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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한국은

북한-중국-미국의 기묘한 동거

고립무원<孤立無援> 北
순망치한<脣亡齒寒> 中
복지부동<伏地不動> 美

  • 장량(張良) | 중국청년정치학원 객좌교수·정치학박사

북한-중국-미국의 기묘한 동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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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도 北 ‘지정학적 숙적’

북한의 대(對)중국 불신은 오랜 역사를 가졌다. 단적인 예가 1956년 개최된 북한 노동당 전당대회. 당시 김일성은 친(親)중국 연안파(延安派) 세력 강화와 중국의 간섭으로 인해 정권 상실 위기에 처했다. 그때 전당대회장에서 권총을 빼들고 연안파 지도자 윤공흠과 최창익을 위협한 이가 최룡해의 아버지인 헤이룽장성 지둥(鷄東)현 출신 최현이다.

2013년 봄 베이징의 한 호텔에서 한국 언론의 베이징 특파원과 반농담조로 “차도살인지계(借刀殺人之計)를 쓰면 최룡해도 쉽게 제거할 수 있을 것”이라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지둥현의 조선족 동포들과 함께 최현 · 최룡해 부자의 공덕비와 동상을 세우면 의심 많은 김정은이 최룡해를 믿지 못해 제거할 것이라는 얘기다.

북한은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해 중국을 견제하는 등의 방식으로 동북아시아 정치의 판을 바꾸려는 뜻도 가졌다. 미 · 중 등 강대국 정치의 희생양이 될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에다 인구 약 2배, 국내총생산(GDP) 50배가 넘는 한국에 흡수당할지 모른다는 공포심도 지녔다.

옛 소련을 비롯한 사회주의권 붕괴 이후 멸망의 위기에 처한 북한은 1994년 7월 김일성 사망 이후 생존을 고민하는 처지로 내몰렸다. 북한이 적(敵)으로 상정한 나라에는 한국, 미국, 일본 외에 지정학적 숙적 중국도 포함된다.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나라는 세계 최강대국 미국이지만 직접적 위협은 한국, 중장기적 위협은 중국으로부터 올 것이라고 평양은 여긴다.



김정일 말기에 동양 최대 규모인 무산 철광 등을 담보로 중국으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려다 실패해 평양의 일개 구역 실무자로 좌천당한 바 있는 이수용 외무상은 중국에 대한 의심과 혐오감이 매우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 · 중 경제협력 강화는 북한의 개혁 · 개방을 유도한다는 긍정적 측면, 그리고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확대 및 북한의 대(對)중국 의존도를 심화하는 부정적 측면을 아울러 가졌다.

동아시아-서태평양 지역에서 미 · 중 간 전략적 이해관계의 불일치는 북한의 생존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적대적 외부 환경에 둘러싸인 채 경제난을 겪는 북한이 보통 국가였다면 수십 번 붕괴했을 것이다. 북한은 핵무기와 미사일에 집중해 생존하고 있다. 정권 생존을 위해서라면 외부 세계가 평양을 완전히 봉쇄하더라도 핵무장을 강화하려 들 것이다. 김정은을 포함한 지도부는 핵무기를 포기하면 정권에 대한 내부 구성원들의 신뢰조차 상실해 리비아 카다피 정권의 전철을 밟을 것으로 여기는 듯하다.

‘줄다리기 외교’로 생존

사면초가의 북한 지도부는 핵무장을 통해 안보를 확고히 한 다음 경제 발전을 이뤄낼 수 있다고 믿는 것 같다. 이른바 핵 · 경제 병진(竝進)정책을 추구하는 까닭이다. 북한은 미 · 중 간 상충되는 이해관계를 이용해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을 확보했을 뿐만 아니라 베이징으로부터 정치 · 경제적 지원도 받는다.

그러면서 평양은 대(對)중국 레버리지를 확보하고자 러시아와 미국뿐 아니라 일본에도 접근한다. 북 · 일관계가 정상화하면 연간 교역 규모가 2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며 일본의 대(對)북한 유 · 무상 원조가 연 17억 달러, 북한인의 일본 방문은 연 1만5000명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북한은 앞으로도 미 · 중 간, 일본을 포함 여타 관련국 간 전략적 이해관계의 차이를 이용해 생존을 도모할 것이다.

중국은 2011년 12월 김정일 사망 때 북 · 중 접경지역에 최신형 전투기를 배치한 후 즉각 투입 가능한 지상군 병력 30만 명을 포진했다. 베이징 외교가에도 비상이 걸렸다. 김정일 없는 북한이 안정을 유지할 수 있을지, 정변이 발생하는 것은 아닌지 많은 이가 관심을 기울였다. 중국이 어떻게 나올지도 베이징 외교가 인사들의 큰 관심거리였다.

중국은 김정일 사망 발표일인 2011년 12월 19일 베이징 주재 한 · 미 · 일 · 러 4개국 대사를 초치해 북한의 안정을 해치는 어떠한 행위도 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이튿날 후진타오 당시 중국 국가주석과 원자바오 당시 국무원 총리 등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전원이 주(駐)중국 북한대사관에 설치된 김정일 빈소를 방문했다. 이를 통해 중국은 대내외에 김정은 정권과 북한의 안정을 지지한다는 뜻을 명확히 표명했다.

미군이 北 정권 연장?

중국은 이렇듯 북한의 지정학적 가치를 매우 높게 본다. 미군의 동아시아 주둔 등 동북아시아에 대한 워싱턴의 지속적 영향력은 중국으로 하여금 베이징 외곽에 위치한 만주와 보하이만(渤海灣)을 지켜주는 참호 격인 북한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동아시아-서태평양 주둔 미군은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을 지켜줄 뿐 아니라 역설적이게도 북한 정권의 생명을 연장해 주는 셈이다.

가까이는 연평도 포격 도발, 멀리는 6 · 25전쟁, 청일전쟁, 임진왜란까지 해양세력이나 대륙세력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한반도 문제를 해결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6 · 25전쟁 때도 현대 무기로 무장한 미군이 해 · 공군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중국 인민해방군을 패퇴시키지 못했다. 그만큼 한반도는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이 팽팽한 균형을 유지하는 사활의 땅이다.

북한은 지리적으로 한국과 중국, 러시아에 에워싸였다. 평양이 느끼는 안보 불안은 한국 못지않을 것이다. 경제난 또한 20년 넘게 지속됐다. 고립무원의 평양이 여유 부릴 공간이 거의 없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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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량(張良) | 중국청년정치학원 객좌교수·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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