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정현상의 사회적 가치 리포트

리처드 하윗 영국 IIRC 대표

“효율 넘어 가치 담는 통합보고서, 지속가능경영 새 흐름”

  • | 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리처드 하윗 영국 IIRC 대표

1/5
  • ● “재무·비재무 합치는 통합보고가 미래다”
    ● CEO 89% “기업은 이익 넘어 가치 보고해야”
    ● 사회적 가치 담는 그릇 가능성
    ● SK텔레콤 등 국내 32개 기업 활용
    ● 20년 유럽의회 의원(영국 노동당) 지낸 트렌드세터
EU의회 의원 출신의 리처드 하윗 IIRC CEO. [KPC 제공]

EU의회 의원 출신의 리처드 하윗 IIRC CEO. [KPC 제공]

문재인 정부에서 강조하는 ‘사회적 가치’가 2018년 경제계에 화두가 되고 있는 가운데 그 실천 방안과 장기 전략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공공이익과 공동체 발전에 기여하는 것을 뜻하는 사회적 가치는 그 범위가 매우 넓어 해석에 혼란이 있는 게 사실이다. 

우선 정부는 지난해 말 공공기관 경영평가 방식을 10년 만에 전면 개편하면서 사회적 가치를 △일자리 창출 △균등한 기회와 사회통합 △안전 및 환경 △상생·협력 및 지역발전 △윤리경영 항목으로 나눠 평가하기로 했다. 공기업(40~45점)과 준정부기관(58~63점)의 사회적 가치 배점이 조금 다르지만 일반 경영관리와 기타 사업을 빼면 공공기관은 온통 사회적 가치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 세부 항목 가운데는 일자리 창출 지표(6~7점) 배점이 가장 높다.

연탄 나르기보다 더 큰 전략 수립해야

기업들은 그동안 실행해오던 사회공헌사업 등을 중심으로 지속가능경영 이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새해 그룹 회장이나 CEO들도 신년사에서 사회적 가치 창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최태원 SK 회장은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더블 바텀 라인 실천”을 강조하기도 했다. 

중요한 것은 실제 어떤 전략과 사례들을 발굴할 것인지다. 많은 기관에서 사회적 가치를 좀 더 넓은 시각에서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보통 사회공헌이라 하면 연말 불우이웃돕기나 연탄 나르기 같은 이벤트를 떠올린다. 이런 자선 행위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기관이나 기업의 경우 더 큰 틀의 전략으로 그 가치를 더욱 배가할 수 있는데도 근시안에 갇혀 있다 보니 발굴에 어려움을 겪는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가치 창출 전략은 지속가능경영 전략 수립과 같은 틀에서 이뤄진다고 보고 있다. 이런 전략들은 주요 기업들이 해마다 발행하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자세히 설명돼 있다. 그러니 사회적 가치의 큰 시각을 발견하려면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보면 된다. 흔히 이들 보고서는 사회, 환경, 경제 측면에서 기업이 어떤 영향을 미치고, 위기와 기회를 어떻게 관리했는지를 기술한다. 



그런데 요즘엔 전 세계적으로 재무적 정보와 비재무적 정보를 함께 다루는 통합보고(IR·Ingtegrated Reporting)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통합보고 개념은 민간 기업을 위해 발전됐지만, 통합보고가 이익이나 효율을 넘어 가치에 대해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공공기관에도 많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2016년 말 미국공인회계사협회(AICPA), 영국 공인관리회계사협회(CIMA) 등이 CEO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통합보고가 기업의 전략 입안과 실행에 주요한 변화를 가져온다는 것에 93%, 가치창출 모델 구축에 필요하다는데 83%가 동의했다. 또 ‘이익을 넘어서는 목표(Purpose Beyond Profit)’라는 보고서에서는 89%의 CEO 및 경영진이 기업은 단순 이익 보고를 넘어 가치를 보고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기업의 진정한 가치 포착

통합보고 이니셔티브를 확장하고 있는 단체는 영국 국제통합보고위원회(IIRC)다. 비영리기관이고, 회계 및 지속가능경영 관련 표준 기관, 다국적기업들과 다자간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IIRC는 8년 전 기업의 정보공개 시스템을 바꾸고 통합보고를 새로운 세계 기준으로 만들기 위해 출범했다. 

지난 연말 국내 파트너들과 기업 관계자들을 만나기 위해 내한한 리처드 하윗(Richard Howitt) IIRC CEO를 만나 사회적 가치 전략을 짜고, 그것을 담는 그릇이 될 수 있는 통합보고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20년 이상 유럽의회 의원으로 재직한 하윗 씨는 특히 기업 책임과 지속가능경영 관련 이슈의 조사위원으로도 활동했으며,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친 EU의 비재무 정보 관련법을 설계해 기업 정보공개 시스템을 바꾼 이로 알려져 있다. IIRC CEO가 되기 전에는 정치·경제계에 통합보고 도입을 촉구하는 홍보대사 역할을 수행했다. 

