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씨는 선뜻 수술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몸 안에 이물질을 집어넣는다는 게 영 꺼림칙했다. 수술을 망설이는 동안 무릎 상태는 걸을 수도 없을 만큼 악화됐다. 결국 수술을 택한 것은 의사로부터 “60~70대의 경우 인공관절 수술을 하고 잘 관리하면 평생 재수술을 하지 않고 지낼 수 있다”는 설명을 듣고 난 뒤였다. 수술 후 재활치료를 꾸준히 받은 그는 요즘 통증 없이 수영과 산책을 자유롭게 할 정도로 일상생활을 즐기고 있다.
퇴행성 관절염은 나이가 들면서 관절을 보호하는 연골이 손상되거나 뼈와 인대 등에 염증과 통증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척추를 비롯해 발목, 손목 등 관절 부위 어디에나 발생하지만 가장 흔한 곳은 무릎이다. 무릎 관절은 체중을 지탱하는 것은 물론 하루에도 수십, 수백 차례 굽혔다 펴기를 반복하다보니 마모되기 쉽다. 쪼그려 앉은 자세로 일하거나 양반다리로 앉아 생활하는 시간이 긴 한국인은 무릎에 가해지는 충격이 더 강해 퇴행성 관절염 발병률이 높다.
퇴행성 관절염은 증세가 심하지 않으면 약물이나 물리치료, 운동요법 등 보존적 치료로 완치가 가능하지만, 연골이 심하게 닳아 일상생활이 어려울 만큼 통증이 심하거나 ‘O’자 다리로 변형된 말기 퇴행성 관절염 환자들은 인공관절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적정 수술 시점은 65세 이상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11년 60대 이상의 무릎 인공관절 수술은 7만6000여 건으로 2010년 비해 150% 이상 증가했다. 이런 통계는 무릎 인공관절 수술이 퇴행성 관절염 치료에 보편적으로 이용되고 있으며 수술 후 환자들이 일상생활의 불편함 없이 잘 지내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인공관절 수술은 상한 관절을 깎아서 제거하는 것이므로 수술 결과가 좋지 않았을 때 다음 단계의 치료방법이 없어 완전히 재수술을 받아야 할 가능성도 있다. 재수술의 경우 최초 수술보다 결과가 나쁠 수 있고 고령에 더 큰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부담도 따른다. 그러므로 수술 전에 전문의와 충분히 상담하고 자신의 상태나 나이 등을 고려해 가장 적절한 치료법을 찾아야 한다.
인공관절 수술을 결정하기 전에 고려해야 하는 요소는 환자의 나이, 활동량, 생활 습관, 성인병 여부 등 여러 가지다. 최근에는 의료기술의 발달로 인공관절 수술을 받고 나서 평균 15년 이후 20~30%만 재수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예전처럼 수술해야 하는 나이에 대한 고민은 많이 줄었다. 하지만 환자가 젊어 활동량이 많거나 체중이 많이 나가면 인공관절이 닳는 속도도 상대적으로 빨라져 인공관절의 수명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런 경우에는 재수술을 해야 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젊은 환자에게는 증상이 심해도 인공관절 수술을 쉽게 권하지 못하는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다.
인공관절 수술을 권하는 적절한 나이는 대개 65세 이후다. 50대 이전에는 수술하지 않는 것이 좋고 50~65세 환자는 상황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 좋다. 50대 이전에는 대개 무릎 내시경술이나 줄기세포 치료와 같이 무릎 관절을 보조하고 살리는 치료를 권장한다.
인공관절 수술 후 재활치료.
연부 균형 맞추기가 핵심
하지만 65세 이상이라고 모두 인공관절 수술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연골뿐 아니라 뼈도 닳고 무릎 주위의 인대가 굳는 단계에 도달하면 무릎은 물론 허리까지 굽는 등 변형이 오기 시작해 인공관절 수술이 어렵다. 몸의 변형이 심해지면 수술해도 결과가 좋지 않을 수 있다.
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환자 중에는 인공관절이 뻑뻑해져 뻗정다리가 되거나 무릎이 헐겁고 통증이 더 심해지는 경우가 있다. 이는 대부분 관절조직 균형 맞추기에 실패한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인공관절 수술은 변형된 관절 부위 조직의 균형을 다시 맞추는 ‘연부조직 균형술(Soft Tissue Balancing)’이 수술의 성공 여부를 좌우하므로 변형된 관절조직을 세밀히 살펴야 한다.
