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론 주류 민족학교가 교육의 질이나 대학 진학률에서 월등하다. 그러나 65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지린시조선족중학엔 교직원이 135명이 있다. 교원의 수준이나 교육에 대한 책임성은 그만하면 좋다. 그러나 학부모들이 다 한국이나 타 지방으로 가버려 아이들이 방치되고 있다. 아이들은 조부모나 친인척에게 맡겨져 있고, 부모는 교육에는 관심이 없다. 애들이 달라는 대로 돈을 주고, 한창 사춘기인 아이들은 PC방에서 놀며 먹고 마시고 연애하는 데 바쁘다. 공부에는 빵점이다.

부모가 애써 번 돈으로 공부를 하는데 왜 노력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박 양은 태연하게 “공부 잘하면 뭐하냐. 아무 일이나 해서 돈 벌면 되는 거다”라고 한다. 친구들 중 너만 이러고 사느냐고 했더니 아니란다. 거의 다 남자친구나 여자친구가 있고, 진짜 열심히 공부하는 애는 적다고 한다. 예쁘게 생긴 여자애에게 남자친구가 없다면 도리어 이상한 일이라고 한다. 이런 분위기 탓에 공부를 잘해보고자 하는 학생들은 아예 조선족학교에 등을 돌린다. 어느 조사에 의하면 조선족 학생의 한 달 용돈이 1500위안(약 27만 원)은 보통이고 많게는 5000위안(약 90만 원)을 쓰는 아이도 있다고 한다. 무능하고 돈만 쓸 줄 아는 사람으로 자라나는 셈이다. 이는 코리안드림이 낳은 결과일까.

지린시 세종한글학교 교내.
우리가 보전해야 할 보물
지금 중국에는 260여 개 대학이 한국어학과를 두고 있다. 이 학과 학생들은 대다수가 조선족이 아니다. 왜 주류 민족이 한국어를 열심히 배울까. 나는 베이화대 경영학과 3학년인 한족 학생 전 군과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그는 쓰촨성 사람으로 평소 조선족을 대한 적이 없다고 했다. 대학에 들어와 조선족을 알게 됐고 한국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으며, 한국 문화와 발전상을 좋아해서 한국어를 배운다고 했다. 그는 중국인의 한국어 실력이 중국 경제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전 군은 언젠가 한국어 수요가 급증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이렇게 주류 민족은 다민족 문화를 향유해나가는데, 반면 조선족은 원래의 다민족 문화를 버리고 단일민족 문화를 택하는 퇴보의 길을 가고 있다. 자녀교육이 어찌 되든 말든, 민족언어가 있든 말든 돈벌이에만 눈이 어두워 해외로 간답시고 다문화도 버리고, 농토도 버리고, 정든 고향도 버리고, 오늘도 그 어디에선가 노다지를 캐고 있다. 참으로 개탄스럽다.
우리는 항상 조선민족(한국, 북한, 중국 조선족 포함)은 세상에서 제일 우수한 민족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오늘날처럼 조선민족이 조화롭지 못하고 모래알처럼 흩어진 적은 일찍이 없었다. 이런 전대미문의 현실에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조선민족은 각골난망하여 세상 사는 법칙을 새롭게 인식하고 새 세상을 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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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진실로 말하고 싶다. 중국 조선족은 큰 스케일을 갖고 다시 한 번 교육의 불을 거세게 지펴야 한다. 우리 민족의 언어와 풍속, 문화를 길이 보전해야 한다. 이는 선진문화를 가진 우리 민족이 세상에 남겨야 할 귀한 보물이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