“기업이 지속가능경영을 실천하려면 보고서를 통한 정보공개가 잘 이뤄져야 합니다. 투자자들은 바로 이 보고서를 보고 기업의 전략을 이해하지요. 그런데 통합보고는 정해진 규정을 따르는 준법에 대한 보고서가 아니라 기업의 진정한 이익이 무엇인지 보고하는 것입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달라지는 비즈니스 업계에서 폭넓은 영역을 다루는 통합보고가 과연 기업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궁금할 겁니다.” 

통합보고가 비즈니스에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기존 기업 재무보고서는 유형자산을 담지만, 기업의 진정한 가치를 포착하지 못합니다. 기업의 기술 트렌드, 디지털 전환, 교육과 지식 같은 것들은 전통적인 보고 형식에는 담지 못합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지금과 같은 비즈니스 환경에서 성공하기 위한 핵심적인 부분입니다. 통합보고는 기업의 진정한 가치를 포착하고 외부 관계와 자산에서 의존적인 부분이 무엇인지를 담습니다. 우리는 그 외부 관계와 자산을 6대 자본으로 나누는데요. 재무, 제조, 지적, 인적, 사회적, 자연 부문이 그것입니다. 이는 모두 비즈니스의 가치를 만들어내는 기회이자 위기와 관련이 있는데요. 기업은 통합보고 제작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가져갈 수 있습니다.”

더 짧고 덜 권위적인 보고서

왼쪽부터 SK텔레콤, 두산인프라코어, IIRC의 통합보고서 표지.

왼쪽부터 SK텔레콤, 두산인프라코어, IIRC의 통합보고서 표지.

6대 자본을 보고해야 하니 보고서가 더 복잡해지는 것 아닌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통합보고는 또 다른 형태의 보고서가 아닙니다. 이건 기업이 가치를 어떻게 창출할 것이냐와 관련된 원칙, 질문에 관련된 것입니다. 만약 6대 자본 가운데 크게 의미가 없는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활용하지 않아도 됩니다. 통합보고는 기업이 자사의 이익을 담을 수 있는 프레임워크입니다. 따라서 더 짧고, 분명하며, 덜 권위적인 보고서가 됩니다. 


일반적인 연차보고서 안에서든, 영업실적 재무 상태 유동성 등의 정보가 담긴 경영진단의견서(MD&A)에서든 6대 자본에 대한 통합적 사고를 반영한 부분이 들어간 형태로 IR이 나오기도 합니다. 형태를 규정해두지 않았기에 기존 연차보고서가 그처럼 내용이 보완돼 통합보고서로 나올 수도 있다는 거지요.” 

국내 기업들도 많이 활용하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위한 GRI 등과는 어떻게 다른가요. 

“GRI는 여러 지속가능성 관련 프레임워크 가운데 하나이고요. IR은 다양한 프레임워크를 하나로 묶습니다. 미국지속가능성회계표준위원회(SASB), 미국회계기준원, 한국회계기준위원회 등도 이런 통합보고가 최종적인 목표라고 동의해왔습니다. 만약 기업이 자사의 지속가능성을 살펴보기 위해 통계나 메트릭스를 사용하기 원하면 GRI와 같은 가이드라인을 활용해도 좋습니다. 분명 통합보고와는 다른 기능이 있거든요. 

예컨대 환경 영향을 살펴보기 위해 GRI나 지속가능성 프레임워크를 선택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정확하고 자세한 정보를 보고서에 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아요. 6대 자본을 바탕으로 통합적으로 사고해야 합니다. 기업은 그런 정보가 자사에, 비즈니스 전략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해해야 합니다. IR이 얻고자 하는 목적이 바로 그것입니다. 제가 IR을 설명할 때 흔히 쓰는 말이 있는데요. ‘지속가능성 보고는 기업이 어떻게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다룬다면 IR은 세계가 기업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다루는 것이다’라고요.”

애뉴얼 리포트와 지속가능경영보고서 통합

IR 네트워크는 점차 확대되고 있다. 미국 영국 일본 등 13개 국가에서 세계은행 등 국제협력기구뿐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 유니레버 등 수많은 글로벌 기업이 여기에 참여하고 있다. 일본에선 300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고, 중국에서도 5개년 경제계획에 언급되면서 이를 채택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아직 국내 기업들은 IR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IR은 전 세계적으로 크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2013년엔 160개 기업이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4년 만에 1600개 기업이 IR 방식으로 보고서를 내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32개 기업이 통합보고를 하고 있습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특히 5년째 IR을 하고 있고, 미국에서 IR 관련 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SK텔레콤, 현대건설, GS건설, 삼성생명 등도 IR의 베스트 프랙티스 기업입니다. 