연부조직은 근육, 인대, 건(근육의 수축과 이완을 뼈에 전달하는 조직), 연골 등으로 구성돼 신체의 다른 부분을 연결하고 지지하며 감싸는 기능을 한다. 무릎이 원활하게 움직일 수 있는 것은 무릎의 관절만이 아니라 연부조직이 다 함께 맞물려 잘 작동하기 때문이다. 무릎은 걸을 때나 계단을 올라갈 때뿐 아니라 물건을 들어 올릴 때와 같이 상체를 쓸 때도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연부조직도 그만큼 손상되기 쉽다. 또한 퇴행성 관절염으로 오랫동안 무릎 사용량이 준 경우에도 굳거나 오그라들어 사용의 제약요인이 된다.
따라서 인공관절 수술은 손상된 무릎 관절을 단순히 인공관절로 대체하는 것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오그라들고 굳어버린 무릎의 연부조직을 수술 과정에서 펴주는 작업을 해야 인공관절도 예전처럼 적절한 운동범위를 유지할 수 있고 수술 후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 연부조직 균형술은 굳어버린 연부조직을 수술 중간 중간 계속 구부렸다, 폈다, 틀었다 하면서 제대로 펴지지 않거나 하는 부위를 1mm씩 풀어주는 과정을 거친다. 이것은 오로지 수술하는 사람이 손으로 느끼면서 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마치 장인이 예술품을 만드는 작업과 같이 세밀하게 해야 한다. 그래서 인공관절 수술은 경험이 많은 병원을 찾아 전문의와 충분히 상담하고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수술만큼 중요한 재활치료
인공관절 수술 환자들은 수술 후에 곧바로 예전처럼 일상생활이 가능할 거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퇴행성 관절염은 한 번의 수술로 치료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 수술 후 꾸준한 관리와 관심이 요구되는 질환이다. 관절염 환자들은 무릎 통증으로 오랜 기간 활동이 제한되다보니 관절 움직임도 제한되고, 운동신경과 균형감각도 둔해져 있으며, 근력이 약해져 있기 때문에 지속적인 재활치료를 해야 원래 기능을 회복할 수 있다.
특히 고령 환자는 운동을 하지 않으면 근력 약화와 퇴화가 더 빨리 진행되며, 움직이지 않고 누워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혈전증과 색전증이 나타날 위험이 높다. 혈전증은 혈전이 혈관을 막아 수술 부위가 퉁퉁 붓고 통증이 동반되는 질환이고, 색전증은 혈전 등이 혈류를 따라 이동하다가 동맥을 막아버리는 질환이다.
무릎의 운동범위를 정상 수준으로 회복하려면 수술 당일이나 다음 날부터 재활치료를 해야 한다. 수술 후 통증 때문에 재활치료를 미루는 경우가 많은데, 무통주사나 대퇴신경 차단술을 사용하면 통증 없이 즉시 재활치료가 가능해 수술 후 회복 속도를 빠르게 할 수 있다. 조기 재활치료를 하면 관절운동 범위의 회복, 근육강화, 균형감각 회복에 도움이 된다. 보통 수술 후 10여 일간 입원해 있으면서 다양한 운동방법을 듣고 재활치료를 받는데, 재활치료는 무릎의 근력을 강화하고 서서히 기능을 회복하는 과정으로 환자에게 무리가 가지 않도록 전문 재활치료사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여느 질환처럼 관절염도 예방하는 것이 가장 좋은 치료법이다. 퇴행성 관절염을 예방하려면 평소 관절에 무리를 주지 않는 생활 습관이 가장 중요하다. 특히 쪼그려 앉는 자세는 무릎 앞쪽 관절에 체중을 싣게 되어 부담을 주므로 삼가야 한다. 비만은 관절에 무리를 줘 관절 손상 및 관절염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정상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적당한 운동은 무릎 관절 주위 근력을 강화시키며 관절이 뻣뻣하게 굳는 것을 예방하므로 꾸준한 운동을 통해 관절을 강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