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세계경제를 움직이는 사람들

美 연준 맞서 ‘마이 웨이’ 빈사의 EU 살리기 올인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 총재

  • 하정민 │동아일보 국제부 기자 dew@donga.com

美 연준 맞서 ‘마이 웨이’ 빈사의 EU 살리기 올인

2/3
막강한 국제금융계 인맥

지난 7월 318년의 역사를 지닌 세계 최고(最古)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의 사상 첫 외국인 총재로 취임한 마크 카니 전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도 13년간 골드만삭스에서 근무했다. 드라기는 내년 1월 임기가 종료되는 버냉키 연준 의장의 후임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로렌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과도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머스 전 장관은 드라기의 모교인 MIT 교수를 지낸 바 있다.

2006년 1월 이탈리아 중앙은행 총재에 오른 드라기는 주요 20개국(G20) 산하 금융안정화포럼(FSF) 의장을 겸임하며 글로벌 금융안전망 확충에도 주력했다. 이때 3년간의 골드만 인맥이 큰 힘이 됐음은 물론이다. 중앙은행의 존립 이유인 물가 안정에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이탈리아와 인플레이션은 마치 토마토소스와 스파게티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이탈리아의 인플레이션이 심했지만, 적절한 금리 인상으로 물가 상승 우려도 잠재웠다.

2010년 4월 그리스의 구제금융 신청으로 유로존(EU 가입 28개국 중 유로화를 자국 통화로 사용하는 17개국) 재정위기가 처음 불거졌을 때도 드라기의 국제감각이 빛을 발했다. 유럽 제일의 경제대국은 당초 그리스 지원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지만 그는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못하면 유럽 경제 전체가 위험에 빠질 수 있다”며 독일 등 EU 주요국을 설득해 그리스 구제금융을 주도했다. 이때 그를 눈여겨본 많은 사람의 지지는 1년 후 ECB 총재 선임에 큰 힘이 됐다.

드라기가 이처럼 워낙 쉴 새 없이 화려한 경력을 쌓아온 탓에 일부 이탈리아 언론은 그를 ‘미스터 어딘가 다른 곳에(Mr. somewhere else)’라고 부르기도 했다. 그가 항상 지금의 직책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 좋은 자리를 찾아 떠나려 한다는 점을 비꼰 별명이다. 하지만 이는 그가 그만큼 화려한 학력, 풍부한 실무 및 정책 경험, 탄탄한 인적 네트워크를 보유했으며 성공을 위해 강한 야망을 갖고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드라기는 이탈리아 중앙은행 총재가 됐을 때부터 ECB의 수장 후보로 심심찮게 거론됐다. ECB 총재는 28개국(올해 7월 1일자로 가입한 크로아티아 포함), 인구 약 5억 명에 달하는 거대 공동체 유럽연합의 정책 금리를 결정하는 중요한 기능을 담당할 뿐 아니라 그리스, 포르투갈, 아일랜드에 대한 구제금융과 은행 유동성 위기 대처 등에서도 핵심적인 임무를 맡고 있다. 하지만 회원국의 경제 규모 격차가 워낙 크고 독일, 프랑스 등 역내 강대국 간의 경쟁이 치열해 어지간한 정치력을 발휘하지 않으면 버텨내기 힘든 자리다.

난파 위기 ECB 구원투수

美 연준 맞서 ‘마이 웨이’ 빈사의 EU 살리기 올인

드라기 총재가 6월 27일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 참석하러 가고 있다.

드라기는 2011년 6월 ECB 총재로 뽑혔고 같은 해 11월 공식 취임했다. 당시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의 악셀 베버 총재가 유력했으나 베버 총재 본인이 공직보다는 민간 금융회사 취업을 선호해 무난히 총재로 선출됐다. 베버 총재는 현재 스위스 최대 은행인 UBS 회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ECB 일각에서는 드라기가 국가부채 비율이 높고 인플레이션 관리도 불안정한 이탈리아 출신이라는 점을 들어 그를 반대하기도 했으나 EU의 양대 강국인 독일과 프랑스가 그의 능력, 경험, 네트워크에 만족을 표시해 일찌감치 낙점됐다.

당시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드라기가 실무와 정책 경험을 모두 갖추고 있다며 “그의 경력과 능력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문제를 제기하지 못한다”고 호평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도 “드라기는 이탈리아 국적을 내세우지 않는다”며 “그가 이탈리아의 이익을 위해 유럽을 흔드는 우를 범하지 않을 것”이라고 옹호했다. ECB 관계자들도 “유창한 영어 실력을 바탕으로 각자 이해가 다른 ECB 내 각국 대표들의 의견을 통합하는 데 적합한 인물”이라며 그를 반겼다.

역설적으로 드라기의 ECB 총재 선출은 유럽 재정위기의 심각성을 반증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의 여진이 가시기도 전인 2010년 4월 그리스의 구제금융 신청으로 비롯된 유로존 재정위기, 즉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아일랜드 키프로스 등의 막대한 국가부채와 높은 실업률에 따른 혼란 상황은 3년이 지났는데도 갈수록 심각성을 더해가고 있다.

특히 유럽 재정위기가 핵심 4개국인 ‘PIGS(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의 일시적 위기에 그칠 것이라는 초기 전망과 달리 독일, 프랑스 등 EU 내 우등생 국가로도 서서히 번져갈 조짐을 보이며 세계경제 전체의 성장동력을 끌어내리고 있다.

자신에 대한 기대에 부응하듯 드라기 총재는 취임 한 달 만인 2011년 12월과 2012년 2월 2회에 걸쳐 무려 1조 유로의 3년 만기 장기대출 프로그램을 유로존 금융기관에 제공했다. 그럼에도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국채 금리가 계속 치솟자(=채권가격 하락) 경제적 어려움에 빠진 유로존 회원국이 구조조정 조건을 수용하면 이들의 국채를 무제한 매입해주겠다는 OMT(Outright Monetary Transac-tions)까지 발표했다. OMT 지원을 받은 국가는 아직 없다. ECB가 유로존 위기의 확산을 막기 위해 적극적인 정책을 펼치겠다고 발표하자 그 발표만으로도 금융시장이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았기 때문이다.

드라기의 진가가 확실하게 드러난 순간은 2012년 7월이다. 스페인의 구제금융 신청 루머 등으로 달러화 대비 유로화 가치가 속수무책으로 떨어지면서 유럽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던 때다. 드라기는 “유로를 지키기 위해 무엇이든 하겠다”고 강조했다. 같은 해 9월에는 “필요하다면 ECB가 직접 위기를 맞은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국채를 사들일 수도 있다. 나를 믿어달라”고 거듭 강조했다.

2/3
하정민 │동아일보 국제부 기자 dew@donga.com
목록 닫기

美 연준 맞서 ‘마이 웨이’ 빈사의 EU 살리기 올인

댓글 창 닫기

2021/10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