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상경기가 열린 유타올림픽파크 내 스키점프대. 아래에 풀장과 암벽등반 시설을 갖춰놓았다.(왼쪽) 빙상 경기가 열린 솔트레이크 유타올림픽오벌.(오른쪽)
솔트레이크 올림픽은 2002년 2월9~25일까지 16일간 열렸다. 솔트레이크를 비롯해 7개 도시에서 78개 종목이 개최됐다. 동계올림픽 경기는 크게 빙상경기와 설상경기로 구분한다. 솔트레이크 올림픽 설상경기는 대부분 파크시티에서 열렸다. 7월 하순 이 도시에 있는 유타올림픽파크 탐방으로 취재를 시작했다.
파크시티 올림픽?
인구 8000명이 채 안 되는 파크시티는 관광으로 먹고산다. 스키장, 골프장, 공원이 많아 해마다 많은 관광객이 찾는다. 공기가 좋고 풍광이 뛰어나 부자들의 고급 별장이 즐비하다. 선댄스영화제가 열리는 매년 1월이면 전 세계 영화 팬으로 북적인다. 올림픽 이후 관광객이 부쩍 늘었다. 올림픽 관련 대외 홍보와 마케팅은 이곳 상공회의소가 주관한다.
상공회의소 홍보팀 직원 제프 스와츠(Geoff Swarts)는 쾌활하고 의욕이 넘치는 청년이었다. 취재진을 반갑게 맞은 그는 여자친구가 7월 광주에서 열린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때 미국 축구팀 대표로 뛰었다며 한국에 ‘엄청난’ 호감을 표시했다.
한여름치고는 선선한 날씨였다. 스키장 아래에 아담하고 우아한 호텔 여러 채가 자리 잡았다. 공동 소유 형태의 이 호텔들은 관광객 숙박용이지만 각종 컨벤션 시설로도 활용된다. 주말에는 음악회 따위의 콘서트도 열린다. 여름엔 스키 코스를 이용한 산악자전거가 인기다.
산 중턱에 오르니 바람이 거세다. 일종의 스키 박물관인 퀴니웰컴센터에 도착하자 아나운서 출신 칼 뢰프케(Carl Roepke)가 반갑게 맞았다. 퀴니웰컴센터는 이 지역 스키 발전에 큰 공을 세운 사업가 조 퀴니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 솔트레이크 올림픽 때 경기 중계를 맡았던 칼은 “많은 사람이 (올림픽을) 기억하게 만드는 것이 이 센터를 만든 목적”이라고 말했다.
“올림픽 개최 몇 년 전부터 홍보용 이벤트를 마련하고 모자와 마스코트 등을 팔아 자꾸 알려야 한다. 2018년 동계올림픽이 어디서 열리는지, 평창이 어딘지 모르는 사람이 많다. 평창도 미리 시작해야 한다.”
기대치 이상의 만족감
올림픽 경기가 열린 스키점프대에 올라보니 아찔하다. 아래 설치된 풀장이 이색적이다. 선수의 착지 연습용이지만 일반인도 요금을 내면 이용할 수 있다. 풀장 한쪽에 벽을 세워 암벽등반도 할 수 있게 해놓았다.
이 모든 일은 올림픽유산재단(Olympic Legacy Foundation)에서 기획하고 관리한다. 올림픽이 끝난 직후 발족한 이 민간재단의 업무는 올림픽 시설을 활용하고 보존하는 것이다. 주 정부나 시의 지원 없이 다양한 수익사업으로 재원을 마련해 독립적으로 운영한다. 예컨대 취재진(기자, 통역인, 가이드)이 타본 봅슬레이도 수익사업의 하나다. 누구나 75달러만 내면 올림픽 당시의 코스 그대로 탈 수 있다. 신체 허약자와 디스크 환자 등은 탈 수 없으며 사전에 간단한 안전교육을 받아야 한다.
봅슬레이 출발 지점은 해발 2300m, 이곳에서부터 고도 125m에 경사 20도, 코너 15회인 코스를 시속 100㎞로 질주한다. 총 길이는 1335m. 취재진은 4인승 봅슬레이에 탑승했다. 앞자리엔 가이드 구실을 하는 코치가 탔다. 통이 비좁아 팔꿈치를 오므리고 무릎을 바싹 굽혀야 했다. 정신 못 차릴 정도로 빨랐다. 코너 돌 때마다 헬멧이 통에 부딪히는 바람에 머리가 쾅쾅 울렸고 팔꿈치와 무릎에 강한 충격이 느껴졌다. 기록은 1분06초64. 짧은 체험이었지만, 올림픽을 즐기고 기억하는 데는 백 마디 말보다 나았다. 평창이 가야 할 길이 보이는 듯했다.
반바지 차림의 브래드 올치(Brad Olche)는 키가 190㎝쯤 돼 보이는 거인이다. 1990~2002년까지 임기 4년의 파크시티 시장을 세 차례 연임한 그는 솔트레이크 올림픽의 산증인이다. 시장이 되기 전엔 올림픽유치위원회 위원으로 전 세계를 누볐다. 취임 후엔 올림픽 관련 예산을 늘리고 다양한 시설을 지었다. 재임 중인 1995년 올림픽 유치가 결정됐다. 인터뷰는 시청사 회의실에서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