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돌아온 캘리포니아
한노을 지음, 해드림출판사, 229쪽, 13000원

한국에 돌아온 나는 한동안 은둔생활을 거쳐 은사인 마광수 교수가 ‘가자, 장미여관으로’라는 영화의 감독을 맡으면서 나를 시인 역의 주연 남자배우로 발탁해 영화를 찍게 된다. 그러나 영화는 이런저런 문제로 완성되지 못했고, 나는 영화를 찍을 때 분장을 맡은 여자와 결혼했다. 이번에 마 교수께서는 이 책의 발간에 부쳐 과분한 추천사를 써주셨다.
아내와 나는 중앙대가 있는 흑석동의 시장통 근처에서 1년여를 살다 미국으로 돌아왔다. 이후 나는 수년간 한국일보사가 운영하는 방송국에서 기자로 일하다 난생처음으로 비즈니스에 뛰어들어 세탁소를 운영하게 된다. 세탁소 일이 힘들고 아무런 비전이 없다고 느껴서일까, 어느 날 아내는 흐느끼며 “이렇게 미국에서 살 바에는 차라리 한국으로 다시 나가자”고 했다. 내가 누구인가. 역마살이 껴도 보통으로 끼지 않은 데다 가슴속에서 꿈틀거리는, 원 없이 글을 써보고 싶다는 욕망에 시달리는 몽상가 아닌가! 나는 미련 없이 또 미국 생활을 정리했다.
다시는 한국과 미국을 오가지 않고 진득하니 한국에 뿌리를 내리리라 결심하고 일가친척 하나 없는 강릉에 삶의 둥지를 틀었다. 호구지책으로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쳤지만, 곧이어 불어닥친 외환위기로 생계를 위협받자 참담한 심정으로 사랑하는 두 딸과 아내를 남겨두고 홀로 미국행 비행기를 타고 캘리포니아로 돌아온다. 아내가 비자 문제로 발목이 잡혀 식구들과 재회하기까지 반년 넘게 걸렸는데 이만저만한 가슴앓이를 한 게 아니다.
해외여행 다니는 것도 아니고 삶터를 이렇듯 여러 차례 옮겨 다닌 다음, 지금까지는 미국에서 얌전히 살고 있다. 그러나 실상은 또 달라서 미국 내에서도 캘리포니아와 콜로라도를 왔다갔다 했으니 나의 역마살이란 그 얼마나 지독한 것인지….
에세이 ‘홀로 돌아온 캘리포니아’에는 이런 지난한 삶의 여정에 배인 우리 가족의 눈물과 웃음, 고국에 대한 향수, 이민생활의 애환 등이 담겼다. 동시에 문학을 평생의 꿈으로 간직하며 일상생활에서는 끊임없이 실패를 거듭한 한 사내의 담백하고도 리얼한 인생 고백이기도 하다.
내 인생의 역마살은 아직도 끝이 안 났는지 요즘은 또 한국의 지리산 기슭이 늘 그립기만 하다..
한노을 | 시인 |

8년간 중국 특파원으로 활동한 미국 ‘뉴요커’지 기자인 저자가 정치·#129;경제·#129;문화적 격변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 중국인의 복잡한 내면 풍경을 담았다. 타이완 군인에서 중국 최고 경제이론가로 거듭난 린이푸 전 세계은행 부총재, 젊은 민족주의자 탕제, 시골 출신으로 역경을 딛고 온라인 데이트 서비스 사업을 벌여 회사를 나스닥에 상장시킨 공하이난, 노벨평화상을 받았으나 여전히 감옥에 갇혀 있는 류사오보, 시 쓰는 청소부 치샹푸 등 다양한 사람의 일상을 전한다. 저자는 오늘의 중국을 ‘야망의 시대’로 규정한다.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순수한 가능성이 열병처럼 중국인들을 사로잡고 있다는 것. 저자는 야망이 뻗어나가는 길을 세 가지로 본다. 경제적 가치 ‘부’, 사회·정치적인 가치인 ‘진실’, 그리고 새로운 사상과 문화에 대한 ‘믿음’이다. 열린책들, 568쪽, 1만9800원
후쿠자와 유키치라는 신화 _ 야스카와 주노스케 지음, 이향철 옮김
‘일본 근대화의 스승’으로 불리는 후쿠자와 유키치(福澤諭吉)는 일본 최고액권인 1만 엔권 지폐에 초상이 들어 있을 정도로 추앙받는 존재다. 저자는 그러나 일본인이 생각하는 후쿠자와는 가면에 가려진, 더 적나라하게 말하면 ‘가공의 인물‘이라고 말한다. 약육강식과 지배 권력에 대한 옹호를 통해 침략을 정당화하며 동아시아를 갈등과 전쟁 속으로 몰아넣은 주범이라는 것. 저자는 후쿠자와가 위인으로 추앙받게 된 데는 정치평론가이자 일본 학계의 거물인 마루야마 마사오(丸山眞男)가 지대한 공을 세웠다고 말한다. 후쿠자와의 저작 중 입맛에 맞는 문장을 짜깁기하고 문맥과 상관없이 해석해 사실상 새로운 인물을 창조해냈다는 것. 후쿠자와는 일본뿐 아니라 한국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친 인물인 만큼 우리에게도 많은 생각할 거리를 준다. 역사비평사, 564쪽, 3만 원
한글의 발명 _ 정광 지음
우리는 한글을 ‘세종대왕이 만든 사상 유례없는 독창적 글자’로 알고 있다. 이 책은 한글 제정의 동기와 목적, 발명에 참여한 인물과 제정 시기부터 한글이 과학적인 이유와 영향을 받은 문자까지 기존 정설을 뒤집는다. 저자에 따르면 한글 제정의 근본 동기는 원나라 건국에 따라 한자의 중국어 발음과 우리 발음이 크게 차이가 생겨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데 있다. ‘훈민정음’이란 이름처럼 올바른 한자음을 백성에게 가르치기 위한 ‘발음기호’로 만든 것이지 ‘새로운 문자’는 아니었다는 것. 또한 한글 창제에 가장 큰 도움을 준 것은 불가의 학승들이었다. 훈민정음 ‘언해본’이 불교서적인 ‘월인석보’에 부재(附載)된 것은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한 과학적인 바탕 위에서 한글의 역사적 의미와 언어학적 가치, 탁월함을 밝히고 있다. 김영사, 508쪽, 1만9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