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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님法’ 만들어 ‘사법 구멍’ 막아라!

여대생 청부살인 사건 변호사의 분노

  • 엄상익│변호사 eomsangik@daum.net

‘사모님法’ 만들어 ‘사법 구멍’ 막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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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용기, 남편의 자백

구치소로 가서 그녀의 남편을 만났다.

“왜 사람 죽이는 심부름을 했죠?”

“중간에 괜히 껴 버렸어요. 나쁜 짓이긴 하지만 돈 받고 계약을 했으니 이행을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속으로 경악했다. 도덕관념이 약했다.



여대생 살인범의 아내가 나를 변호사로 선임한 이유는 이랬다.

“사모님은 대형 로펌의 변호사들을 붙여, 자기는 미행만 시켰지 절대로 살인은 교사하지 않았다는 쪽으로 가고 있어요. 그쪽 변호사님이 제게 법정에서 그렇게 말하라고 했어요. ‘작전을 잘 짜야 한다’는 거예요. 남편이 뒤집어쓰고 사모님을 빨리 빼내야 저도 살 수 있다는 거죠.”

수사 기록을 보면 남편은 상황에 따라 이리저리 말을 바꾸는 무척추동물 같았다. 그의 아내가 설득해서 진실을 밝히기로 했다. 가난하지만 양심적인 그의 처가 아니었으면, 이 사건은 평범한 상해치사사건으로 끝났을지도 모른다.

공판정은 회장 부인의 응원단과 그들의 변호사들로 꽉 차 있었다. 회장 부인은 자신을, 검사의 공명심 때문에 억울하게 얽혀든 불쌍한 여자로 만들어가고 있었다. 검사도 코너로 몰리고 있었다.

부부가 진실을 얘기하기엔 너무나 위압적인 분위기였다. 친척들도 가난한 그들의 편을 들지 않았다. 진실을 말하기로 한 아내가 판을 뒤엎기 위해 증언석에 앉아 용기를 내서 말했다.

“남편이 베트남에서 잡혀오기 전이었어요. 사모님이 지방에서 저를 보자고 했어요. 사모님은 어찌나 치밀한지 기록이 남는 비행기는 절대 타지 않았어요. 남의 이름으로 빌린 차나 버스로 다녔어요. 빌린 차를 길거리에 대놓고 제게 타라고 했죠. 챙이 넓은 모자에 검은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어요. 자신을 철저히 감추는 거죠. 인사를 했는데도 말을 안 하는 거예요. 녹음할까봐 그런 거죠. ‘제가 남편은 어떻게 되는 거냐’고 용기를 내서 따졌죠. 그러다 언성이 높아졌는데 ‘어디 이따위 버릇이 있냐’면서 따귀를 때리더군요. 그리고 며칠 후 시누이의 남편을 통해 연락이 왔어요. 총대를 메주면 50억 원을 주겠다고요.”

목숨을 건 폭로였다.

그녀는 이 사건에서 이상한 게 있다고 했다. 여대생의 머리에 총을 여러 발 쏜 건 원한의 표현이 아니겠느냐는 것이었다. 그녀는 사모님이 직접 쏜 걸로 짐작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회장 부인이 팔짱을 낀 채 비웃는 얼굴로 듣고 있었다.

나는 회장 부인을 보면서 물었다.

“총대를 메주면 50억 원을 주겠다고 흥정하셨다면서요?”

“에이, 그런 소리 하지 마슈. 저것들이 오히려 돈 때문에 나를 이렇게 만든 거예요. 50억 원이 아니라 5억 원만 줘도 저것들은 나가떨어지게 되어 있다니까.”

회장 부인이 코웃음을 치면서 말했다.

그녀에게 ‘저것들’은 하찮은 미물이었다. 재판장은 죽은 여대생의 뼈가 세 동강이 난 사실을 추궁했다. 죽기 전에 잔인한 행위가 있었던 것이다. 아무도 미안하다는 소리를 안 했다. 회장 부인이 재판장에게 넉살 좋게 변명했다.

“죽은 여대생의 아버지가 어떻게나 언론몰이를 하는지, 방송에서는 벌써 내가 살인을 사주한 걸로 기정사실화했어요. 검찰은 그 내용대로 나를 몰아쳤고요. 제가 딸에게 평생 죄인이 됐습니다. 엄마가 구속되어 있는 걸 알면 시부모나 남편의 얼굴을 어떻게 보겠어요? 우리 딸은 정말 순수합니다.”

‘사주’라는 단어는 법을 다루는 사람들이 아니면 잘 쓰지 않는 말이다. 그녀의 머릿속에 돈에 오염된 변호사가 입력시켜준 말들이 아우성치는 것 같았다.

이어서 사모님의 살인 심부름을 한 남자가 증인석에 올랐다. 살인교사냐, 아니냐는 그의 입에 달려 있었다. 정의가 실현되려면 그가 진실을 토해내야 했다.

그는 진땀을 흘리며 사모님이 살인청부업자를 알아보라고 해서 심부름을 했고, 그 여대생을 죽이는 현장에도 가서 직접 확인하라고 해서 시키는 대로 했다고 자백했다. 그는 사모님이 두려운 듯 벌벌 떨었다.

서릿발 같은 사모님

사모님 측 변호사가 그를 다그쳤다.

“지금 말 한마디 잘못한 것 그 자체로 처벌 받으실 수 있다는 사실 아시죠?”

흔히 하는 위증에 대한 경고였지만, 그에게는 협박처럼 들렸을 것이다.

“평소 회장 사모님을 어떻게 생각했죠?”

다시 사모님 변호사가 물었다.

“재산도 많고, 자식들 학벌도 좋고, 판사가 사위라 부모님같이 존경하며 항상 우러러보면서 순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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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상익│변호사 eomsangik@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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