아직 여기에 동참하지 않은 한국 기업이라면 그 여행을 함께 떠나봅시다. 이게 바로 미래의 글로벌 기준입니다. 한국과 같은 수출 의존적인 나라의 경제는 투자를 중시합니다. 그런데 IR이 바로 세계 투자자들이 원하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이 한국의 주가가 과소평가돼 있다고 합니다. IR은 투자의 뿌리, 국제적 인정의 뿌리, 더 높은 주가의 뿌리입니다. 아직 IR을 채택하지 않은 한국 기업에 큰 기회가 될 것입니다. 국내 투자자들도 IR이 국제 투자자들의 새로운 기준이 되고 있음을 확인하기를 바랍니다.” 

참고로 두산인프라코어는 통합보고서(2016)를 발간하는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다양한 사회책임경영(CSR) 요소들의 상호작용으로 재무성과와 비재무성과가 도출되고 이를 통해 기업가치가 창출되는 과정을 이해관계자들과 공유하고자 애뉴얼(annual) 리포트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합한 통합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장단기적 더 나은 성과 내

재무적 비재무적 성과를 전략적으로 통합한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요. 

“비재무적(non-financial)이라고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결국 재무적(financial) 성과나 마찬가지입니다. 예를 들면 기후변화의 경우 기업엔 기회와 위험 요소가 다 있습니다. 세계경제는 저탄소경제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적응하지 못하는 기업이라면 시장에서 쫓겨날 겁니다. 지금 당장은 이것은 비재무적 정보입니다. 그런데 만약 이것을 이해한다면 이 기업은 미래에 유리한 고지에 이를 수 있도록 비즈니스 전략과 모델을 짤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지속가능 관점에서 중요한 이슈가 되는 중대성(materiality) 이슈입니다. 현재는 비재무적인 것으로 간주되는 정보가 미래의 비즈니스 성공에 가장 중요한 것이 될 수 있습니다. IR은 기업으로 하여금 가치를 창출하고 전략을 도출하도록 추동하는 6대 자본 가운데 무엇이 중요한 요소인지 이해하도록 돕습니다. 이것이 바로 연결 지점입니다. 서로 다른 자본이 비즈니스의 가치 창출에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 이해하는 게 중요합니다.” 

IR을 통해 비즈니스 가치를 창출한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요. 

“IR의 핵심은 비즈니스 모델과 전략에 이것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을 위해 가치를 창출하는지 이해하는 일입니다. 단지 재무적 관점에서는 그것을 알 수 없어요. 재정적 이익은 물론 중요하지만, 어디로 가지 않아요. 통합적 사고가 중요해요. 우리는 기업이 다르게 생각할 수 있도록 돕고 있어요. 통합보고는 기업을 위한, 장기적 가치 창출에 대한 것입니다.” 

많은 한국 기업은 여전히 장기 전략보다는 단기 수익에 매달리고 있는데요. 

“다우존스지속가능지수(DJSI)도 기업이 지속가능경영을 잘하고 통합보고를 할 경우 더 큰 수익을 낼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싱가포르 난양대가 8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IR보고서를 내는 기업이 장단기적으로 더 나은 성과를 냈습니다. IR보고를 의무화하고 있는 남아프리카공화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IR과 주가가 긍정적인 상관관계가 있었습니다. 아주대에서도 100개 한국 기업을 조사한 결과 지속가능경영 전략을 가진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재무 성과가 더 나은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많은 투자자가 IR에 관심을 갖는 것은 이것이 기업 경영의 질을 보여주는 신호이기 때문입니다.”

“시대를 앞서나가세요”

세계 각국 증권거래소에서도 IR을 유용한 정보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하는데요. 

“IR이 새로운 벤치마크가 될 수 있다고 보는 겁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특히 모든 상장 기업에 IR 보고서를 의무화하고 있어요. 일본 인도 브라질 증권거래소는 IR을 장려합니다. 일본 증권거래소와 일본회계사협회가 함께 상장기업에 의무적으로 IR보고를 장려하면서 300여 개 기업이 이를 따르고 있습니다. 한국 증권거래소에선 아직 움직임이 없습니다. 다만 한국거래소 산하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서 스튜어드십 코드 초안을 만들어서 IIRC와 뜻을 같이하고 있는 점은 긍정적입니다.” 

세계적으로 IR을 더 발전시키려는 회계 기관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있는 것으로 들었습니다. 

“IIRC에는 회계 기관의 역할도 매우 중요합니다. 2017년 2월 미국공인회계사협회(IFAC)가 ‘IR은 기업 보고서의 미래’라고 발표했습니다. 단지 가능성이 아니라 분명한 미래를 언급한 겁니다. 한국 회계 회사도 IIRC에 대해 많은 관심을 표명하고 있고, 제가 서울에 있는 동안 관계자들과 미팅 일정도 잡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국 기업에 전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요. 

“저의 메시지는 ‘뒤처지지 말라’는 겁니다. IR에 대한 관심은 실제 일어나고 있는 일입니다. IR을 채택하면 경쟁우위를 누릴 수 있습니다. 시대를 앞서나가세요.”



1/5
이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목록 닫기

리처드 하윗 영국 IIRC 대표

댓글 창 닫기

2021/03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