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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Ⅱ ‘New 삼성’을 보는 눈, 눈, 눈

‘점진적 혁신’ 덫에 걸린 노키아 ‘단절적 혁신’ 시험대 오른 삼성

삼성전자도 무너질 수 있을까?

  • 박상인 |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sanpark@snu.ac.kr

‘점진적 혁신’ 덫에 걸린 노키아 ‘단절적 혁신’ 시험대 오른 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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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두 회사는 수직계열화와 소유지배구조에서는 뚜렷이 상반된다. 노키아는 휴대전화 부품 생산을 거의 전부 아웃소싱했으나, 삼성전자는 주요 부품을 자체 생산하거나 계열사가 생산한다. 삼성전자가 안드로이드폰 생산에서 선두 기업이 되고 애플의 아이폰을 빨리 따라잡을 수 있었던 이유의 하나로 삼성전자의 이런 수직계열화를 꼽는 전문가가 많다.

노키아의 소유지배구조는 1994년 뉴욕증권거래소 상장 이후 전형적인 미국 기업과 매우 유사해졌다. 오랫동안 노키아의 최대주주이던 핀란드 상업은행들과 보험사들 대신 미국 기관투자자들이 노키아의 주요 주주가 됐으며, 노키아의 외국인 지분율은 1992년 13%에서 1997년 말 70%, 2000년 말엔 90%를 넘어섰다. 노키아의 휴대전화 부문이 마이크로소프트에 매각된 2013년에도 외국인 지분율은 70% 이상이었다.

이에 비해 삼성그룹은 전형적인 금산복합 소유지배구조다. 즉, 총수 일가는 자신들의 지분 외에 삼성생명, 삼성물산, 삼성전자 자사주 등을 이용해 삼성전자를 지배하고 있으며, 총수 일가는 다시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삼성그룹 계열사 대다수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노키아는 휴대전화 시장에서 선두 기업의 지위를 지키기 위해 유사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양사 모두 원가 절감과 지역별로 상이한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공통 플랫폼 아래서 지역시장에 특화된 모델을 개발하고,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해 효율적으로 관리했다. 또한 둘 다 R·D 투자와 M·A를 통해 기술혁신 역량을 강화하려 부단히 노력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두 기업 모두 진화적 혁신 역량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삼성의 혁신 가능성은?



노키아와 이런 유사점과 차이점을 가진 삼성전자는 노키아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인가. 앞서 살펴봤듯이 노키아는 스마트폰의 도래를 예측했고, 무선 인터넷이나 콘텐츠/서비스에 대한 잠재적 수요를 자신들의 기존 휴대전화 틀 안에서 점진적 혁신으로 수용하고자 했다. 스마트폰이 점점 중요해진 2000년대 중반에도 노키아는 신흥시장 휴대전화 판매에서 막대한 이윤을 창출하고 있었다. 노키아가 단절적 혁신 또는 창조적 혁신을 추구할 수 없었던 이유다.

삼성전자의 자서전으로 불리는 ‘삼성웨이’(2013)라는 책에서 저자들이 말했듯, 삼성전자는 아직까지 세상에 없는 새로운 기술 경로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내는 단절적 혁신 또는 창조적 혁신에는 성공적이지 못했다. 노키아의 경험과 슘페터의 창조적 파괴 이론은 기존 시장과 기술에 막대한 이해관계를 갖게 된 삼성전자가 단절적 혁신에 성공할 가능성이 낮다고 지적한다.

앞에서 본 것처럼 기득권 중시 경향은 노키아 기업 내부 조직에도 투영되고 반영됐다. 삼성전자 역시 위기 상황으로 치닫게 되면 관료화의 폐해가 극명하게 드러날 개연성이 높다. 예를 들어 집단성과급 제도는 조직의 폐쇄성을 키우고 기업 내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가 채택되는 것을 방해하는 역작용을 할 수 있다. 사업부의 성과에 따라 성과급을 지급해오던 삼성전자는 성과가 낮은 부서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자 2006년부터 연봉의 11%, 2009년부터는 연봉의 20%까지 삼성전자 전체 실적에 근거해 성과급을 지급하도록 제도를 변경했다.

노키아 몰락의 경험은 슘페터의 창조적 파괴 이론이 실제로 적용된 것을 보여준 사례다. 기존의 독점기업 또는 지배적 사업자는 잠재적 진입기업이나 시장점유율이 높지 않은 기존 기업과 달리, 단절적 혁신이 발생할 경우 기득권을 잃게 된다. 따라서 이들은 단절적 혁신에 소극적이게 되고, 결국 이런 혁신은 도전 기업들에 의해 이뤄질 개연성이 높은 것이다.

노키아의 전성기엔 핀란드를 ‘일개 기업 경제(one-firm economy)’라고 부를 만큼 노키아가 핀란드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막대했다. 따라서 2008년 시작된 글로벌 경기 대후퇴와 2009년의 유럽 경제위기 와중에 노키아의 몰락이 가속화하자 노키아의 몰락이 핀란드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가 고조됐다.

삼성전자가 무너진다면…

그러나 노키아의 몰락은 핀란드 경제위기로 전이되지 않았다. 오히려 벤처 창업 열기로 이어지는 놀라운 결과를 낳았다. 이는 기본적으로 노키아가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하고, 부품 생산을 아웃소싱했으며, 노키아 주식 대부분을 외국인들이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노키아 몰락으로 인한 생산직 노동자 대량 해고는 노키아 공장이 위치한 살로(Salo) 시와 그 주변의 지역 문제로 국한됐다. 또한 노키아 주식의 대부분을 외국 기관투자자가 보유하고 있었기에, 핀란드 금융기관과 국내 투자자들의 막대한 투자 손실을 야기하지 않았다.

그런데 노키아의 몰락이 새로운 성장동력의 등장으로 이어진 것이 자연스러운 결과는 아니다. 이는 △노키아의 브리지(bridge) 프로그램 △신생기업에 대한 핀란드 정부의 적극적 지원 정책 △실업보험제도를 포함한 사회안전망 구축이라는 기업과 정부의 적극적 정책과 핀란드 복지제도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2011년 봄, 노키아는 해고된 직원들이 새로운 커리어를 시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브리지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이 프로그램 참여자들은 약 2개월 간 사업을 계획한 후 자기 회사를 시작할 때 2만5000유로(4명까지 한 팀으로 총 10만 유로)의 종자기금(seed fund)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핀란드의 실업보험제도에 따라 일반적으로 실직자는 100주(주말을 제외한 500일) 동안 실업급여를 받으며, 그 후에는 최저생계비에 해당하는 금액을 보장받았다. 이러한 사회안전망 덕분에 노키아 퇴직자들은 창업과 재취업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러나 만에 하나 삼성전자가 무너진다면 그 사회적 파장은 노키아의 경우와 사뭇 다를 수 있다. 우선 삼성그룹이 우리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핀란드 경제에서의 노키아 비중보다 훨씬 높다. 나아가 삼성그룹의 수직적 계열화와 계열사 간 출자구조, 그리고 국내 사회안전망 부재로 인해 삼성전자의 몰락은 삼성그룹의 몰락, 그리고 국가 경제의 위기로 전이될 개연성이 높다. 아울러 이런 경제위기가 발생한다면 핀란드에서처럼 신생기업의 탄생으로 이어지기보다는 장기 실업과 우수 인력의 국외 유출로 번져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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