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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불안, 정부는 무능 결론은 각자도생

2015년 한국, 왜 ‘생존’이 화두인가

  • 정해윤 | 시사평론가 kinstinct1@naver.com

세상은 불안, 정부는 무능 결론은 각자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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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이 느끼는 불안은 세상이 점점 통제를 벗어나고 있다는 데서 비롯된다. 2008년 광우병 사태는 이런 불안이 선제적으로 터져 나온 사건이다. 미국산 쇠고기로 인해 광우병이 발생할 확률은 과학적으로 분명 낮았다. 하지만 대중은 ‘우리가 먹을 것을 왜 우리가 마음대로 통제하지 못하느냐’에 방점을 찍었다. ‘국가 검역 주권이 제한받고, 미국인도 찜찜해서 잘 안 먹는다는 늙은 소의 고기도 수입한다’는 사실에 분노한 것이다.

한국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자살률에서 압도적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07~2011년 5년간 자살한 사람은 7만1916명으로 이라크 전쟁 사망자 3만8625명의 2배, 아프가니스탄 전쟁 사망자 1만4719명의 5배에 육박한다. 특히 우리 20~30대 남성의 자살률은 계속 상승하고 있다.

‘헬조선’과 ‘흙수저’ 담론

상당수 젊은 층은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직업 없는 빚쟁이’가 된다. 올해 1~8월 학자금대출 규모는 2010년에 비해 무려 217%(8조90억 원) 증가했다. 반면 20대 실업률은 같은 기간 7.8%에서 9.6%로 뛰었다.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15~29세 ‘니트족(NEET族,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의 비율도 15.6%로, OECD 평균(8.7%)의 2배 수준이다. 또한 젊은 층 취업자 중에는 비정규직이 많다. ‘취업 절벽’ ‘3포 세대’ ‘5포세대’ 같은 용어는 젊은 층의 현실을 정확하게 반영한다. 수많은 20~30대 젊은이는 ‘이대로 쓰러지느냐, 살아남느냐’의 생존 문제를 매일같이 고민한다.

‘신동아’ 8월호는 ‘헬조선’ 사이트 운영자를 처음으로 인터뷰하면서 ‘헬조선’과 ‘흙수저’를 본격적으로 공론화했다. 몇몇 중앙일간지가 이 기사를 따라 보도했다. 이어 방송으로, 포털로, SNS로 확산됐다. 이렇게 ‘헬조선’과 ‘흙수저’는 단 두 달 만에 우리 사회의 중요 이슈로 떠올랐다.



놀라운 현상이다. 많은 젊은이가 이 나라를 헬조선이라고 한다는데, 헬(Hell)은 지옥이다. 헬조선, ‘사는 세상이 지옥 같다’는 거다. 먹고사는 가장 기본적인 욕구도 충족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실제로 젊은 남성이 계속 취업이 안 되는 상태에서 30대 중반으로 접어들면 영원히 취업이 안 되고 앞길이 캄캄해진다. 청년들은 엄청난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들은 자신을 흙수저라고 칭한다. 흙수저란 ‘금수저 물고 태어난 사람의 대척점에 있는 사람’이다. ‘신분 상승의 기회가 없는 하층민’이다. 살아갈 길 막막한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도 않고 누가 도와줄 것 같지도 않다는 뜻이다. 헬조선, 금수저, 흙수저 같은 온라인게임 스타일의 용어와 위계는 젊은 층에 잘 먹히는 측면이 있다. 은유적 표현이겠지만, 죽창에 의한 자살을 마지막 대안으로 제시하는 점은 섬뜩하고 비인간적이다. 헬조선과 흙수저 담론은, 많은 젊은이가 생존에 대한 불안을 안고 살아가는 우리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신동아 2015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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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윤 | 시사평론가 kinstinct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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