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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리포트

학습 부담에 운동 부족 청소년기 ‘우르르’ 발병

결핵에 쓰러지는 우리 아이들

  • 김유림 채널A 사회부 기자 | rim@donga.com

학습 부담에 운동 부족 청소년기 ‘우르르’ 발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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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력 떨어져 감염 취약

그런데 주목할 것은, 최근 젊은 층에게 결핵이 확산되고 있는 점이다. 결핵 발병자 중 20~30대가 전체 환자의 37.8%에 달한다. 해외의 경우 결핵 감염자 대다수가 60~70대인 것에 비해 젊은 층의 비율이 현저히 높다. 특히 만 14세 이하에는 거의 전무하던 결핵 발병자가 15세 이후 급증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왜 15세인가. 경선영 가천대 호흡기내과 교수는 우리 청소년들이 노출된 환경에서 그 답을 찾았다. 과도한 학습량과 부족한 운동량으로 면역성이 크게 떨어진 상황에서 학교 내 집단생활을 하다보니 결핵 감염률이 높다는 것. 또한 PC방, 학원, 독서실 등 밀폐된 공간에 오래 있다보니 감염도 빨라진다는 게 경 교수의 주장이다.

일부 전문가는 생후 1개월 내에 맞은 항결핵 백신, BCG의 효과가 사라지는 시기가 15세쯤이라는 의견을 내놓는다. 청소년기의 극심한 다이어트 역시 결핵 확산의 주범이다. 다른 나라에선 남성 결핵 감염자 수가 많지만, 우리나라 20대의 경우 남성과 여성 결핵 환자 수치가 비슷한 수준이다.

환자 가족 절반이 검사 안 해



학습 부담에 운동 부족 청소년기 ‘우르르’ 발병

결핵 예방 캠페인.

결핵의 증상은 전신 피로와 기침, 미열 등으로 감기와 비슷하다. 그렇다보니 결핵에 걸려놓고도 심각성을 모른 채 병원을 찾지 않는 사람이 많다. 심지어 가족 중에 결핵 환자가 있어도 심각하게 여기지 않고 검사를 받지 않는 사람이 적지 않다.

최근 중학생 아들이 결핵 확진 판정을 받은 직장인 김지환(42) 씨는 자신도 고교생 때 결핵을 앓은 적이 있다. 김씨는 “최근 한 달간 기침을 달고 사는 아들을 보고도 결핵일 것이라는 의심을 하지 못했다”며 안타까워했다. “요즘 세상에 결핵이 어딨냐”며 기침약만 먹이다가 치료 시기를 놓쳤다는 것.

조혜경 가천대 의대 소아청소년과 교수팀이 결핵 환자 253명의 가족을 대상으로 연구했더니 환자와 동거 중인 가족 가운데 절반 정도만이 결핵 검사를 받았다. 상당수 가족은 “증상이 없다” “결핵은 전염성이 없다”며 결핵 검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고 여겼다. 조 교수는 “같은 생활공간에 있는 만큼 결핵 환자 가족도 결핵 예방, 조기 검진을 위해 애써야 하지만 심각성을 모른다”고 지적했다. ‘결핵은 빈곤병’이라는 그릇된 편견 때문에 오히려 결핵 진단과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결핵은 초기에 진단하면 2주간 치료로 완치할 수 있는데 그 ‘골든타임’을 잡기 위해서라도 조기 진단이 필수다. 그렇기에 잠복결핵 환자의 경우 특히 주의를 요한다. 결핵은 전염성도, 증상도 없고 엑스레이를 찍어도 당장 질병이 드러나지 않지만 평생 살면서 10% 정도는 활동성으로 진행되고 전염력을 갖는다. 그 한순간을 놓치면 결핵 전파자가 될 수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결핵을 하찮게 여기는 인식은 여전하다. 서울 은평구 산후조리원 결핵 전염 사태 이후 서울시는 전체 산후조리원 400여 곳 종사자를 대상으로 잠복결핵 검사와 교육에 나섰다. 지자체별로 보건소 직원이 산후조리원을 직접 방문하거나 종사자들을 구청에 불러 교육을 했는데 대부분 “심각하지 않다” “잠복결핵은 병이 아니다”라는 식의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교육에 나선 서울의 한 구청 관계자는 “사실 우리나라 성인 3분의 1이 잠복결핵인데 산후조리원 종사자에게만 높은 수준을 기대할 수 있겠냐”며 “이번 교육이야말로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조사 대상 선정도 갈팡질팡

은평구 산후조리원 결핵 감염자 조사 대상 선정 과정에도 아쉬운 점이 많았다. 초기에 질병관리본부는 결핵 검사 대상으로 신생아 120명만 선정했다. 산모, 가족, 동료 직원 등은 대상에서 제외됐다. 또한 간호조무사 이씨의 결핵균 잠복기로 설정된 6월 4일을 기준으로 검사 대상을 정했는데, 그 이전 퇴원자도 결핵 양성 판정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뒤늦게 60명을 추가 선정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이씨가 4월, 폐 엑스레이를 찍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보건당국에 대한 불신이 깊어졌다. 결국 보호자들은 문제의 산후조리원과 결핵 감염자 이씨 등을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형사 고소했다. 보호자 김모 씨는 이렇게 말했다.

“몸이 건강하지 않은 사람이 산후조리원에서 일한 것부터가 문제지만, 행정 처분할 법적 규제가 하나도 없다고 합니다. 산후조리원도 자기 책임이 아니라면서도 1명당 고작 100만 원씩 보상한답니다. 우리 아이들이 입은 피해를 도대체 누가 책임지고 보상해줍니까.”

10월 2일 국회에서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여당 보건복지위원회 의원들이 만나 은평구 산후조리원 결핵 전염 사태에 대해 논의했다. 산후조리원의 결핵 전염을 막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법제화하는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만들기로 의견을 모았다. 보호자들은 이 같은 결과에 “그나마 다행”이라면서도 구체적인 해결책을 요구하고 있다.

재발 방지와 대책 마련.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은 구호지만, 평생 결핵의 위험을 안은 채 살아야 할 아이를 보며 끝없는 죄책감을 가질 부모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아닐까.

신동아 2015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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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림 채널A 사회부 기자 | r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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