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9월호

20대 리포트

말 많고 탈 많은 ‘취준생 서포터즈’

“일부 기업, 영업 강요 돈벌이 대상 삼아”

  • 입력2018-09-02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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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회원 유치 실적으로 평가”

    • “취준생 간절함 악용”

    취업에서 실무 경험이 강조되면서, 많은 대학생은 대외 활동이나 서포터즈 활동에 뛰어든다. 서포터즈 활동은 주로 어떤 기업에서 업무를 보조하는 활동을 뜻한다. 지난해 대외 활동을 1회 이상 경험한 대학생은 전체 대학생의 54.1%에 이른다. 

    그러나 대외 활동을 통해 부조리를 느끼고 스트레스를 받는 대학생도 적지 않다. 8개 기업에서 서포터즈를 경험한 서울시내 모 대학 재학생 J(23) 씨는 “생긴 지 얼마 되지 않는 2, 3기의 서포터즈 활동이 대체로 힘들다. 해당기업의 담당자가 대학생들의 열정을 도구로 이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J씨는 “무엇을 하려고 이러고 있는지, 과연 이 활동이 취업에 도움이 될지 생각이 많아진다”라고 덧붙였다. 특히 J씨는 “일부 기업이 서포터즈 활동의 대가를 문화상품권이나 10만 원 상당의 자사 자체 상품으로 대체한다. 인건비를 줄이고 세금을 피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유명 은행의 무언의 압박”

    한 유명 은행 홍보대사로 활동한 대학생 K(23) 씨는 “은행 측이 팀별 홍보활동 결과를 자사 사이트 회원 유치 실적으로 평가하더라. ‘많은 회원을 유치하라’는 무언의 압박이었다. 각 팀원이 자기 지인들에게 가입을 부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K씨는 공인인증서를 가진 지인을 찾느라 애를 먹었다. 회원 가입을 위해선 해당 은행의 공인인증서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K씨는 “내 부탁 때문에 일부러 해당 공인인증서를 만든 지인도 있다”고 털어놨다. 이어 “대학생 홍보대사를 넘어 마치 영업 사원처럼 실적을 채우라고 강요당하는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서울지역의 취업준비생 L(23) 씨는 힙합 공연 서포터즈로 활동했다. 페이스북에 올라온 서포터즈 모집 글을 보고 지원했으나 기대한 서포터즈 활동과는 거리가 멀었다고 한다. 

    “체계가 하나도 잡히지 않은 상태였다. 티켓 배부부터 공연장 입장, 청중 관리에 이르기까지 두서없이 동원됐다. 서포터즈라는 이름으로 무급 아르바이트를 강요당한 기분이었다.”(L씨)



    “돈 내고 열악한 밤샘 작업”

    채용 시 직무 능력을 강조하는 기업이 증가함에 따라, 대학생이나 취업준비생이 기업 측에 돈을 내고 대외 활동 경력을 사는 사례까지 등장했다. 서울지역 대학생 M(21) 씨는 실무 경험이 중시되는 음반기획자 직종을 희망해 해당 자격증, 수료증과 관련된 안내를 보고 유료 대외 활동에 참여했다. M씨는 면접까지 본 뒤 합격 문자를 받자마자 기쁜 마음에 돈을 지불했다. 그러나 해당 대외 활동을 위해 지불한 비용 대비 만족도가 매우 낮다고 한다. M씨는 “실무교육 프로그램 내용에 불만을 제기하면 사측은 ‘이런 경험이 실무에 도움이 된다’며 수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엔 ‘프로그램 종료 후 모든 참가자에게 수료증을 주겠다’고 했지만 나중엔 ‘선별적으로 주겠다’고 말을 바꿨다. 취업이 간절한 대학생들을 상대로 돈벌이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불만을 표했다. 

    “적합한 장소를 제공한다고 약속한 뒤 실제론 장소를 제대로 대여하지 않아 열악한 곳에서 밤샘 작업을 해야 했다.” 

    M씨는 이 기업에 비용이 어떻게 쓰이는지 물어봤다고 한다. 이 기업은 “비영리단체가 아니므로 회계 내역을 공개할 수 없다”며 답하지 않았다고 한다. 

    한 대기업의 대표는 “대외 활동이 취업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 회사는 대외 활동 경험이 있는 지원자를 긍정적으로 보게 된다. 하지만 일부 기업에서 취업준비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대외 활동 프로그램에 결함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 이 기사는 성균관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언론실무교육’ 과목 수강생이 신성호 교수의 지도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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