 브라질, 멕시코는 지역별로 허용한다. 미국은 6월경 대법원에서 모든 주에서 동성결혼을 합법화하는 안건에 대해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영국, 독일, 핀란드, 콜롬비아, 아일랜드, 룩셈부르크도 동성결혼의 법적 허용을 앞두고 있다.

    “결혼은 찬성해도 입양은 반대”

    하지만 대부분의 국가는 동성결혼을 금지하고 있다. 동성결혼을 허용하는 국가에서도 진통이 계속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최근 동성결혼 합법화 반대 시위에 100만 명(주최 측 추산)이 운집했다. 68혁명 이후 최대 시위대 숫자라고 한다. 동성결혼 합법화에 반대하며 두 명이 자살했는가 하면, 극우주의자들이 파리 도심에서 좌파 청년을 살해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브라질에서도 합법화를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하원과 상원에서 법안이 통과돼 여왕의 승인만 남겨둔 영국에서도 가톨릭교회와 성공회에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동성결혼 합법화를 찬성하는 이들은 헌법에 보장된 행복추구권을 내세운다.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 행복을 추구하고 결혼할 권리가 있다. 인간의 행복을 성적 지향으로 재단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또한 “이성결혼은 허용하고, 동성결혼만 거부하고 규제하는 것은 평등권에 위배된다”고 주장한다. 헌법에 평등권이 보장돼 있는데, 이성애자들에게는 주어지는 결혼이 동성애자에게는 안 되는 것은 평등권을 침해하는 헌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찬성론자들은 “개인의 자기결정권을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결혼하는 것은 개개인의 기본적인 인권이자 선택의 자유라는 것. 이들은 “동성애자도 성적 취향만 다를 뿐 이성애자들과 똑같이 인권이 존중돼야 한다”며 “그들이 법률적으로 보호받지 못한다는 것 자체가 차별”이라고 말한다. 또한 현대사회는 다양화한 사회이므로 가족에 대한 정의와 유형 또한 다양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동성결혼 가정도 다양한 가정의 한 형태로 인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동성결혼 합법화를 반대하는 이들은 “동성결혼은 우리 헌법과 민법, 형법의 질서와 정면으로 배치될 뿐 아니라 창조의 질서를 거스르는 비윤리적인 행위”라고 말한다. 이들은 동성애를 죄악이라고 단정한다. “동성애는 선천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닌 자신의 의지와 선택에 의해 형성된 왜곡된 성개념”으로 치료될 수 있는 것이라고 확신한다.

    반대론자들은 무엇보다 동성결혼은 자녀를 낳을 수 없는 점을 문제 삼는다. 성(性)은 생식(출산), 즐거움(쾌락), 사랑(신뢰)을 수반해야 하는데 동성결혼은 생식이란 기능이 원천적으로 배제돼 인류의 보편적 가치에 어긋난다는 것.

    동성혼 가정의 입양도 문제점으로 지적한다. 입양된 자녀들은 친구들과는 다른 자신의 가족에 대해 정체성 혼란이라는 큰 고통을 겪게 된다는 것. 프랑스인들이 동성결혼 합법화를 반대하는 큰 이유도 아이의 인권을 위해 동성부부에게 입양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여론조사를 보면 프랑스 국민 60%는 동성결혼을 지지하지만, 동성부부가 아이를 입양하는 것에는 50% 이상이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찬성론자들은 저출산 문제는 이성결혼 가정의 가치관, 경제 사정 등이 원인이지 동성결혼과는 큰 상관이 없다고 반박한다. 오히려 동성 간 결혼을 허용한 나라에서 자녀 입양률이 크게 높아지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주장한다. 동성부부 가정의 입양 자녀가 겪게 되는 가치관 혼란 문제에 대해서도 “오히려 부모와 사회의 교육으로 성적 소수자도 존중해줘야 한다는 것을 이해시킬 수 있다”고 반박한다.

    절충점으로 ‘시민결합제도’ 등 검토할 만

    앞에서 살펴봤듯 현재 우리 사회의 통념상 동성결혼 합법화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동성 동거자들이 분명히 존재하는데도 이들이 상속이나 재산증여, 사회보장, 의료보험 등 동거인으로서의 권리를 박탈당하고 있다는 점은 해결해야 할 문제임에 틀림없다. 프랑스는 그동안 시민연대협약(PACS)을 운영해왔다. 이성 혹은 동성커플이 동거계약서를 법원에 제출하고 3년 이상 지속적인 결합을 한 사실을 인정받으면 사회보장, 납세, 유산상속, 재산증여 등에서 보통 부부와 똑같은 권리를 보장하는 협약이다. 또한 현재 동성결혼을 허용하지 않고 있는 유럽 국가들 중 20개국에서 동성의 동반자 관계를 인정해 상속 등 일부 제한적 권리를 법적으로 인정하는 시민결합(civil union)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우리도 이런 제도를 적극 검토해 절충점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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