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BC 남녀 하키팀 경기와 일반인을 상대로 하는 스케이팅 및 하키 프로그램 등 빙상경기장에서 할 수 있는 프로그램 이외에도 다양한 이벤트 장소로 사용된다. 테니스와 농구대회는 물론 음악 콘서트나 뮤지컬 등이 열린다. 1년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열리는 테니스 대회 때는 얼음을 아예 제거하지만, 농구나 콘서트 등을 할 때는 빙판 위에 마루판 같은 바닥을 깔아서 무대를 만든다. 빙상경기나 빙상 프로그램보다 다른 이벤트로 올리는 수익이 더 많다. 올림픽 이전부터 다 계획했던 것들이다.”
밴쿠버 동계올림픽 때 새로 지은 실내경기장은 단 2곳뿐이다. 컬링경기가 열린 ‘밴쿠버 올림픽센터(Vancouver Olympic Centre)’와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으로 사용한 ‘리치먼드 올림픽 오벌(Richmond Olympic Oval)’이다. 이 가운데 밴쿠버가 아닌 주변 도시에 세워진 경기장은 오벌이 유일하다.
리치먼드는 밴쿠버의 남쪽에 바로 붙은 위성도시로, 지역 발전과 함께 주민을 위한 다목적 체육시설을 확보하기 위해 시가 적극적으로 유치에 나섰다. 조직위는 IBC·MPC가 마련된 밴쿠버 컨벤션센터와 리치먼드 올림픽 오벌을 연결하는 교통망 마련을 위해 전철 ‘캐나다 라인(Canada Line)’을 건설하는 등 많은 비용을 쏟아부었다. 이 때문에 과잉투자라는 지적이 있었지만, 덕분에 허허벌판이던 경기장 주변은 큰 변화가 생기고 있다.
올림픽 이후 리치먼드 올림픽 오벌은 완전히 탈바꿈했다. 스피드스케이팅 트랙은 사라지고, 그 대신 국제 규격의 아이스링크 2개와 농구장, 배구 및 배드민턴장, 탁구장, 200m 육상트랙, 실내 암벽등반, 헬스센터 등이 들어섰다. 밴쿠버에서 유명한 요가센터도 입점했다. 덕분에 지역 주민으로부터 인기가 높다.
애런 카이(Aran Kay) 프로그램 매니저에 따르면 지난해 이 경기장 방문객 수는 80만 명을 넘어섰고, 헬스센터 연간 회원 수는 6000명에 이른다. 또 경기장에서 할 수 있는 스포츠 활동은 무려 100여 가지에 달한다는 것. 애런 카이 매니저의 이야기다.
“올림픽 시설이지만 경기보다는 어떻게 건설하면 좀 더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지를 먼저 고민했다. 그다음에 올림픽 때 스피드스케이팅 경기를 치를 수 있는 방안을 찾았다. 평창동계올림픽 시설도 대회 이후 성공적으로 유지하려면 경기장 건설보다 사후관리 계획을 먼저 세우는 게 중요하다.”
리치먼드 올림픽 오벌 주변 지역엔 요즘 아파트 신축공사가 한창이다. 리치먼드 올림픽 오벌과 같은 체육시설과 함께 들어선 전철 덕분에 이 지역의 교통이 편리해지면서 개발 붐이 인다는 것이다.
제프 멕스(Geoff Meggs) 밴쿠버 시의원(박스 인터뷰 참조)은 “캐나다 라인 이용자 수도 올림픽 이후 대부분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시민이 전철의 편의성을 알면서 오히려 크게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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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라 한 채 최고가 90억 원
가장 큰 골칫덩이는 대규모 미분양 사태가 발생하면서 개발업체 부도로 이어진 밴쿠버 올림픽빌리지다. 선수촌으로 사용한 곳인데, 밴쿠버 시가 개발업체의 빚보증을 서면서 고스란히 시 부담으로 넘어왔다.
평일 오전, 빌리지를 찾았다. 겨울을 재촉하듯 비가 내렸다. 해안가를 따라 5~6층 높이의 깔끔한 빌라가 줄지어 있다. 건물 맨 위층 펜트하우스가 눈에 띈다. 통유리로 만들어진 바다 쪽 창문이 시원스럽다. 1층 빵집과 커피숍 등 상가는 손님으로 북적인다. 빗속에서도 해안가 산책로를 따라 걷거나 뛰는 이가 적지 않다.
조그만 바닷길(폴스만) 건너로 웅장한 BC 플레이스 스타디움과 도심 고층빌딩들이 보인다. 그만큼 도심에 가깝다는 이야기다. 전철역도 걸어서 7~8분 거리다. 주변 환경과 교통 등 모든 면에서 고급 주택가로 손색없어 보인다.
개발업체는 2007~2008년 선(先)분양 당시 주변 시세를 반영해 40만C$(3억6000만 원, 당시 환율 900원/C$ 기준) 대부터 500만(45억 원)C$ 대까지 다양한 가격대로 내놨다. 가장 비싼 것은 1000만(90억 원)C$가 넘었다. 그러나 분양률은 30%에 그쳤고, 악재가 이어졌다.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가 닥치자 호황을 누리던 캐나다 주택시장이 얼어붙기 시작했다. 부동산 가격이 전체적으로 20% 이상 빠졌다. 결국 개발업체는 재정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부도를 냈다.
“당시 가장 큰 문제는 개발업체의 재정 건전성이었다. 신용도가 떨어져 캐나다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릴 수 없자 미국 뉴욕까지 가서 헤지펀드 자금을 끌어왔다. 당연히 이율이 높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글로벌 경제위기가 왔다. 캐나다 상황을 잘 모르는 뉴욕 금융기관은 개발업체에 상환을 독촉했고, 그래서 결국 부도가 난 것이다. 그 빚을 보증한 밴쿠버 시가 그대로 떠안으면서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개발업체 부도로 밴쿠버 시의 재정부담을 가중시킨 ‘올림픽빌리지’.