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중앙도서관에서 학생들이 모임을 갖고 있다.
PART I 카카오톡으로 들어간 일상
카카오톡으로 주고받는 문자 메시지가 하루에 303건이나 된다고? 유별난 카톡 중독자의 얘기가 아니다. 바로 요즘 대학생의 평균적인 모습이다.
무료 모바일 메시지 애플리케이션 카카오톡은 우리나라의 SNS 문화를 대표한다. 우리는 대학생들이 카카오톡을 얼마나 자주 이용하는지를 조사해봤다. 우선 고려대 재학생 11명을 무작위로 조사대상자로 선정했다. 이어 이들 조사대상자의 동의를 구해 5월 13~15일 사흘 동안 이들이 주고받은 카카오톡 문자 메시지 내용 전체를 회수한 뒤 PC로 옮겨 분석했다.
그 결과, 학생들은 매일 강의실에서든 도서관에서든, 하루 중 상당한 시간을 카카오톡 문자를 주고받는 데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들이 주고받는 카카오톡 문자 중 중요한 내용은 별로 없었다.
필요한 내용은 31%
조사대상 학생 11명이 3일간 주고받은 카카오톡 문자는 약 1만 건에 달했다. 학생 1인당 하루 평균 주고받은 문자는 303건이었다. 하루 중 수면시간 8시간을 빼면 3분에 한 번씩 카톡 문자를 주고받은 셈이다. 상대는 거의 대부분이 친구였다. 하루에 무려 800건이 넘는 문자를 주고받은 학생도 있었다.
또한 조사대상 학생들은 하루 평균 13개의 카카오톡 대화방을 들락거렸다. 이중엔 23개의 대화방을 열어놓은 학생도 있었다. 카톡 문자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오갔다. 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주고받은 문자도 전체의 20%나 됐다.
우리는 조사대상 학생들에게 자신이 주고받은 카톡 문자의 중요도를 자가 진단하도록 했다. ‘꼭 필요하다’ ‘불필요하다’ ‘잘 모르겠다’ 중 하나를 선택하는 방식이었다. 자가 진단 결과, 꼭 필요하다고 평가한 문자는 전체의 31% 불과했다. 즉, 카톡 문자 10건 중 3건만 유용하며 나머지 7건은 그야말로 노이즈(noise·소음)라고 할 만했다.
우리는 노이즈로 분류된 문자 7000여 건을 별도로 분석해봤다. 그 결과 노이즈 문자의 70%는 의미 없는 한글 자음과 모음, 이모티콘, 짧은 유행어로 되어 있었다. 특히 감정을 간단히 표현하기 위해 연달아 입력하는 ‘ㅋㅋ’ ‘ㅎㅎ’ ‘ㅠㅠ’ 등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ㅋ’을 하나 또는 연달아 표기한 메시지만 700여 건에 달했다.
유행어는 ‘헐’ ‘대박’ 등의 감탄사가 다수였고, 유명 연예인이 방송에서 사용해 널리 퍼진 ‘뿌잉뿌잉’ ‘호롤롤로’ 등도 있었다. 이런 유행어들은 별 의미 없는 말이지만 학생들은 습관적으로 반복 사용하고 있었다.
“단호박이세요?”
또한 ‘왜 이렇게 단호하세요? 단호박이세요?’와 같은 유머 문장도 자주 발견됐다. 조사대상 학생 안모(21) 씨는 “유행어를 사용하면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하는 것처럼 현장감이 느껴져서 재미있다. 거의 모든 카톡 대화에서 이런 표현을 사용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면서 이모티콘 스티커를 첨부하는 것처럼 ‘짤방’을 첨부하는 경우도 많았다. ‘짤방’은 원래 ‘(메시지) 잘림 방지’의 줄임말인데, 최근에는 ‘글에 첨부된 이미지’를 통칭하는 말로 쓰인다. 그러나 짤방은 사진을 전송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지 별다른 의미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조사대상 학생 이모(23) 씨는 “‘짤방’은 감정을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어서 대화에 활력을 불어넣는 데 이만한 게 없다. 너도나도 수집할 정도로 인기가 좋다”고 말했다.
노이즈 메시지 중에는 알림 문자도 한몫을 차지한다. 또 다른 조사대상 학생인 이모(21) 씨는 수업 중 갑자기 연속적으로 울려대는 알림음에 놀라서 휴대전화를 켰다. 카톡 대화방에 메시지가 떠 있었다. ‘○○, ○○야, ○○야, ○○야~ ○○야! ○○!’라고 하면서 대화방 멤버들의 이름을 부르는 메시지였다. 이후 ‘응, 왜?’ ‘그냥, 나 수업 끝나서 신나서 카톡 했음. 휴강이지롱!’ ‘헐, 난 수업…’ ‘집에서 딩가딩가 놀아야지’라는 메시지가 연이어 들어와 있었다. 친구들이 연속해서 보낸 메시지 때문에 이 씨의 수업 집중도는 확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