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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 측근과 이명박 친인척 2008년 의문의 만남 있었다”

현대드림투어 전신(前身) 회사 소유주 증언

  • 허만섭 기자│mshue@donga.com

“정몽구 측근과 이명박 친인척 2008년 의문의 만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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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현대家에 받을 돈 있다’ 하자 MB 친인척이 ‘도와주마’ 접근”
  • ● “MB 친인척과 현대차 부회장 여러 번 접촉…의혹 남겨”
“정몽구 측근과 이명박 친인척 2008년 의문의 만남 있었다”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 그룹 전경.

심재섭(83·여) 씨는 “1970년대 현대가(家)와 이명박 전 대통령이 내 여행사를 부당하게 편취했다”고 주장했다.

심 씨는 박정희 정부 시절인 1971년경, 6·25전쟁 전사자의 부인인 국가유공자 자격으로 항공여행사 영업권을 취득해 자유항공(주)을 설립했다. 당시는 정부가 항공여행사 영업권을 엄격하게 선별해 허가하는 정부인가제가 실시됐다. “국가유공자가 아니면 라이선스를 받기 힘들었으며 이를 취득한 회사가 10개뿐이었다”는 게 심 씨의 설명이다.

현대건설은 1970년대 중동 건설사업에 진출하면서 근로자 중동 파견 등으로 항공여행 수요가 급증했다. 이에 현대건설 측은 자체 여행사를 설립하기 위해 심 씨에게 ‘항공여행사 영업권을 인수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고 심 씨도 이 제의에 응했다고 한다.

심 씨가 밝힌 매매 조건은 심 씨가 영업권을 넘겨주는 대신 현대건설 측이 심 씨에게 일정액의 현금과 여행사 주식의 30%, 서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1채를 주는 것 등이었다. 양측은 서면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구두로 약속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심 씨는 “‘국내 굴지의 현대그룹이 약속을 지키지 않을 리 없다’는 당시 현대건설 이사의 말을 믿었다”고 말했다.

당시 현대건설 사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 오너는 정주영 전 명예회장이었다. 현대백화점 방계의 현대드림투어(주)가 당시 자유항공 영업권을 바탕으로 설립된 회사다.



“현대건설이 약속 어겨”

심 씨는 “현대건설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영업권을 가져간 뒤 현금 중 미납금 7000만 원, 주식 30%, 아파트 1채를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당시 현대건설 계약 실무자(후에 현대계열사 대표 역임)가 써준 여러 장의 확인서를 제시했다. 이 확인서는 “자유항공의 영업권 매매 이후 심재섭 씨가 자유항공(현 현대드림투어)의 총 주식 중 30%를 보유하기로 했다. 현대건설이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1채도 주기로 했다. 그 후 오랜 세월 동안 심재섭 씨가 수십 차례 매매계약 약속 이행을 요구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심 씨의 주장과 거의 일치하는 내용이다.

심 씨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 청와대 등 여러 경로로 진정을 넣었다고 한다. 이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에 재직할 때는 시장실에서 이명박 당시 시장을 만나 해결을 요청했는데 “현대에서 나왔기 때문에 방법이 없다”는 취지의 답변을 들었다고 한다.

심 씨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통령 취임 후인 2008년 5월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의 비서진에게 전화를 걸어 ‘정몽구 회장이 여행사 지분 30% 등 약속을 이행해달라. 받아들이지 않으면 소송을 하겠다’는 내용으로 정 회장 면담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심 씨의 아들인 황모 씨는 “현대드림투어가 현재는 현대기아자동차그룹 계열이 아니지만 정몽구 회장이 정주영 전 명예회장의 주 상속자로서 현대그룹의 상당 부분을 물려받은 만큼 우리 문제에 포괄적 책임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무렵 이명박 당시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의 조카인 김모 씨가 아는 사이인 심 씨에게 “도와주겠다”면서 이 문제에 개입했다고 한다. 심 씨에 따르면 김 씨도 정몽구 회장 측에 전화를 걸어 유사한 취지로 얘기했다고 한다.

“제주 휴양지에 가 계시면…”

현대·기아자동차그룹 측은 이들의 전화에 즉각 반응했다고 한다. 이어지는 심 씨의 말이다.

“현대자동차의 A 부회장이 ‘만나자’는 연락을 취해왔다. 2008년 5월 시내 모 호텔 커피숍에서 나, 김윤옥 여사의 조카 김 씨, A 부회장이 만났다. A 부회장은 ‘정몽구 회장의 지시로 나왔다. 소송하지 말라. 상식선에서 해결해주겠다. 제주도의 현대자동차 소유 휴양지에 가 계시면 그동안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그날을 포함해 3개월 동안 A 부회장을 8번 만났으며 이 중 5번은 김윤옥 여사의 조카 김 씨가 배석했다.”

황 씨는 “어머니의 요구가 일고의 가치도 없는 얘기이고 현대·기아자동차와 전혀 무관한 내용이라면 현대·기아자동차 부회장이 이런 황당한 주장을 하는 사람들을 여러 번 만나줄 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대·기아자동차 측이 어머니의 주장을 무겁게 생각하고 있었고 협의를 하려고 했다”고 했다.

심 씨 측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현대·기아자동차 측은 심 씨가 아니라 심 씨의 문제에 개입한 대통령의 친인척 김 씨나 김 씨 배후의 대통령을 보고 그렇게 대응한 것으로 추정할 수도 있다. 거액의 돈 문제와 관련한 일로 대기업의 고위직과 대통령의 친인척이 여러 번 만났다는 게 사실이라면 부적절한 일로 보인다.

심 씨는 이 문제가 석연치 않게 종결됐다고 말했다. 이어지는 심 씨의 설명이다.

“김 씨가 나서자 현대·기아자동차 측에선 A 부회장이 나서서 내 문제를 해결해주려고 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여러 번 만나다보니 김 씨와 A 부회장이 서로 잘 알게 됐다. 2008년 7월 중순 이후 두 사람 모두 내 문제에서 손을 뗐다. 이후 현대·기아자동차 측에선 태도를 바꿔 나를 상대하지 않았다. 이들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지 못하지만 나로선 의혹을 가질 수밖에 없다. 너무 억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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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만섭 기자│mshu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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